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함은 종종 우연처럼 보인다. 실수로 던진 말 한마디, 어색한 침묵을 메우기 위한 농담처럼. 하지만 많은 경우, 그것은 설계된 구조 속에서 반복된다. 누군가가 늘 무례하다면, 개인의 성격일 수도 있지만 혹시 그 무례함이 용인되는 구조는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무례는 대개 권력의 비대칭 구조에서 발생한다. 회의 중 팀장의 불쾌한 농담에 모두가 웃어야 하는 분위기, 상사의 트집 섞인 훈계에 침묵해야 하는 팀원의 위치, 이 모든 것이 무언의 규범을 강화한다. 이 규범은 권력을 가진 자의 무례를 정당화하고, 피권력자에게는 그 무례를 감내할 의무를 전가한다.
이러한 권위주의적 구조는 교육기관, 가족, 종교단체 등 다양한 사회적 맥락에서 발견된다. 권위를 가진 사람은 자신의 불안을 통제욕으로 해소하려고 하고, 이 통제는 곧 타인의 경계를 침범하는 언행으로 나타난다. 상위 권력자의 부적절한 언행은 흔히 문화의 일부로 정당화된다.
이처럼 무례는 구조 속에서 반복될 때 고착된다. 특히 무례함을 지적했을 때 ‘예민하다’, ‘그 정도도 못 견디냐’는 반응이 돌아온다면, 그 구조는 이미 조직 문화에 내재화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피해자는 자신의 감정을 점점 더 표현하기 어려워지고 침묵을 강요당한다. 이 침묵은 더 이상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생존 전략이 된다. 그러나 침묵은 결코 중립이 아니다.
결국 이러한 침묵은 조직과 사회의 건강성을 갉아먹는 위협이 된다. 브레네 브라운(Brené Brown)은 『Daring Greatly』(2012)에서 “침묵은 부끄러움이 자라나는 토양”이라고 표현하며, 경계를 지키는 정직한 대화가 조직 내 신뢰 회복에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 다른 저서 『Dare to Lead』(2018)에서는 “가장 공감적이고 연민적인 사람들은 경계가 명확한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즉, 경계를 표현할 수 있어야 진정한 존중과 공감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무례함이 구조적으로 설계되어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언어를 통해 그 구조에 균열을 낼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괜찮지 않습니다”, “그 말은 나를 불편하게 합니다”, “그 농담은 듣는 사람을 불편하게 합니다” 같은 말들은 단순한 감정의 토로가 아니다. 이는 존엄을 회복하는 언어적 실천이자 경계의 선언이다.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는 『Kafka: Toward a Minor Literature』(1986)와 『A Thousand Plateaus』(1987)에서 언어의 ‘소수적 사용(minor use)’ 개념을 제시하며, 기존 권력 구조를 해체하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언어의 가능성을 설명한다. 들뢰즈에 따르면, 언어는 지배 질서를 고착화시키는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체제를 탈주하고 새로운 관계를 생성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경계를 지키는 언어는 바로 그런 저항의 언어다.
물론 개인의 언어만으로 구조 전체를 바꾸기는 어렵다. 권위주의적 조직에서 단호한 발언은 불이익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렇기에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려는 집단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비판적 사고를 장려하는 교육, 수평적 조직 문화 구축, 권력 감시 장치의 마련 등이 함께 이뤄져야만 한다. 이와 관련해 테오도르 아도르노(Theodor W. Adorno)는 『The Authoritarian Personality』(1950)에서 권위주의적 성격이 단지 개인 특성이 아니라 사회적 조건 속에서 형성된다고 보았다. 그는 『Negative Dialectics』(1973)에서도 비판적 사유가 권위에 복종하지 않고 자율성을 지켜내는 핵심이라 강조한다.
결국 우리가 마주한 과제는 단순히 무례한 사람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무례가 허용되고 반복되는 구조 자체를 해체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첫 시작은 침묵하지 않는 언어를 배우는 것이다.
“그 말씀, 저에게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신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지금 말씀은 유머로 받아들이기 어렵고, 저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말씀은 제가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이 문장들이야말로, 침묵을 강요받던 사람들의 새로운 언어다. 이 언어로 우리는 오래된 위계와 무례의 구조를 흔들고, 존중과 공감의 질서를 다시 써 내려갈 수 있다.
작자 주
<질 들뢰즈의 소수적 언어 사용 개념>
질 들뢰즈는 펠릭스 가타리와 함께 소수적 언어(minor language) 개념을 통해 언어가 권력의 도구가 아니라, 지배 질서를 교란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통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에 따르면 언어는 지배적인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으며 이를 ‘다수적 언어’라고 한다. 반면 ‘소수적 언어’는 언어의 기존 구조를 해체하고 새로운 표현 방식을 창출함으로써, 기존 지배 질서에 균열을 내고 대안적 사고와 관계를 생성하는 방식이다.
참고문헌
Adorno, T. W., Frenkel-Brunswik, E., Levinson, D. J., & Sanford, R. N. (1950). The Authoritarian Personality. Harper & Row.
Adorno, T. W. (1973). Negative Dialectics. Continuum.
Brown, B. (2012). Daring Greatly: How the Courage to Be Vulnerable Transforms the Way We Live, Love, Parent, and Lead. Gotham Books.
Brown, B. (2018). Dare to Lead: Brave Work. Tough Conversations. Whole Hearts. Random House.
Deleuze, G., & Guattari, F. (1986). Kafka: Toward a Minor Literature (D. Polan, Trans.).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Deleuze, G., & Guattari, F. (1987). A Thousand Plateaus: Capitalism and Schizophrenia (B. Massumi, Trans.).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