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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크크크크

그 속에 숨은 울퉁불퉁함은 사랑할 거예요

by 이열

머리 모양이 울퉁불퉁합니다. 두상이 그렇다고요. 총체적 난국인데요. 앞머리는 다른 쪽에 비해 살짝 좁고 옆머리는 살짝 튀어나온 데다가 뒤로 갈수록 양쪽 끝 위가 툭 튀어나온 모양새랍니다. 뒷머리는 위가 아닌 아랫부분이 튀어나와 전체적으로 보면 괴상한 몰골. 그래서 어떻게든 헤어스타일로 커버하기 위해 늘 머리 잘하는 맛집을 찾아 헤매는 저는 한 마리 하이에나.


도대체 어떻게 하면 두상이 이렇게 못생길 수 있을까 항상 궁금했습니다. 왠지 엄마 뱃속에서 자유분방하게 자라다가 바로 꺼내졌을 것 같아, “엄마, 나 제왕절개로 태어났어?”라고 여쭤봤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시면서 “내가 널 얼마나 힘들게 낳았는데 이눔아.” 하시던 어머니, 사랑합니다.


반면 아내 님은 참으로 동글동글한 두상을 갖고 계십니다. 균형 잡힌 구, 혹은 약간 눌린 타원형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요? 반삭을 하면 정말 귀여울 것 같아 아내 님께 종종 권해 보지만, 늘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맛!” 하며 일축하시네요. 하지만 저는 진심입니다. 가뜩이나 귀여운 얼굴에 동글동글한 머리까지 드러내시면 얼마나 러블리할까요? 하루 종일 머리를 쓰다듬고 있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 (앗, 그만할게, 여보)


아무튼 요상한 두상 때문에 모자가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가끔 머리 안 감았을 때 야구 모자 무심한 듯 눌러쓰고 거리를 배회하고 싶은데 말이죠. 어쩌다 마음에 쏙 드는 모자를 발견했는데, 내 머리에 얹었을 때 어쩐지 모자에게 미안해지는 기분, 여러분은 혹시 아실는지 모르겠네요.


이사 후 미용실 이곳저곳을 전전하고 있습니다. 유니크한 제 두상을 아름답게 가꿔주실 선생님을 찾고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만난 선생님께서 제 두상을 요모조모 살피고 만지시더니, 초면인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제 인생 최고의 도전 과제가 될 것 같아요.” 부끄러웠지만 왠지 모르게 자부심이 느껴졌습니다. 아아, 그가 나를 극복하면 업계의 전설이 될 수도 있겠구나. 다행히 결과물도 마음에 들어 당분간 그 집에 계속 가기로 했습니다. 한 사람의 성장을 돕는 기분, 짜릿하네요.


결론입니다. 저는 얼마 전까지 제 두상을 미워했어요. 좁은 식견으로 아름답지 않다고 판단했지요. 하지만 미용실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을 듣고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정말 수천, 수만 명의 머리를 보셨을 그분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로 미루어 보면 내 머리는 정말 개성 폭발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이지요. 이제는 유일무이한 제 두상이 자랑스럽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헤어스타일로 예쁘게 가릴 거지만, 그 속에 숨은 울퉁불퉁함은 사랑할 거예요.




사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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