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맥주
나에게 인생 맥주는 단연 '타이거 맥주'다. 이 맥주는 베트남 어딜 가도 있기에, 처음에 베트남 맥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싱가포르 맥주이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나는 '타이거 맥주'의 호랑이 로고만 보면, 베트남이 떠오르고, 베트남이 떠오르면 36일간의 행복했던 날들이 떠오르는데.
살면서 수십 종의 맥주를 먹어봤다. 베트남에 오기 전에 인생 맥주를 고르라면, 나는 내 입에 가장 잘 맞는 맥주를 말했었다. 하지만, 베트남의 36일 여정 이후에, 나에게 인생 맥주는 '타이거 맥주'다. 이 맥주에는, 치유, 행복, 머무름, 즐거움, 만족, 기쁨 그 모든 감정들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사실, 베트남에 가기 전에 나는 타이거 맥주를 한 번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입맛에 맞지 않아서 두 번 다시 먹지 않았던 맥주다. 하지만, 지금은 마트에서 호랑이 모양만 봐도 행복해진다. 행복했던 36일로 즉시 되돌아간 것 같아서. 지금이 마치 베트남 마트인 것 같아서.
애착 인형은 아이들이 단순히 좋아하는 인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안고 있으면 금방 잠이 들고, 아플 때도 위안이 되고, 힘든 것을 참을 때도 힘이 된다. 어떤 물건이나, 장소, 음식, 음악 그 어떤 것에도 우리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의미가 부여되고 나면, 그것은 매번 같은 효과를 나타내며 우리를 그 영향력 아래에 둔다.
타이거 맥주가 내겐 그렇다. 아침 식사와 마셨던 모닝 맥주 타이거, 비가 많이 오는 날 호텔 방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마셨던 타이거, 낯선 바닷가에 앉아서 마셨던 타이거, 베트남에서의 모든 시간과 기억이 담긴 타이거.
하지만, 우리가 원할 때, 원하는 의미를, 원하는 무언가에 부여할 수가 없다. 의미란 그렇게 부여되는 것이 아니다. 타이거 맥주를 바라보며, 오늘부터 '타이거는 내게 특별한 맥주다'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그 순간부터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다. 생각과 감정은 별개의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한대로 느껴진다면, 우리는 우울하고 힘들 때 언제나 생각으로 부정적 감정을 몰아낼 수 있을텐데, 그렇지 않은 걸 보면, 둘은 별개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특별한 의미는 어떻게 부여하는 것일까? 혹은 어떻게 부여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처음으로 작은 특별함이 느껴질 때, 그때 마음속으로 아주 강력하게 리액션하는거다. "와~ 이거 정말 괜찮은데? 정말 신기한데? 이게 이럴 수가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거다. 우리의 뇌는, 감정적 표지가 강하게 표시되면, 그것을 자꾸 불러들이게 되고, 더욱 신경회로를 강화한다. 첫번째로 느껴진 감정에서, 강력한 감정적 표시를 해두고, 다음 번에 그것을 다시 만났을 때 다시 강력한 표지를 달면, 다시 강화가 된다. 그렇게 서너번만 하게 되면, 그것은 다시 만나지 않아도, 생각만해도 그 감정이 느껴진다. 그리고 만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감정은 더욱 강렬해진다.
특별한 감정, 좋은 감정, 신기한 감정이 처음 느껴졌을 때, 그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말고 강력하게 잡아야 한다. 그러면, 내 인생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 물건, 장소, 음식, 음악, 풍경들로 가득해질 것이고, 내 마음 역시 풍성해질 것이다.
나는 요즘도, 행복을 사고 싶으면 마트에서 맥주 코너로 간다.
<시즌 2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