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건 언제나 미래와의 대화였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에게, 아직 만나지 못한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일.
눈앞에 없는 존재를 향해 문장을 띄우는 그 행위 속에, 나는 언제나 꿈을 보았다.
브런치에 첫 글을 올리던 날,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다.
아니, 아무 일도 없다는 그 사실만이 유일한 사건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내 안에서는 작은 파문이 번졌다.
한 편의 글이란 얼마나 무력한 것인지 알면서도,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그 사람의 하루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보이지 않는 공기가, 한 사람의 하루가, 그리고 내일의 빛깔이 달라질 수 있으리라 믿었다.
10년 동안 수많은 문장들이 이곳에 쌓였다.
어떤 문장은 물 위의 잔물결처럼 사라졌고,
어떤 문장은 한 사람에게 오래도록 빛처럼 스며들었다.
글의 운명은 언제나 알 수 없지만,
문장이 세상에 놓이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읽는 사람의 기억 속에서 다시 태어나고, 그 사람의 삶 속에서 또 다른 의미를 얻었다.
그래서 꿈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내가 쓴 문장이 누군가의 내일을 조금 다른 방향으로 틀어놓을 수 있다면, 그것이면 족했다.
마치 창문을 여는 손길처럼, 한 줄의 문장이 닫힌 마음에 바람을 불러올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작가의 꿈이 아닐까. 이 글 역시 미래에게 띄우는 편지다.
아직 만나지 못한 독자에게, 아직 쓰이지 않은 문장에게,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나에게 보내는 꿈이다.
글은 그렇게 시간의 경계를 넘어, 오늘과 내일을 잇는 다리가 된다.
그리고 나는 그 다리 위에서 계속 문장을 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