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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와 삼치

쇼펜하우어와 니체

by 주니스 Feb 09. 2025

https://youtu.be/aSFDww8bVJs

열기는 작은 물고기로, 회를 떠 먹어도 맛있고 그냥 구워 먹어도 맛있다.

삼치는 큰 물고기로, 회맛은 무미건조 담백하고, 구워 먹을 때도 포를 떠서 카레로 양념을 해야 맛이 난다.       


어릴때부터 아버지를 따라서 바다 낚시 가는 것을 좋아했다.

요즘도 가끔씩 친구들과 동해안 배낚시를 떠난다.


열기낚시는 한번에 10마리씩 잡을 수 있고 크기는 10cm~20cm 정도로 한나절에 300마리까지 잡은 적도 있었다.

삼치낚시는 크기가 50cm~1m 내외로 힘이 좋아서 한나절에 10마리만 잡아도 체력이 다 소진된다.     


열기낚시는 잔잔한 재미와 짧은 기다림이 반복된다.

삼치낚시는 마치 거대한 곰과 일대 일로 싸우듯이 낚을 때마다 최선을 다 해야 하고, 오랜 기다림도 사뭇 설레이는 시간이다.      


쇼펜하우어는 ‘인생은 쾌락과 권태를 오가는 시계추와 같다’라고 하였다.

열기낚시는 짧은 쾌락의 순간들이 지나면 금방 권태를 느낀다.     

니체는 ‘역경이 없는 삶은 권태로워서 천당이 아닌 지옥과 같다.’라고 하였다.

삼치낚시는 큰 역경을 기다리는 시간마저 권태롭지 않고 박진감이 넘치고 당당하다.     


나는 MBTI 유형 중 INFJ이다.     

F(감정형) 51%, T(사고형) 49%로 비슷해서 FT가 함께 있는 전체 1% 해당하는 희귀한 유형이다.


섬세하고 다정다감했던 어머니는 쇼펜하우어처럼 INFP이셨고, 

호탕하고 사냥과 낚시을 즐기시던 아버지는 니체처럼 ESTJ이셨다.     

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성향을 절반씩 닮았다.

에너지 방향과 인식방식은 쇼펜하우어형 어머니 IN을 닮았고,

결정방식과 삶의 패텬은 니체형 아버지 TJ를 닮았다.      


어머니는 열기낚시처럼 자상하면서 아기자기하고, 쇼펜하우어처럼 감성이 강한 분이셨다.

성품은 열기맛처럼 친근감이 있고 따뜻하셨고, 힘든 역경을 만나면서 삶의 어려움을 나에게 섬세하게 일깨워 주셨다.     

아버지는 삼치낚시처럼 힘이 넘치고, 니체처럼 정신력이 강한 분이셨다.

성품은 삼치맛처럼 담담하고 요리를 해야 제맛을 내는 경상도 상남자였지만,

자식들에게는 깊은 정을 느끼게 해 주는 외유내강형이셨고, 

마지막 순간까지 힘든 고난을 굳건하게 이겨내고 당당함을 잃지 않으셨다.     


10여년전 함께 돌아가신 두분 다 존경하고 사랑한다.

쇼펜하우어와 니체, 둘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철학자이지만 나는 새로운 철학자로 거듭나고 싶다.     


인생 전반은 어머니처럼, 열기 맛처럼, 열기 낚시처럼, 쇼펜하우어처럼, INF로 살았지만,

인생 후반은 아버지처럼, 삼치 맛처럼, 삼치 낚시처럼, 니체처럼, F가 T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P도 J로 바뀌는 TJ의 주관적이고 당당한 삶을 살고 싶다.     


이제 막 6회 초에 들어섰다.

지금까지의 스코어에 연연하지도 않고, 9회 말 역전 홈런을 터뜨릴 욕심도 없다.     

매 순간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처럼 살고 싶다.

죽은 참치를 뜯어먹는 상어처럼 살지 않고, 패자인 참치와 승자인 노인이 서로를 존중하듯이,

나 스스로를 존중하며 살고 싶다.     


신독, 홀로 있을 때에도 생각과 행동을 바르게 하면서,

카르페 디엠, 내 안에 살고 있는 한 마리 곰과의 싸움을 매일 즐기면서 이 순간을 살고 싶다.     

아모르 파티, 나의 운명을 사랑스럽게 만드는 새로운 철학자로 하루하루 거듭나면서, 

메멘토 모리, 죽음 앞에서도 의연할수 있는 슬기로운 군자로 나머지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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