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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웅덩이

by 시 선

낯선 거리

바람이 불어와

훤히 드러난 내 다리를 스친다

갑자기

안에서 무언가가 요동친다.

마치 양수가 터진 것처럼

두 다리 사이로 피가 흘러내린다

한꺼번에 줄줄 쏟아져 나온다

나는 너무 놀라

담요로 내 몸을 덮는다

허리부터 발끝까지 가린다


거리 곳곳엔

붉은 웅덩이가 고여 있다

아직 식지 않아 따뜻한 핏물이

선명한 흔적을 새긴다.

나는 조용히

그 온기 속에서 숨을 고른다

두렵고 낯설지만

이제야 시작이라는 걸

어렴풋이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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