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 맥주
베트남 식당이 한국 식당과 다른 점이 여럿 있었지만, 그 중의 하나가 식당과 술집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식당과 술집이 합쳐진 형태의 음식점이었다. 우리 나라는 술이 없는 식당도 많은데, 베트남은 어느 식당에나 술이 비치되어 있었다. 이것은, 아침에도 술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하나의 자유로움을 느껴보고 싶었다. 아침부터 술을 시켜서 먹는 자유를. 한국에서는 국밥집에 술이 있다고 해도, 아침 식사를 시키면서 술을 시키면 이상하다. 아니, 좀 그렇다. 하지만, 베트남에는 어느 식당에나 술이 있는 걸 보면, 아침에도 술을 판다는 뜻 아닌가. 그렇다면,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뜻 아닌가?
그래서, 아침 메뉴와 함께 맥주 한 캔을 시켰다. 시키면서 엄청 떨었다. 직원이 날 이상하게 쳐다보지는 않을까? 다른 테이블 사람들이 날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을까?
"아니 저 사람은 무슨 아침부터 맥주야?" 이렇게 생각하면 어쩌지?
별별 생각이 다 들었고, 눈치를 보면서 맥주를 시켰다. 결과는 놀라웠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직원은 "김치 더 갖다주세요."라는 말처럼 평범하게 들었다. 맥주를 먹으면서도 은근히 주변 눈치를 봤다. 직원이 쳐다보는 건 아닌가? 다른 테이블에서 쳐다보는 건 아닌가? 하지만, 한 캔을 다 먹도록 맥주는 커녕, 나란 사람은 없는 듯 그렇게 다들 행동했다.
한국은 눈치를 많이 보는 사회다. 무언의 규칙을 어기면 바로 지적을 하는 사회다. 바로 지적하지 못하면, 뒤에서 험담을 하는 사회다. 눈치라는 단어는 영어로 직역할 수 없다고 한다. 눈치라는 단어가 없으므로. 없다는 건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센스'라는 단어가 그나마 비슷할텐데 '센스'는 눈치랑은 또 다르다.
이런 사회에서 성장한 나는, 게다가 성격적으로 눈치를 더 많이 보는 내성적인 나는, 한국에서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니, 베트남에서는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떨어뜨리지 않는 선에서, 작은 일탈들을 많이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평생 목줄과 쇠사슬에 묶여있던 개가 처음으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처럼.
둘째날 처음으로 모닝맥주를 한캔 했고, 베트남을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 나는 아침 식사때마다 모닝 맥주를 한 캔씩 했다. 모닝 커피를 마시며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들처럼 행복했다.
한국에 가면, 다시 줄에 묶여야 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