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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감이라는 이름의 그림자

by 덕배킴

나는 오래전부터 열등감 속에 살아왔다.

그건 어느 날 갑자기 스며든 감정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내 안에 눌러앉아 있던 공기 같은 것이었다.

남보다 앞서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으며, 그 욕망의 밑바닥에는 언제나 “나는 아직 부족하다”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었다.

나는 더 열심히, 더 단단하게, 더 완벽하게 살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그러나 그렇게 매달린 삶의 끝에는 이상하게도

만족이 없었다.


노력은 늘 성취로 이어지지 않았고, 성취조차 오래 머물지 않았다.

어떤 목표를 이루면 잠깐의 환희가 찾아왔지만, 곧 새로운 비교가 시작되었다.

세상은 언제나 나보다 한 발 앞선 누군가로 가득했고,

나는 늘 뒤따르며 숨이 차올랐다.

‘아직 멀었다, 아직 아니다.’

그 말이 내 삶의 주문처럼 입안에서 굴러다녔다.


돌이켜보면, 나는 언제나 누군가의 그림자를 좇고 있었다.

그림자의 주인이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그저 더 밝은 빛 아래 서기 위해 발버둥쳤다.

‘나답게 살고 싶다’는 말조차 어쩌면 남이 정한 문장의 일부였을지 모른다.

열등감은 나를 앞으로 밀어붙였지만, 그만큼 나를 갉아먹었다.

그 감정은 내게 에너지를 주었지만, 동시에 내 마음의 바닥을 닳게 했다.


나는 자주 스스로에게 묻는다.

열등감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단지 남보다 부족하다는 감정인가,

아니면 내가 되고 싶은 ‘나 자신’에게 도달하지 못한다는 좌절인가.

내게 열등감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한쪽은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는 시선이고, 다른 한쪽은 내 삶을 인정하지 못하는 부정이었다.

나는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애썼지만, 그 과정에서 진짜 나를 잃어버렸다.


비교는 아주 어릴 적부터 나의 언어였다.

누가 더 똑똑한지, 누가 더 예쁜지, 누가 더 잘 견디는지.

그 질서 속에서 자라며 나는 ‘부족하다’는 감각에 길들여졌다.

그 부족함은 내게 하나의 명령처럼 작용했다.

더 해라, 멈추지 마라, 아직 아니다.

그래서 나는 쉬는 법을 몰랐다.

성취의 끝에 서 있어도, 마음은 언제나 시작점에 있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열등감은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맞는 말이다.

그 감정은 나를 게으름으로부터 구했고, 나태의 유혹을 막았다.

하지만 그것은 불안으로 타오르는 연료였다.

그 불은 강렬하지만, 꺼지고 나면 재만 남는다.

나는 그 재를 쓸어 담으며, 그것이 내 삶의 흔적이라 착각하곤 했다.


지금도 열등감은 내 안에 있다.

타인의 성공, 여유로운 표정, 나보다 빠른 걸음들 앞에서

나는 여전히 흔들린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는 그 감정을 밀어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건 나의 결핍을 알려주는 신호이자,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다.


열등감은 나를 괴롭히지만, 동시에 나를 드러낸다.

그 감정이 없었다면, 나는 내 한계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열등감은 이렇게 속삭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너도 더 자유롭게 살고 싶지 않느냐.”


나는 그 속삭임을 듣는다.

열등감은 나를 억누르는 감정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진심으로 원하는지를 알려주는 표지판이었다.

나는 여전히 완전하지 않다.

그러나 이제는 그 불완전함 속에서, 나를 조금씩 이해하고 있다.

열등감은 더 이상 내 감옥이 아니라, 나를 깨우는 작은 울림이다.

그 울림을 따라 나는 오늘도 나 자신에게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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