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생 실습기
큰 딸이 법대를 다닌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기본 10학기를 해야 하고 통과해야 할 시험이 많아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벌써 고지가 멀지 않다.
졸업하기 전까지 12주의 실습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올여름 방학엔 실습을 시작했다.
본인이 알아서 이력서를 내고 자리를 찾아서 가야 한다.
6주씩 두 곳에서 해도 되고, 4주씩 세 곳에서 해도 되는데, 집 근처 로펌에서 6주간의 실습을 했다.
로펌에 가면 무슨 일을 하게 될지 흥미진진했는데,
변호사들과 지방법원, 고등법원, 의뢰자와의 미팅, 문제가 되는 현장 방문 등 변호사가 하는 많은 일들을 경험했다.
어떤 사건에 대한 판례 등을 찾아오라고 요구하는 변호사들도 있었고, 찾아서 보내준 내용을 그대로 적용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고도 했다.
독일에서는 유일하게 NRW 법원에서만 법정 입장 시 보안검색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예전에 검사를 향해 총기 사고가 난 이후에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사진출처 : https://www.ag-neuss.nrw.de 노이스 법원 전경.
한국에서는 대학생들에게 실습의 기회가 주어지는지 알 길이 없으나, 연고도 없는 실습생에게 보여 줄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느껴진다.
같이 데리고 다니려면 귀찮기도 할 텐데 해당 사건에 대한 설명과 앞으로의 전망 등 변호사로 일하는 많은 것들을 보여 주는 것이 참 고마웠다.
6주간 내내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도 아니고, 일정이 있을 때만 나가고 다시 집에 돌아오기도 하고, 일정이 없는 날은 실습 기간이어도 집에서 자유시간이 주어지기도 했다. 참 자유로운 일정이다.
딸을 통해 간접 경험으로 알게 된 바로는..
독일은 이웃 간의 분쟁이 엄청 많다는 것.
지나가는 말로 들어보기는 했었지만, 변호사가 자신의 전문분야로 '이웃 분쟁'이라는 것이 있는 것을 보니 정말 사소한 이유로 싸우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가든에 넘어오는 나뭇가지로, 돌멩이로, 나뭇가지의 그늘로, 이웃 간 담장 높이 몇 센티로도 분쟁이 되는듯하다.
처음 집에 오는 독일 사람들의 흔한 질문이 "이웃은 괜찮냐?" 였었는데 괜한 질문이 아니었나 보다.
다행히 우리 집의 양쪽 이웃들은 서로 집으로 초대하며 왕래를 하지는 않지만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서로의 안부에 대해서 묻고 집을 비우게 되면 미리 정보를 주고받는 정도는 된다.
조금은 데면데면하다고 생각이 되기도 했는데 수많은 분쟁 소식을 듣고나니 어쩌면 이런 관계가 최상의 관계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갑자기 나의 이웃들에게 고마움이 느껴진다.
실습을 마치는 날, 딸은 커다란 초콜릿을 각층에 하나씩 드리고, 고마움의 간단한 메시지를 전하고 왔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앞 길에 대한 축복과 덕담의 이야기도 듣고, 앞으로 또 기회가 된다면 방문을 환영한다는 이야기도 듣고, 본인도 밖에서 만나게 된다면 반갑게 다가가 인사할 것 같다고 기분 좋은 소감을 전한다.
변호사에 대한 막연했던 생각이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측면으로 다가왔다는 말은 더 듣기 좋은 소감이기도 했다.
이제 남은 6주간의 실습은 Verwaltung (행정 관리)에서 해야 한다고 하던데 많은 변호사들이 그곳에 실습을 가면 아마 그 일은 안 하고 싶어질 거라고 했단다.. 실습이라는 것이 하고 싶은 일을 경험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과 맞지 않는 일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는 것 또한 중요한 것 같다.
그들의 판단과 달리 그런 일이 하고 싶어질지는 알 수 없으나, 아이들이 실제 직업을 선택하기 전에 주어지는 실습은 정말이지 중요한 기회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
스스로 갈 길을 찾아 한 걸음씩 나아가는 아이들의 앞날에 축복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