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의 마법

아름다운 붓질

by 영순
KakaoTalk_20260224_195234366.jpg


10년전 추운 겨울 어느 날,

얼음짱 같은 손에 카메라를 들고

외도의 이곳 저곳을 다녔다.




바람부는 영하 10도의 날씨를

더는 견디기 어려워 들어간 카페에,

혼자 온 손님은 나 밖에 없었다.




모두는, 서로를 쳐다보며 이야기하고,

미소 짓고 있었다.


나는, 인생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며,

목적지도 없이 열흘째

길 잃은 아이처럼 헤매고 있었다.




이때는 슬프고, 암울하고, 좌절스러웠다.


그런데, 이 사진을 보는 지금은
망각의 마법이 그 많은 것들을
멋지게 지워냈다.




그림의 대가가 아름다움만 붓에 묻혀

슥슥 그려낸 것처럼 멋지다.




커피 잔에 담긴 따뜻함만 가슴에 전해지고,

카메라로 담았던 풍경들만 시원하게 다가온다.




날씨도 마음도 얼어붙었던 그 겨울이

다시 내게 온다고 해도,

난 망각의 마법을 알고 있어 안심이다.


글과 사진 - 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