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세 번째 이사를 목전에 두고
직방 다방 둘러보다 가슴 답답해
거참 지랄맞은 삶이로구나! 하고는
옥상에 서서 말보로 한 개비 빼어 문다
배배 꼬여 올라가는 새하얀 연기
갈비 아래 헐떡이는 시커먼 허파
틈에 끼어 타고남은 회색은 마음
비벼 끄고 뒤도는데 거미줄 보여
쭈뼛대며 다가가니 싱글싱글 웃으며
안부인사 건네오는 우아한 집주인네
어찌 그리 한숨을 내쉬오? 묻기에
발뻗어 누울 자리 없다오. 답했지
이놈이 무얼 하나 가만히 살펴보니
춤추며 실잣는 가느다란 여덟 다리
내 뱃속에 들어찬 건 갈색의 똥 뿐인데
네 뱃속엔 고운 은빛 나부끼는 집 있구나
임대차 계약서고 대출이고 필요 없이
전월세 건너뛰어 단숨에 자가 주택
그뿐인가? 끼니마저 원없이 주어지니
거미야, 네가 실로 낙원에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