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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The Lovers - 사랑의 완성

매일같이 이어나가는 불씨

by Karel Jo


The Lovers, 연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카드는 타로에서 6번째 순서에 놓여 있다. 그 이름에 걸맞게, 일반적으로는 '진정한 사랑', ‘선택, 그리고 결합’의 의미를 담고 있다.


직관적으로 바라보기 쉬운 이 카드는 사실은 훨씬 깊고 복합적인 의미를 안에 담고 있다. 연인은 단순한 연애의 상징이 아니다. 이 카드는 ‘사랑’이란 이름 아래,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부터, 각자의 길을 마주한 채 서 있어야 하는 모든 시간까지를 포함하는 깊고도 복잡한 관계의 총합이다.


어떤 날은 가까이 있음으로써 사랑하고, 또 어떤 날은 떨어져 있음으로써 사랑해야만 하는 선택의 이야기. 남자와 여자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자기 내면 안에 있는 서로 다른 자아에 대한 진실한 선택, 또는 2명의 관계에서의 정서적 진실성과 책임을 상징할 수도 있는 그런 카드가 '연인'카드다.


무하 카드 속의 연인은, 태고의 두 연인과 그 뒤를 보고 있는 천사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화사하게 피어난 나무 아래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지만, 그 둘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흐른다. 그것은 기쁨이자 책임이고, 설렘이자 부담이다. 지혜의 나무 위의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천사는 마치 이렇게 묻는 것 같다.


"사랑은 무엇을 감내할 수 있는가?"

"너는 네 삶을 타인의 삶과 어떻게 나눌 수 있겠는가?"




연인 카드를 처음 마주했을 때, 나는 지금의 아내와 처음 만났던 순간을 떠올렸다.


사랑은 처음엔 ‘끌림’이었다. 끌림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는 서로 다름에서 오는 이국적인 끌림에서부터 시작했다. 나와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문화에서 자란 그녀는 말 한마디, 웃는 표정 하나로도 나를 설레게 했다. 감정에서 언제나 가슴 뛰는 이유는 그것이 '새로움'으로 다가오기 때문이지 않은가. 가진 것이 달랐던 우리는, 서로에게 신기함, 그리고 설레임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알아가는 데 많은 말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저 함께 있는 시간이 곧 이유가 되었고, 그 이유는 점점 더 분명해졌다. 그러나 사랑이 깊어질수록, 관계는 선택의 연속이라는 것을 배웠다. 함께할 것인가, 말 것인가. 지금 말할 것인가, 참을 것인가. 자신을 더 드러낼 것인가, 아니면 한 걸음 물러설 것인가. 그때의 우리에게 사랑은 '선택'이었다.


많은 선택의 순간에 서로를 포기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수없이 흐른 시간 후에 마침내 결혼을 선택한, 국적과 언어, 가족의 문화를 넘어 삶을 함께 하기로 한 그날부터, 나와 아내에게 사랑은 더 이상 끌림도, 선택도 아닌 ‘결합의 의지’가 되었다. 그 의지 아래 고맙게도, 아내는 오랫동안 살아온 고향을 포기하고 나와 함께 한국에서 생활하기로 결정해 주었다.


그리고 그 사랑이 결합의 의지를 넘어 '존중의 동행'이라는 것을 배운 건, 딸아이가 세상에 태어난 뒤였다.


그 작은 생명은, 내 아내와 나의 세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사랑은 이제 우리 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새로운 존재를 함께 지켜내는 방식으로 다시 태어나야 했다. 서로를 사랑하는 것과, 함께 부모가 되는 것은 전혀 다른 결이었다. 밤새 아기가 울던 날, 서로에게 짜증을 내고 침묵하던 순간들 속에서도, 우리는 매일 아침 다시 사랑하기로 선택했다.


사랑은 이제 설렘이 아니라 책임이었고, 다정한 말보다는 끝까지 견디는 태도가 되어야 했다. 아이 앞에서 작은 다툼조차 그 아이에게 힘없이 꺼질 작은 사랑의 불씨를 바라보며, 우리는 그렇게 사랑이란 끊임없이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아이에게도, 서로에게도 매일같이 각자의 마음 안에 따뜻한 불씨를 꺼지지 않게 지켜내는 하루, 그것이 우리의 완성된 사랑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안다.


사랑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매일이 사랑의 날이 아니라, 사랑을 지키는 싸움의 연속이다.

사랑은 말보다 태도이고, 감정보다 선택이다.




연인은 묻는다.


너는 여전히 사랑을 설렘으로만 기억하고 있는가?

누군가와 함께 걸어가기 위해, 너는 너 자신을 얼마나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사랑을 고백하는 대신, 오늘도 사랑을 선택할 수 있겠는가?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조용히 그녀의 손을 다시 잡는다.


“나는 아직도 어설프지만, 매일 선택할 수는 있다.”

“나는 가끔 지치지만, 등을 돌리지 않을 수 있다.”

“사랑은 늘 쉽지 않지만, 그 어려움을 감당하는 것이 우리가 맺은 약속이다.”


연인은 단순히 사랑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는 타인을 위해 자신을 재구성하는 사람이다. 사랑을 말하는 대신 보여주는 사람. 감정이 아니라 선택으로 관계를 지켜내는 사람.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 못해도, 같은 자리에 서는 연습을 멈추지 않는 사람.


그것이, 나의 연인이다.


그녀와 함께, 매일의 사랑을 새롭게 선택하며 살아가는 나의 또 다른 얼굴.

서로를 위해 매일 다짐하고, 매일 흔들리면서도, 결코 놓지 않는 관계.

그 속에서 나는 오늘도 사랑을 감정이 아닌 '삶의 구조'로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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