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을까
깊은 계곡물 속에서,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친 날을 기억한다. 때는 중학생 시절. 옥빛 청정수가 나를 집어삼키려 했었다. 아버지의 굵은 팔뚝 덕에 가까스로 다시 이승으로 올라올 수 있었고. 하지만 그 순간의 공포는 오랫동안 내 안에 남았다.
군 생활 때 막사 근처에 수영장이 있었다. 친한 고참들과 자주 그곳에서 놀았는데, 수심이 1.5m에서 시작해 3m까지 깊어지는 곳이었다. 물론 처음엔 얕은 곳에서만 유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3m 쪽이 궁금했다. 너무 깊어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기도 했고, 아무렇지 않게 레인을 오가던 고참들도 부러웠다. 서서히 바닥과 나의 거리를 벌렸다. 결국 깊은 물만이 줄 수 있는 해방감을 알아차렸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대부분의 일들은 사실 ‘익숙하지 않음’ 때문이다. 낯선 것은 본능적으로 위험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것과 자주 마주하다 보면, 어느새 아무렇지 않게 된다. 두려움을 이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피하는 것이 아니라 직면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을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 실패에 대한 걱정? 아니면 남들의 시선? 그게 무엇이든, 발견할 때마다 기억해야겠다. 두려움은 넘어야 할 산이라기보다, 익숙해져야 할 친구라는 것을.
두려운 일에 조금씩 다가가 보자. 분명 어느 순간, 그것도 아무렇지 않은 일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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