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쥐 한 마리에 무너지다
연말, 딸과 함께 넷플릭스를 보며 여유로운 밤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늦은 밤, 갑자기 간식이 먹고 싶어 딸이 헝그리잭스(한국에서는 버커킹)에 다녀오겠다고 나섰다.
잠시 후, 현관 앞에서 들려온 비명.
"엄마!!! 나 못 들어가!!!"
놀라서 뛰어나가 보니, 현관문 앞에 죽은 쥐가 떡하니 놓여 있었다. 바퀴벌레쯤은 잡을 수 있지만, 쥐는… 절대 못한다.
딸은 공포에 질려 현관 밖에서 꼼짝도 못 하고 있었고, 나도 이걸 치울 용기가 없었다.
하지만 엄마니까, 해결해야 했다. 눈을 질끈 감고, 쥐를 뛰어넘어 밖으로 나갔다. 이제 문제는 어떻게 치우느냐였다.
긴 집게와 쓰레받기를 가져왔지만, 집게를 쥐 가까이 가져가기도 무서웠다. 혹시 지나가는 사람이 도와줄까 싶어 기다려 봤지만, 사람 그림자도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한국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했지만, 결국 해결은 우리가 해야 했다.
두루마리 휴지를 펑펑 풀어 쥐를 덮었지만, 끝내 손이 가지 않았다. 결국, 용기를 낸 딸이 해냈다. 딸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날 이후, 아파트로 이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주택 로망 vs. 현실
한국에서 아파트 생활만 했던 나는 호주에 와서 마당이 있는 주택의 로망을 실현했다.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
내 집 수영장에서 여유로운 수영
아름다운 나무와 꽃으로 꾸며진 정원
하지만 현실은…
✔수영장?
바빠서 한 번 들어가기도 힘들고, 관리비가 만만치 않다.
여행으로 집을 오랫동안 비웠더니 비가 계속 와 개구리가 떠다닌다.
✔ 바비큐 파티?
친구들을 불러도 결국 주방에서 고기 굽고 먹는다.
바비큐 그릴보다 프라이팬이 더 자주 쓰인다.ㅎㅎ
✔ 잔디 관리?
3~4주마다 가드닝을 해야 하는데, 이게 일이 되어버린다.
한번 여행이라도 가면 마당이 정글로 변한다.
✔ 야생 동물과의 동거?
작은 도마뱀(게코)이 집 안을 한 번씩 돌아다닌다.
마당에는 카멜레온이 가끔 출몰한다. 박쥐는 망고 나무에 둥지를 튼다.
수많은 새들이 새벽 4~5시부터 울어댄다.
"이게 바로 호주의 자연 친화적(?) 생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