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아기로부터 편지가 왔다
편지에는 내가 잘 성장해서 고맙다고 적혀있다
이렇게 멋진 어른이 되어서 내가 자랑스럽다고도 했다
내가 보낸 편지를 받았다고 했다
사랑과 존경없이 원망과 욕정이 뒤 섞여 잉태된 한 점이었던
태어나는 순간 모두를 실망시켰던
누군가에겐 짐이 되었을
그래서 숨죽여야 했을, 너에게
'아가야, 태어나줘서 고마워!'
고맙다고 말해줘서 고맙다고 썼다.
너는 겨우 살아낼 수 있었다고도 썼다
이제는 나를 믿고 실컷 울고 웃겠다고
배고프면 배고프다고 소리를 빽빽 지르고
기저귀를 갈아달라고 잠을 재워달라고
밤새 안아달라고 시끄럽게 칭얼댈지도 모른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또 너는
갓난아기에게는 '아주 놀라운 힘'이 있는 걸 아느냐고 물었다
그 놀라운 힘을
네가 가진 모든 힘을
네 존재 자체의 힘을
이제 다 내게, 남김없이 주겠다고 했다
그저 '내'가 되라고만 했다
그게 전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