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아내의 요리를 사랑하지만
힘든 여정 끝에 우크라이나에서 무사히 장모님이 한국에 입국하시게 된 지 어느덧 사흘이 지났다. 시차도 시차지만,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기 힘들지 않으실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둘째 딸이 낯을 가리지 않고 애교가 많아 항상 장모님께 달려가기 때문일까, 아니면 말은 잘 못해도 말씀은 다 알아들으며 항상 장모님과 놀아 달라는 어느덧 유아가 된 첫째 딸 때문일까. 장모님은 한국에 그렇게 스며들어 편안한 시간을 보내시고 있다.
남편으로서는, 아내의 변화가 눈에 보이는 게 무엇보다 가장 마음이 편하다. 전쟁 중이라는 특수한 상황은 차치하고서라도, 자기 어머니와 멀리 떨어져 살아야 하는 딸의 마음이 어찌 그리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 하물며 아내는 외동이고, 장인어른 또한 꽤 오래전에 돌아가셔 자신과 장모님 외에는 직계 가족이 없는 상태다.
비록, 어른이 되어 서로의 가정을 꾸리게 된 후에는, 부모님은 멀리서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거라고는 하나, 근 3년 만에 다시 자기의 어머니를 만난 아내의 표정은 더없이 밝고, 아내와 엄마의 얼굴보다는 한 어머니의 딸의 얼굴로 때로 투정도 부리는 그런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모두에게 행복이 가득한 그런 시간을 벌써부터 보내고 있는 것이다.
사위인 나로서는, 여전히 때로 양말을 신지 않으려고 도망간다거나, 유치원에 가지 않겠다는 작은 일로 이따금씩 소리가 높아지는 일 말고는 행복과 웃음이 가득해진 집을 바라보는 것도 흐뭇하지만, 나 또한 오랜만에 뵌 장모님을 사위로서 잘 모실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스스로를 뿌듯하게 만드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역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식탁이 달라졌다'가 아닐까 싶다.
오해를 쌓기 전에 미리 말하는 것이, 나는 아내의 요리와 식탁에 아무런 불만이 없다. 외벌이인 내가 밖에서 일할 동안, 돌이 갓 넘은 아이와 6살 유치원생 딸 둘을 데리고 집안일까지 하며 요리를 준비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일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피곤하면 배달이나 외식을 하자고 하고 있고, 사실 요리는 내가 더 잘하기 때문에 주말이면 내가 나서서 식탁을 차리고는 한다.
그러나 어머니란 존재는 시간을 거듭할수록 더욱 슈퍼우먼 같은 존재로 성장하지 않는가. 짧은 시간 내에 수많은 집안일을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처리해 내는 또 다른 슈퍼우먼인 장모님이 등장하신 이후로, 나는 퇴근길에 장모님의 손맛이 듬뿍 담긴 저녁을 곧바로 맞이하고, 저녁을 먹은 뒤에는 우크라이나에서 공수해 오신 달콤한 디저트와 홍차 한 잔으로 저녁 시간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비록 커버사진에처럼 매일 특별한 정찬을 차려 주시는 건 아니지만, 퇴근시간에 맞춰 집에 들어오는 순간 이미 준비된 식탁을 보고 있으면 이래서 예전에는 3대가 집에 같이 살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다. 대접받고 싶다는 생각이라기보다는, 굉장히 효율적으로 가족이란 구성원이 뭉쳐 있다는 느낌에서다. 나는 돈을 벌어 오고, 아내는 아이를 돌보고, 부모님은 집안일을 도와주시는.
주변 지인들은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할 때 항상 빼놓지 않고 이런 말을 묻곤 한다. '장모님이 해주신 음식이랑 아내가 해주는 거랑 뭐가 더 맛있어요?'라고.
물론 나는 이게 함정 카드라는 것을 분별할 수 있는 어엿한 성인이기에, '당연히 그래도 아내 요리죠~^^'라고 말하며 최선을 다해 나의 거짓을 숨길 수 있다. 그들도 어차피 본질이 무엇인지는 다 알고 있다.
벌써 오신 지 사흘이 지난 지금, 다행히 봄 날씨가 서서히 정착되는 요즘 어딘가로 떠나기에는 너무 좋은 나날이다. 식탁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 이번 주말에는 좋은 곳으로 나들이라도 나가 더 많은 행복한 기억들을 안겨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