패딩 지퍼를 끝까지 올렸던 아주 추운 날이었다.
앙상하게 가지만 남아있는 나무가 보였다.
봄 여름 가을.
잎이 무성했던 계절을 눈에 담았던지라
헐벗은 모습의 겨울나무는 유난히 쓸쓸해 보였다.
작은 잎에서 느꼈던 아름다움.
아무리 작은 것들이라도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그것들이 사라진 뒤에야
아름다움은 동일한 깊이의 상처를 남긴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름다움은 동일한 깊이의 상처를 남긴다.
그리고 그 상처는 새로운 아름다움을 잉태한다.
잎은 봄에 피어나서 여름을 보내고 가을에 진다.
겨울은 새로운 봄을 위해 기다리는 시기이다.
따뜻한 봄을 맞기 위해서는
한 계절의 아픔을 헐벗은 몸으로 기꺼이 버텨내야 한다.
겨울나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