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최근에 일반인 무리에 합류한 준우가 말했다.
“이것들은 그냥 음식물 쓰레기잖아? 이런 걸 우리 보고 먹으라고 하는 거야?”
여기저기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배급을 담당하던 켄지가 눈을 부라렸다. 그는 몸에서 불을 뿜을 수 있는 능력자였다.
“이번 주 식량 상황 보면 몰라?, 이 정도 구하는 데도 3일이 걸렸어. 어려운 시기야.”
준우가 켄지 바로 앞으로 다가와 그를 아래로 내려다보며 맞받아쳤다.
“저기, 사정이고 나발이고 그럼 니들 건 뭔데? 왜 안 보여줘? 좋은 거 니들만 독식하는 거 아니야?”
준우는 군인 출신의 거구였다. 켄지가 지수를 힐끔 바라봤다. 지수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켄지가 준우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당장 물러서. 위협하는 거냐?” 준우가 말했다. “그렇다면 어쩔 건데?”
켄지의 팔이 자신을 향하는 걸 준우는 놓치지 않았다. 그는 켄지의 어깨를 잡고 잽싸게 팔을 꺾었다.
“이거 봐라? 나를 태우려고?”, 켄지가 냉소하며 말했다. “넌 우리 공동체에 해가 되는 인물이야.” 간결한 역동작으로 순식간에 풀려난 켄지의 손에서 불꽃이 일었다. 준우는 금세 2m 높이의 불기둥이 되었다. 일반인들은 믿을 수 없는 현실에 경악하며 공포로 온몸을 떨었다.
전날 밤, 초능력자들만 참석하는 회의가 열렸다.
예지가 발언했다.
“최근 일반인들 측에 합류한 무리들이, 우리 체제가 부당하다는 얘기를 흘리고 있대.”
현준이 덧붙였다. “기강이 해이해지고 있네. 밖의 상황도 어지러운데 내부마저 혼란하면 곤란하지.”
켄지가 받았다. “혼란해서 곤란할 땐 계란을 깨자,”
“뭔 소리야” 예지가 바로 짜증 섞인 표정을 지었다.
“본보기를 보여주자는 얘기야. 라임 어때?” 켄지가 지수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캡틴, 어중이떠중이들에게 밀리면 안 돼. 살짝 공포감을 심어주자고. 내가 할게.”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지수가 말했다.
“그래야만 한다면… 가능한 모두가 모여있을 때 실행해.”
준우의 마지막 모습을 목격한 사람들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의 죽음은 단순히 한 개인의 희생이 아니었다. 초능력자들이 가진 압도적인 힘을 증명하는 순간이었고, 동시에 그들에게 맞서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상기시키는 경고였다.
“저들은 괴물과 다름없어.”
누군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 말을 들은 다른 사람이 급히 그를 제지했다.
“조용히 해! 누가 듣기라도 하면 큰일 나.”
다음날 새벽, 재이가 지수를 찾았다. 지수는 거처에 홀로 앉아 라이플을 정비하는 중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동생인데도, 지수는 가능한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언니, 이게 최선이야?” 재이가 물었다. 지수는 한숨을 내쉬고 단호하게 말했다.
“필요한 희생이었어. 이렇게라도 공동체를 단결시키지 않으면 다 같이 무너질 거야.” 그녀는 여전히 다른 곳을 보며 말했다.
“같은 인간이야. 평등한 존재라고. 그들도 이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커.”
그녀의 말에 지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린 외계에서 온 괴물들과 전쟁을 하는 중이라고. 능력에 따른 명확한 상하 체계가 필요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게.”
“사정이 달라지면 모두가 언니를 적대시할 거야. 새로운 세상이 왔을 때 초능력자들에 대한 미움과 분노가 불길처럼 번질 거라고.”
“하, 글쎄. 새로운 세상이 오기는 할까?”
재이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지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멀어져 가는 동생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초능력자들은 준우 사건 이후로 더욱 과감하게 지배 체제를 강화했다. 그들은 일반인들에게 밤마다 교대로 방어선 보강 작업을 강요했다. 그들의 명령은 곧 법이었고,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켄지가 사람들 앞에서 이죽거리며 외쳤다.
“자자, 우리가 없으면 너희는 하루도 버틸 수 없어. 서로 공조하며 잘 살아 보자고.”
일반인들은 고개를 떨구며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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