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어릴 때 입었던 내가 아주 아끼던
빨간색 체크무늬 린넨 원피스 한 벌을
친절하고 상냥한 어떤 사람에게 주었다
그에게도 어린 딸이 있기 때문이었다
헌데 그의 딸은 나이보다 키가 훌쩍 커
그 빨간색 원피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그에게 주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그것을 돌려달라고 부탁했다
너에겐 필요 없으나 나에겐 소중한 것이니
내가 간직하고 싶다고!
그는 여느 때처럼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그것을 돌려주지 않으려고 했다
내가 하는 말은 들은 채도 않고 딴청을 피웠다
급기야 볼일이 있다며 자리를 피하는 게 아닌가
나는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네가 내어주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찾아 나서리
그가 없는 틈을 타 딸의 원피스를 되찾아야만 한다
그가 있던 곳으로 나는 비집고 들어가
여기저기 헤집고 허둥지둥 들춰본다
끝내 내가 그것을 찾아 나왔는지
그것을 내가 찾기도 전에 그가 돌아왔었는지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아니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면 나는 지금도
그것을 찾아 헤매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