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적
비는 특별할 것이 없지만,
그런 비를 천천히 본 적은 없다.
불빛에 비치는 비를
의도적으로 셔터스피드를 느리게 하고
사진을 찍으면, 처음 보는 비를 만나게 된다.
대단할 것 없는 그 비가,
이토록 아름다운 궤적을 그릴 줄이야.
매일 매일 반복되어 지루하고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우리의 삶은
보통의 눈으로, 늘 그렇게 바라보아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적절한 빛 아래서
의도적으로 느리게 바라보면
내리는 비처럼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
우리 삶 아닐까?
글과 사진 - 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