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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 22장의 문을 지나, 다시 나에게로

언제나 나만이 나에게 귀 기울일 수 있기에

by Karel Jo


The World 카드를 끝으로, '나의 세계를 다시 살아가겠다'라고 말한 그 말에 이어 타로카드의 마지막 장을 덮고, 잠시 조용히 눈을 감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또는 방랑자로 출발하여 그 여행의 끝을 되돌아보고 나니, 마치 정말로 내가 어디론가 떠났다가 방금 집으로 돌아온 듯한 피로감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낀다.


0번의 The Fool로 시작된 여정은 그렇게 21번 The World에서 마무리되었고, 나는 이제 다시 이 카드들을 덮어 서랍 안에 넣는다. 하지만 내가 이 여행을 마친 건 아니다. 타로를 마주했던 그 시간은 카드의 수만큼 이어진 어떤 해설이 아니라, 나 자신을 단단히 바라보았던 스물두 번의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카드를 처음 펼쳤을 때와 지금의 나는 분명히 다르다. 그 다르다는 것이, 내가 좀 더 타로카드에 대한 해석을 잘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단지, 또 한 번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성찰의 시간을 가져 타로를 펼치기 전보다 내가, 한번 더 일어설 수 있는 강한 사람이 되었다는 말이다. 카드를 만나면서, 내 안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정의하고 단정하려 했던 태도에서 한걸음 물러설 수 있게 되었다.


왜냐하면 타로는, 단순히 나에게 해답을 내려줄 수 있는 어떠한 마법이 아니라, 그저 내가 처한 상황을 달리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이 아닌, 어째서 이런 상황에 처했는지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의미'보다는 '관계'에 가까운 도구기 때문이다. 그가 나에게 내려주는 것은 해답이 아닌 질문.


너는 지금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느냐.

너의 안에서 보이는 그는 누구냐.

진정 네가 원하는 바를 알고 있느냐.


타로는 나에게 언제나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내게 그것은 곧 내가 나와 맺는 관계, 그리고 삶과 맺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언제나 내가 인생에서 무언가 봉착에 빠졌다고 느낄 때, 타로를 꺼내 한 장 한 장 이렇게 되돌아보는 습관이 있다. 결국 이 여정은 타로에 관한 해설서라기보다는, 더 적확하게 말하자면, 타로를 빌려 나를 이해하고자 했던 하나의 여정이며, 그 여정이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 되기를 바라는 나 자신의 수양록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이름으로 살아왔던 나, 그 수많은 역할에 묻혀 잊히곤 했던 나라는 이름을 다시 불러내기 위해, 나는 카드를 꺼냈다. 심판(Judgement)의 천사가 건네는 그 부름처럼. '이제 너를 용서해도 돼'라고, '이제 너를 사랑해도 돼'라고 말해줄 수 있을 때까지. 이 여행의 끝에서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사실은, '나는 완성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이 문장 하나가 내게 다시 자유를 주었다.


삶은 매번 단조로운 것 같으면서도, 매일의 조금씩 다른 유혹으로 우리를 힘들게 한다. 조금씩 다른 매일을 아무렇지 않기 달리 만드는 일에는 굉장한 창의성을 필요로 하며, 그 자체로 끊임없는 순환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깨닫고, 다시 잊고, 또다시 떠올리는 반복 속에서 나는 성장이라는 단어를 이해하게 되었다. 타로는 그런 의미에서, 잊지 않기 위한 나만의 다리였다. 흔들릴 때마다 다시 붙잡고 건너갈 수 있는, 내 안의 목소리를 다시 만나는 통로였다.




이제 나는 카드에 답을 묻지 않는다. 다만 카드가 내게 어떤 질문을 건네는지를 살핀다. 그리고 그 질문을 따라 나 자신을 되돌아본다. 어느 날은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질문이 떠오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질문조차도 이제는 회피하지 않기로 했다. 타인의 목소리를 경청하듯, 이제는 내 안의 속삭임에도 귀 기울이기로 했다.


이 글을 읽는 당신 또한, 누군가의 기대와 시선 속에서 지친 하루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미 그 기대를 충족하며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설명되지 않는 공허함을 느끼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순간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카드를 펼쳐 보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 카드에게 ‘답’을 구하려 하지 않기를. 그저 한 장의 그림을 바라보며, 지금의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자문해 보기를.


타로는 그 질문의 여정을 함께 걸어줄 뿐이다. 그것이야말로 타로가 가진 가장 인간적인 가치이자, 가장 깊은 치유의 시작이다.


스물두 장의 문을 지나, 나는 다시 나에게 돌아왔다. 아마 앞으로도 나는 또다시 길을 잃을 것이다. 무너질 것이고, 다시 질문 앞에 설 것이다. 그러나 이제 나는 안다. 그 모든 순간조차 나의 일부이며, 내가 살아 있는 증거라는 것을. 그렇게, 또 한 장을 조용히 펼칠 것이다.


그리고 다시, 내 이름을 불러낼 것이다.


“나는 나의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


그 문장으로 나는 이 글을 마친다.

그러나 이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당신의 카드가 당신을 부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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