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출근길 단상
뾰죽뾰죽 울창한 여의도의 스카이라인
어느 하나 할 것 없이 온통
저 잘났다 어깨 펴고 선 사이에
도리어 느긋하게 포복한 3층짜리 나즈막한 건물
바알간 글씨로 어눌하게 쓴 페인트칠의 '진흥매점'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반겨주는 쇼트컷의 아주머니
근사한 수트 차림의 증권맨이 쫓기듯
시즌 한 갑 주세요,
여기요, 사천오백원이지예
허름한 점퍼 걸친 막일꾼은 두리번대며
그이 기임-빱 있습니꺼,
암예, 거 떡볶이 냄비 아래 보이소
척척 나오는 대답 흥겨워
괜히 한 마디 거들어본다
아주머니 빵은 없나 보죠,
아이구, 돈 안 돼서 못 팔아요 총각
그런가요- 하고 잼처 웃으며 나오는데
한가닥 걸친 미소는 떠날 생각을 않아
아주머니, 오뎅은 돈이 돼서 파십니까
세상에 담배 많이 팔아 부자된 사람도 있던가요
죄다 돈 놓고 돈 불려 가로채려는
숭악한 승냥이들 틈에
아주머니 혼자 그렇게 착하기가 어디 있답니까
이름도 누가 그리 잘 붙였대요, 진흥이라
떨칠 진에 일으킬 흥이로군요 아주머니
아주머니 정직한 노동으로 걱정일랑 떨쳐버리셔요
근면한 마음씨로 두 발 딛고 일어나셔요
한줄 한줄 굳세게 김밥 말아
미운놈은 미워서, 고운놈은 고와서
옛다 이것들아 하시며 배불리 먹여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