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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으면 친구가 없는 이유

by 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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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심리학자 로라 카스텐센은 우리가 남은 수명에 대한 인식에 의존하여 목표와 관계를 설정한다는 ‘사회정서적 선택 이론’을 제안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제한적이라는 걸 알기에 중요한 인간 관계만 유지하게 된다. 실제로 많은 인생의 선배들도 인간관계의 덧없음을 이야기하면서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정리할 것을 조언한다. 수많은 실패와 경험에서 우러나온 깨달음으로 보인다.


2. 하지만 놀랍게도 이건 원숭이도 마찬가지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어린 원숭이는 주변 수많은 원숭이들의 털을 골라준 반면, 나이가 든 원숭이일수록 소규모의 친구 집단 내에서만 털을 골라줬다.*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관계가 좁아진 것이다. 원숭이가 남은 수명에 대한 이성적 인식 때문에 그랬을 리는 없다. 관계의 피로감이나 좌절에서 얻은 깨달음 때문도 아닐 것이다.


3. 어쩌면 우리가 나이를 먹을수록 중요한 인간관계에만 집중하는 것은 그저 노화에 따른 귀찮음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꽤나 철학적으로 부질없는 인간관계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노화에 따른 신체적, 감정적 위축을 감추기 위한 변명은 아닐까. 나이가 들어도 많은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면 더 젊고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 Laura Almeling et al.(2016), ‘Motivational shifts in aging monkeys and the origins of social selectivity’, Current Bi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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