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붓질
10년전 추운 겨울 어느 날,
얼음짱 같은 손에 카메라를 들고
외도의 이곳 저곳을 다녔다.
바람부는 영하 10도의 날씨를
더는 견디기 어려워 들어간 카페에,
혼자 온 손님은 나 밖에 없었다.
모두는, 서로를 쳐다보며 이야기하고,
미소 짓고 있었다.
나는, 인생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며,
목적지도 없이 열흘째
길 잃은 아이처럼 헤매고 있었다.
이때는 슬프고, 암울하고, 좌절스러웠다.
그런데, 이 사진을 보는 지금은
망각의 마법이 그 많은 것들을
멋지게 지워냈다.
그림의 대가가 아름다움만 붓에 묻혀
슥슥 그려낸 것처럼 멋지다.
커피 잔에 담긴 따뜻함만 가슴에 전해지고,
카메라로 담았던 풍경들만 시원하게 다가온다.
날씨도 마음도 얼어붙었던 그 겨울이
다시 내게 온다고 해도,
난 망각의 마법을 알고 있어 안심이다.
글과 사진 - 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