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까지 5년을 다닌 회사는 집에서 도어 투 도어로 대략 1시간이 걸리는 분당구에 위치해 있었다.
집에서 회사로 향하는 여정 중 가장 괴로웠던 순간은 7호선 하행선을 타고 논현역으로 향할 때였다. 지옥철의 대명사인 9호선까지는 아니겠지만 출근길 7호선 지하철에도 사람이 정말 많다. 역에 지하철이 진입하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탁한 녹색을 상징하는 7호선을 닮은, 채도를 잃어버린 무리들이다.
출입문이 열리고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그들은 어떤 소리도 내지 않았지만 분명하고 단호한 눈빛으로 내게 텔레파시를 보내곤 했다.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너까지 발을 들일 셈이야? 다음 지하철을 타는 건 어때?”
그럴 때마다 나는 그들의 따가운 눈총을 애써 외면한 채 어깨에 둘러맨 가방을 살며시 품에 안고 지하철이라는 괴물의 목구멍 안으로 한 발을 내딛을 뿐이었다.
“이번 지하철을 놓치면 저도 회사에 늦어서요. 염치 불고하고 오늘도 함께해요, 우리”
논현역으로 향하는 7호선은 강남구청역에 도착하고 나서야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는데, 그때까지 나는 자리에서 옴짝달싹도 못한 채 택배차에 빽빽이 쌓인 짐짝처럼 이동을 하곤 했다. 아니 움직임의 주체성을 박탈당했으니 '운반이 된다는' 표현이 맞겠다.
발 디딜 틈 하나 없는 지하철 안에서는 나의 자유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들과 몸이 밀착될 수밖에 없는데, 서로의 어깨를 맞댄 채 지하철과 한 몸이 되어 움직이는 그 기분은 마치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 댄스 크루를 결성한 느낌이랄까?
우리 크루로 말할 것 같으면 평소에는 물 흐르듯이 부드러우면서 절제된 동작을 주로 선보이지만 지하철이 급정거를 할 때면 격정적인 팝핀 동작을 보여주기도 하는, 그런 변칙적인 플레이가 돋보이는 크루라고 할 수 있겠다.
대략 20분 간 사람들과 격한 춤사위를 나누고 나면, 강남구청역에 도착할 때쯤 나는 세탁을 마치고 막 꺼낸 면양말처럼 축 늘어진 상태가 되어버리곤 했다.
나와 출근 크루로 함께한 이들은 늘어져있는 시간도 아깝다는 듯이 나를 남겨놓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괜한 오지랖에 출근길을 함께한 이들의 등에 말없이 인사를 건네본다.
‘부디 오늘 하루도 무탈하시길’
물론 추신(P.S)을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음번에는 서로의 평안함을 위해 부디 다른 시간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