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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다른 시간 속에 살고 있다

by 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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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눈앞에 지나가는 파리를 잡으려고 손뼉을 치면 파리는 쉽게 도망간다. 파리에게 우리의 동작은 슬로모션으로 보인다. 시간해상도(time resolution), 움직이는 것을 정지된 상태로 보는 능력의 차이다. 파리의 시간해상도는 인간의 5배다.* 초당 5배나 더 많은 시각 정보를 처리하며 더 밀도있게 살아간다. 인간보다 5배 빠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과 같다. 작은 새나 곤충은 수명은 짧지만 길고 풍부한 시간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2. 코끼리나 거북이 같은 동물들은 반대다. 반응이 느리다. 주변의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도 정반대다. 그들은 백년을 살더라도 인간의 몇십년처럼 짧게 체감될 것이다.


3. 시간은 상대적이다. 누군가는 시간을 쪼개 세밀하게 살고 있고, 누군가는 게으르고 느리게 살고 있다. 누군가의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있고, 누군가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알고 보면 우리는 모두 다른 시간 속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 Kevin Healy(2022), ‘Scaling of temporal resolution across mammals and birds’, British Ecological Society Annual Meeting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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