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거미의 입을 본드로 막아 잡아먹지 못하게 한 뒤, 같은 울타리 안에 있는 메뚜기의 활동을 관찰했다. 거미는 메뚜기를 잡아먹을 수 없었지만 메뚜기는 거미의 존재만으로도 두려움에 활동 영역을 줄이고 먹이 섭취를 스스로 제한했다. 불행을 예측하는 것만으로 움츠러든 채 살아간 것이다.*
2. 독일의 작가 하인리히 초케는 “아직 닥치지 않은 불행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가 눈앞에 있다고 여기는 불행 그 자체보다 언제나 더 큰 불행이다”라고 했다. 사실 우리가 경험하는 많은 고통은 걱정하는 일 그 자체보다 그 일을 앞두고 오랜 시간 반복하는 상상과 걱정에서 비롯된다. 맞부딪히는 불행은 순간이지만 그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은 계속해서 현재를 잠식한다.
3. 그렇다면 우리가 줄여야 하는 것은 불행 그 자체보다, 불행에 대한 상상과 두려움이다. 다행히도 불행을 줄이는 것은 신의 영역이지만, 불행에 대한 걱정을 줄이는 것은 나의 의지의 영역이다. 실험 속 메뚜기처럼 닥치지도 않을 불행을 이유로 이미 주어진 오늘의 행복을 너무 많이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본다.
* Beckerman, A. P., Uriarte, M., & Schmitz, O. J. (1997), ‘Experimental evidence for a behavior-mediated trophic cascade in a terrestrial food chain’, PN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