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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크크크

우리 모두 각자의 유일무이함을 사랑해 보아요

by 이열

이열은 닉네임입니다. 저의 원래 성씨는 우연의 일치로 ― 크크크 ― ‘이’씨인데요. 영문 표기로 ‘YI’를 사용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볼 때마다 묻더군요. 왜 ‘LEE’가 아니고 ‘YI’냐고. 아니 꼭 LEE로 써야 하냐고 반문하고 싶지만, 많이들 LEE로 쓰시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넘어갑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궁금할 일인가 싶기도 하고.


초등학교 4학년 때로 기억합니다. 처음 여권을 만들었는데요. ― 해외는 한참 후에 나갔는데 왜 그때 만들었을까요? ― 영문 이름 표기가 필요하더라고요. 이름이야 발음대로 적는 공식이 있어서 아무 고민 없었는데, 성은 무얼로 쓸지 갈등했습니다. 그냥 많이들 쓰는 LEE로 가는 방법이 있었고, ― 당시 교과서 예문에 나온 등장인물을 따라서 ― YI로 가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잘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 이렇게 생각했을 것 같아요. 아니, 내 성은 ‘이 yi’로 읽는데 왜 ‘리 lee’로 써야 하지? 혹은 이랬을 수도 있습니다. LEE는 남들 다 쓰니까 나는 개성 있게 YI로 가즈아 (청개구리 근성 강함)

그런데 성장 과정을 거치며 이 결정을 후회했습니다. 나중엔 LEE가 더 멋져 보였거든요. 바꾸고 싶었는데, 여권 영문명 바꾸는 절차가 복잡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두었지요, 뭐.


지금은 다시 YI가 더 좋습니다. 역시 유니크한 면도 마음에 들고, 제 영문 성을 처음 발견한 사람마다 궁금함을 참지 못하니 아이스브레이킹 역할도 해 주거든요. 다만 제 아이도 저를 따라 YI를 써야 해서, 그건 살짝 아쉽습니다. 한글 이름 발음이 영어식 이름과 같아, 영문 이름만 보면 외국 사람이거든요. 거기에 YI보다는 LEE가 붙어야 완벽한데 말이지요.


하지만 우리는 늘 불완전함을 안고 사는 존재. 그래서 살짝 부족할 때 드러나는 인간미가 더 아름답습니다. 완벽에 가까울수록 숨이 막히고 불편한 마음이 들기 쉽지요. 완전 흔한 외국 이름보다 YI가 붙음으로써 기억에 남는 유니크한 이름 탄생! (딸아, 네 영어 이름 짱이니까 이름처럼 유니크한 인생 살 거라)


저에게서 남들과 달라 마음에 안 들었던 모든 부분을 다시 톺아 보고 있습니다. 다른 내가 너무 좋고, 멋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 모두 각자의 유일무이함을 사랑해 보아요. 아이 러브 미, 아이 러브 유. 뿅




사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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