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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해내는 아이 뒤에는 다르게 소통하는 부모가 있다.

<프롤로그>

by 김은재

|변해버린 10대 아이, 부모와 빠르게 멀어지고 있다면|


“선생님, 우리 애가 완전히 변했어요.”

중2 민우 엄마는 담임인 내 앞에서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민우 엄마 눈에서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눈물 닦을 힘도 없어 보였다.


민우는 어릴 때부터 엄마에게 유난히 다정한 아들이었다고 했다. 다른 아들 엄마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곤 했었다. 그런 아이가 중2가 되자, 한순간에 변했다. 무슨 말만 하면 “내가 알아서 하면 될 거 아니야?”라고 발광하듯 소리를 질렀다. 엄마가 말만 하려고 하면, “됐어!”하고 눈을 흘겼다. ‘쿵’하고 닫히는 아이 방문 소리가 꼭 자기 존재에 대한 공격 같다고 했다.


민우를 떠올렸다. 민우는 중학교 2학년 1년 내내 수업 시간 내내 엎드려 자는 식으로 반항 행동을 했다. 내가 왜 그러냐고 물으면, “저 공부 안 할 거예요. 꼴등 해서, 엄마한테 복수할 거예요.”라고 말하며 다시 엎드렸다. 상담을 할 때마다 엄마에 대한 적개심을 뿜어댔다. 도대체 그토록 사랑스러웠던 모자는 어쩌다 이런 파탄을 맞게 되었을까?


정도 차이만 있지, 10대 자녀와 전쟁 중인 가정은 민우네뿐만이 아니다. 내 지인 중에서도 꽤 많은 이들이 10대 자녀와의 문제로 힘들어한다. 한 지인은 큰아들과 중학교 때부터 의견 충돌이 있었다. 큰아들이 고등학생이 된 지금은 오직 카톡으로만 대화를 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자식과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했는데, 도통 실마리를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주말에 그런 아들과 한집에 있는 게 숨이 막힌다고 했다. 집에 있는 게 직장에 있는 것보다 힘들다니 그녀의 고통을 알 만 했다. 아들을 대하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말농장을 분양받았다. 텃밭 잡초를 미친 듯이 뽑으며 마음 수양을 한단다.


“식물은 물만 주면 잘 자라잖아. 도대체 왜 자식들은 에너지를 써도 내 뜻대로 되지 않을까?”


ⓒ MBC 무한도전, 자녀가 10대가 되면 혈압 오를 일이 많아진다.


내 지인과 민우네처럼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자녀가 5, 6학년 정도만 되어도 아이들은 “뭐”, “어쩌라고”, “몰라.”, “나가.” “간섭하지 마.”라고 말하곤 한다. 부모가 마음을 열고 먼저 대화를 걸어도, 아이는 거칠게 반응한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자녀와 멀어지는 가정이 많아진다.


|아이와 멀어지는 부모의 소통법 두 가지

자녀와 서서히 멀어지면, 부모는 이런 불안에 휩싸이게 된다.


‘아이랑 서먹해져 버렸는데, 이 입시 지옥에서 내 아이를 무사히 잘 키울 수 있을까?’


소통도 소통이지만, 부모 입장에서 사실 그게 가장 큰 문제는 아니다. 정작 눈앞에 닥친 만만찮은 과제들이 걱정이기 때문이다. 복잡한 입시, 어려워진 공부, 아슬아슬한 아이의 친구 관계 걱정까지. 그뿐인가. 요즘 문제라는 딥페이크 범죄에 휘말릴까 봐, 잘못된 친구를 사귈까 봐, 따돌림을 당하지 않을까, 스마트폰 중독, 게임 중독에 빠지지 않을까, 한참 공부할 시기에 이성 교제를 할까 봐 노심초사하게 된다.


무사히 내 아이가 10대를 잘 통과할 수 있을지 부모 마음은 타들어 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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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무한도전, 10대 부모들은 초조하고 불안하다.


부모는 이렇게 초조해하는데, 아이가 부모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게 되면? 부모는 그야말로 멘털 붕괴에 빠진다. ‘아이에 대한 통제권을 이대로 영원히 놓칠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해진다. 부모는 급한 마음에 ‘너 잘 되라고 하는 말’을 하는데, 아이는 이를 귀찮은 잔소리쯤으로 여긴다. 따박따박 대드는 아이의 표정과 말투도 화를 돋운다. ‘너 밖에 나가서도 그러냐?’며 따끔하게 혼내다 싸움으로 번진다. 좋은 의도로 대화로 시작한 대화가 다툼으로 끝나는 게 일상이다.


어릴 때는 곧잘 부모의 말을 따르던 아이가 자기주장을 하기 시작하고, 부모의 말이 자녀에게 씨알도 안 먹히고 흡수되지 않고 튕겨 나오게 되면? 일단 배신감이 든다. 또한 관계에서 주도권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싸움이 계속될수록 부모의 육아 자존감은 급격히 떨어진다. 육아 자존감이 떨어지면, 부모의 말과 행동에 더 여유가 없어진다. 이 관계에서 통제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불안함에 마음이 더 급해지기 때문이다. 사건이 생길 때마다 ‘이번에야말로 버르장머리를 단단히 고쳐놓을 마지막 기회’로 여기며, 더욱더 열정적으로 잔소리나 압박을 가하게 된다. 그게 다시 싸움이 된다.


그러는 사이, 자녀와의 틈은 돌이킬 수 없이 벌어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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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라디오스타, 부모들은 성에 차지 않는 10대 자녀가 답답하다.


부모는 답답하기만 하다. 부모는 이미 10대를 살아봤기에, 정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만만찮은 세상에서 ‘공부가 가장 쉽고’, ‘열심히 노력하면’ 어느 정도 성공이 보장되는데, 왜 아이들이 ‘이 전쟁 같은 세상 속에서 저렇게 물러터져서 어떻게 살아갈까’ 속이 터진다. 아이들이 시행착오 없이 실수 없이 잘되기를 바라는 선한 의도에서 옳은 길을 자녀에게 계속 제시하는데, 10대가 된 아이들은 그 말을 듣지 않는다.


모든 관계가 그렇듯, 비극은 기대의 어긋남에서 발생한다. 경험상, 10대 아이들이 부모의 기대에 ‘흡족히’ 부응해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부모 말에 반항이나 안 하면 다행이다. 부모 말에 순응하더라도 부모가 원하는 이상적인 모습과 성취를 보여주는 자녀는 극히 드물다. 부모들 눈에 아이들은 아쉽기만 하다. 조금만 더 노력해 주면 좋을 텐데, 아이는 정말이지, 세월아 네월아, ‘최선’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다. 한 소리 하면 참견하지 말라고 눈을 치켜뜨고 대드니 부모 속이 뒤집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일반적으로 대한민국 부모님들은 이럴 때 두 입장을 취한다.


첫 번째는 더 큰 소리를 내서 닦달하며 아이를 몰아세우는 것이다. 이 방법이 효과가 있을까? 우리 중등 교사들 사이에서는 격언이 있다. ‘지옥을 맛보고 싶은가? 중2랑 싸워라.’ 여기에 ‘중2’ 대신 ‘10대 아이’를 넣어도 결과는 같다. 자녀를 닦달하고 몰아세우면 결말은 좋을까? 처참하다. 이렇게 애랑 싸우게 되면 이길 수도 없고, 원하는 결과도 얻지 못한다. 상호 간에 상처만 남긴다. 관계에는 하얀 재만 남게 된다.


두 번째는 소통을 포기하고 서로 용건만 전달하는 사이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어차피 말을 섞으면 싸울 게 뻔하니까, 서로 비니니스 파트너처럼 용건만 말하게 되는 것이다. 부모 마음 한구석에는 ‘소통할 틈이 어딨어? 공부가 먼저지. 주도성 줄 틈이 어딨어? 그냥 내가 해 주고 말지.’라는 신념이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이런 믿음을 가진 부모는 자녀의 궁극적 성장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급함에 부모의 바람을 담은 말만 일방적으로 얘기하면, 자녀는 진정한 동기 부여를 하지 못하게 된다. 당연히 성취력도 떨어진다. 그런 사례를 16년 교사 생활을 하면서 수없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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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무한도전, 소통 단절은 부모, 아이 모두에게 고통이다.


이런 수순으로 10대 자녀와 소통이 단절되면, 부모는 불안과 답답함 속에 갇힌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아이 마음과 연결되는 적절한 소통법이다. 소통을 통해 아이는 자존감을 얻고, 부모와의 연결 속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힘을 길러간다. 결국, 소통이 답이다.


|결국 해내는 아이로 키우려면

반드시 부모가 소통법을 바꿔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10대 자녀와 소통해야 할까? 나는 중1 담임부터 고3 담임까지 수천 명 아이들을 만나서 이 아이들이 중고등학교 시절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 살펴보았다. 350여 회 청소년 도서 작가와의 만남 강연을 하면서 수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만나 고민을 나누고 상담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중3 아들을 키우고 심리학과 뇌과학을 공부하며, 10대 시절을 어떻게 하면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답은 부모의 소통법을 바꾸는 데 있다. 이런 말을 하면 의아해하는 부모들이 있다. 지금 당장 입시 정보 하나, 공부법 하나, 학원 정보 하나 더 아는 것이 중요하지, 이 긴박한 입시 현장에서 한가하게 왜 소통 타령이냐고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낸다.


이런 부모님들께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부모가 10대 자녀에게 소통을 잘해주면, 결국 해내는 아이로 키울 수 있습니다.”


이게 꼭 지금 당장 입시에 성공하고, 다음 시험에서 1등급을 받는다는 말이 아니다. 부모와의 긍정적 소통으로 통해 아이는 인생에서 단단한 자존감을 갖게 된다. 높은 자존감을 가진 아이는 인생을 도전하며 성장과 성취를 즐기며 살게 된다. 이 주장은 나의 개인적 교사 경험, 강연 경험뿐 아니라 심리학과 뇌과학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정신과 의사이자 신경과학자인 그레고리 번스는 <나라는 착각>에서 인간의 뇌는 ‘서사’ 즉 이야기를 통해 자아를 만든다고 했다.


‘만약 당신이 자신의 서사를 바꾸고 싶다면 그럴 힘은 이미 자신의 손안에 있다. 당신이 들은 이야기들이 당신의 서사를 형성하므로 당신이 소비하고 생산하는 이야기를 바꾸면 자아 또한 바꿀 수 있다.’

-<나라는 착각> 중에서-


이를 조금만 바꾸면 이렇다.


‘자녀의 서사를 바꾸고 싶은가? 자녀가 들은 이야기들이 자녀의 서사를 형성한다. 자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바꾸면 자녀의 자아 또한 바꿀 수 있다.’


부모가 아이에게 어떤 서사를 들려주느냐에 따라 아이의 자아는 바뀐다. 심리학과 뇌과학에서는 뭐든 해내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정서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부모가 올바른 소통법으로 아이가 긍정적인 정서를 갖도록 서사를 들려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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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abay, 심리학과 뇌과학에서는 부모와 아이의 상호작용이 아이의 자존감을 만든다고 말한다.


심리학과 뇌과학을 공부할수록, ‘인간의 뇌는 중요한 타자와의 상호작용으로 창조되는 것’이라는 말을 더욱 믿게 되었다. 긍정적인 정서를 만드는 것은 중요한 타자, 즉 부모와의 상호작용이다. 한참 예민한 10대 때, 부모가 해 주는 다정하고 따뜻한 소통이 아이의 뇌 회로 배선을 ‘결국 해내는 뇌’로 만들어준다.

그렇다. 부모의 소통은 아이의 뇌를 창조하고, 인생을 창조한다.

나는 연말이 되면, 본인이 원하는 입시에 성공하는 아이들을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 고된 입시에서 그들은 다른 애들과 무엇이 다르기에 자신이 원하는 성취를 해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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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abay, 결국 해내는 아이들은 3가지 공통점을 가졌다.


내가 지켜본 결국 해내는 아이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졌다. 예외는 없었다.

1) 불안이 아니라 비전 때문에 움직이는 아이

2) 자신이 할 수 있다고 믿고 원하는 성취를 해내는 아이

3) 남에게 친절하지만 자기를 확실히 지킬 줄 아는 단단한 아이

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이 아이들 뒤에는 이들의 심리적 안전지대가 되어 준 부모가 있었다. 이 부모들은 힘들이지 않고도, 아이들과 즐겁게 소통으로 자녀를 건강하고도 성취하는 아이로 키워냈다.


이때 의문이 들 수 있다. ‘그 애들은 우리 애와 달리 머리가 좋은 거 아닌가요?’라고 말이다. 물론 부모가 소통을 잘해준다고, 성적이 5등급인 아이가 갑자기 1등급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성적 5등급인 아이도 자기만이 가진 장점과 잠재력이 반드시 있다. 공부가 아니더라도, 부모가 소통을 잘해주면 아이는 자기가 가진 잠재력의 최고치로 살아가는 자기실현의 삶을 살아간다.


성적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긍정적인 정서를 가진 아이가 성적이 점점 오르는 것은 수없이 보았다. 고등학교 1학년 똑같이 국어 내신 5등급을 받은 아이가 3년이 지나, 의대를 가는 것도 보았고, SKY 가는 것도 보았다.


반면, 이 성적 때문에 자기 인생은 망했다며 학교 생활에 부적응하다가 자퇴해 버린 경우도 보았다. 똑같은 5등급을 아이와 부모가 어떤 정서로 대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학교 현장에서 수업이 목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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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abay,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은 원하는 것을 결국 원하는 것을 해낸다. 지능과 재능은 거들뿐.


미국 신경과학자 조지프 르두는 <시냅스와 자아>에서 ‘시냅스는 우리 뇌가 새로운 경험을 할 때마다 변한다’며 인간의 두뇌는 유전보다는 경험으로 형성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의 두뇌를 만드는 것은 타고 태어난 뛰어난 지능이나 탁월한 재능이 아니다. 살아가면서 하는 상호작용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가족치료의 대가 버지니아 샤티어도 '아이의 자존감은 전적으로 가족의 영향을 받는다'라고 말한 바 있다.


내가 만난 가장 빛나는 두뇌를 가진 아이가 병적 심리를 가진 부모 때문에 잠재력을 펼치지 못하는 걸 보기도 했다. 반면, 인문계고등학교에서 전교 꼴찌를 하던 아이가 부모가 만들어준 긍정적인 자존감으로 자기 삶을 멋지게 일구며 사는 걸 목격했다. 성취가 지금 당장의 입시, 공부가 아니더라도, 부모가 소통을 잘해주면 아이는 자기 인생을 씩씩하고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입시 제도를 봐도 왜 소통이 중요한지가 나온다. 요즘 입시는 예전과 다르다. 부모들 입시 때는 수능만 잘 보면 되었다. 전국 애들을 한 줄 세우기 하던 시절이었다. 입시 제도 효과나 입시 제도가 미친 아이들 성장 이런 걸 다 떠나서, 편하기로는 그때가 참 편했다.


지금 입시는 말도 못 하게 복잡하다. 입시 전형을 모아만 놓은 책자도 벽돌 두 개는 합친 두께이다. 거기다 매년 대학마다 전형 방식이 바뀐다. 대입 수시 전형에 학생부 종합 전형이 있는데, 이 전형은 전공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고, 학업 역량이 되고, 공동체 의식이 높은 아이를 위한 제도이다. 예전 부모 때처럼 그냥 죽어라 공부하다가, 수능 끝나면 진로 상담을 하는 건 상상도 못 한다. 그렇게 고등학교 생활을 보내면 수시 종합 원서조차 넣지 못한다.


아이들은 고등학교에 입학함과 동시에, ‘나는 어떤 과를 가야 하나?’, ‘나는 내가 이 과에 적합한 인재라는 것을 어떤 활동으로 증명하지?’ 이런 고민을 하며 지내야 한다. 리더십 있고, 인간성 좋은 사람이라는 것도 3년 내내 교사들에게 관찰당하며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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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무한도전, 요즘 10대, 정말 힘들다. 연민의 마음으로 바라봐야 한다.


교사인 내가 보기에 요즘 입시 제도는 거의 아동학대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현재 아이들은 어떤 입시 전형으로 대학을 가든 수행평가, 학교 활동, 내신 시험, 친구 관계, 수능 준비 모든 걸 다 관리하며 해내는 혹독한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만약 내신 때문에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정시 준비를 한다고 해도, 아이는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는 자기 동기력과 자기 통제력이 필요하다


이런 입시 제도 하에서 아이들이 부모님의 다정한 격려와 지지의 소통이 없다면? 감정을 공감받고 존재를 인정받고 자신의 선택을 존중받지 못한다면? 현직 인문계 고등학교 교사인 내가 보기에 현재 학교 생활, 입시 제도, 성적 산출 방식 하에서 부모의 현명한 소통 없이는 아이는 버티기 힘들다. 반드시 아이를 지지해 주고, 격려해 주는 부모의 따뜻한 소통이 필요하다.


|부모 소통이 만드는 아이 자존감의 기적|


대한민국 부모들이 영혼을 갈아 사교육에 열을 올리고, 자녀 교육에 신경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극적으로는 자녀가 행복한 삶을 살길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녀가 행복하고 즐겁게 살려면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성취하면서 살아야 한다. 자기를 이용하는 사람 말고, 자기의 가치를 알아주는 좋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사랑받고 사랑하고 살아야 한다. 그러려면 아이가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가치감을 느껴야 한다.


그걸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 바로 부모의 소통이다. 그렇다면 아이가 이 어려운 입시 환경에서 단단한 자존감을 갖고 자기 길을 잘 찾아가는 아이로 키우는 소통법이 없을까?


당연히 있고말고! 이 노하우를 앞으로 연재를 통해 알려드리고자 한다. 자녀가 10대가 되면, 어떤 모습으로든 자녀는 변한다. 이때 당황하지 않고, 지금부터 알려드리는 소통법을 실천하면 된다. 나도 이 방법으로 현재 중3 아들을 양육하고 있다.


내 아이는 중학교 2학년 때 본인도 인정하는 격렬한 사춘기를 겪었다. 작은 일에도 예민해져서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 같았다. 불만이 많고 감정 기복도 심했다. 중2 때 첫 시험 때도 50점, 60점 점수를 가지고 온 적도 있다. 그런데도 나는 행복하게 아이와 이 시기를 잘 보냈다. 아이에게 잔소리를 많이 했을까?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아이는 이후에 알아서 공부하고, 학업성취도가 점점 올라서 중3 마지막 시험에는 본인이 원하는 성적을 받았다. 전교 부회장을 하면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학교 생활을 그 누구보다 즐기며 지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 가정은 큰 소리가 거의 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웃으며 이 시기를 통과했다. 지금도 날마다 서로 안부를 궁금해하며 알콩달콩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이는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10대 아들을 키우는 걸 나는 진심으로 즐기고 있다. ‘내가 무슨 복이 많아서 이렇게 재미있게 10대 육아를 즐기고 있지?’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아이와 잘 지내게 된 건, 내가 뛰어난 육아 감각을 가져서가 아니다. 오히려 내가 10대 아이들을 가르치며 겪은 실패 덕분이다. 중고등학교 현장에서 16년 동안 아이들과 지지고 볶고 싸우고 사랑하며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특히 중2 담임할 때의 한도 초과치 분노와 좌절이 가장 큰 자산이 되었다. 거기다 강연장에서 만난 10대 청소년들과 부모님들의 치열한 고민도 많은 통찰을 주었다.


나의 이 ‘찐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 소통 노하우를 주변 지인들이나 학부모들에게 알려주었을 때, 부모 자녀 관계가 개선되는 사례도 많이 보았다.


지금 변해버린 아이 때문에 고통스러운가? 서먹해진 아이와의 관계를 되돌리고 싶은가? 아이가 인생을 잘 살 수 있도록 등대 같은 부모가 되어 주고 싶은가? 내 아이는 반드시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믿자.


늦은 때란 없다. 부모, 선생님들이 두 손 두 발 다 들고 강제 전학 온 전교 꼴찌 일진도 전교 1등으로 명문대 가는 것도 보았다. 대학 때까지 열등생이었던 아이가 비전을 갖고 대학원을 진학해 우수한 연구원이 되는 것도 보았다.


수많은 중고등학생 제자들이, 심지어 제자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계속 바뀌고 긍정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많이 접했다. 절대 지금 아이를 아이의 최선의 상태라고 생각하지 말자. 부모가 아이와 긍정적으로 소통해 준다면 변화는 오늘 당장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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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abay, 10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따뜻한 소통이다.


10대 자녀와의 대화는 늘 쉽지 않다. 때로는 아이의 무례한 말투에 상처받기도 하고, 부모로서 마음에 상처를 받을 때도 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화내거나 윽박지르거나 협박하지 않고도, 아니면 자녀와 용건만 말하는 어색한 관계가 되지 않고도, 부모의 선한 의도를 자녀에게 흡수되게 하는 방법이 있다.


학생들과 또 내 아이와 소통하며 시도했던 다양한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들과 그 과정에서 깨달은 점들을 공유하려고 한다. 어떤 말이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지, 어떤 태도가 아이를 더 가까이 오게 하는지, 아이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공감과 소통법은 무엇인지, 어떤 방법으로 아 공부를 코칭할 때 아이가 높은 동기를 가지고 해내고 싶어 하는지, 입시를 위한 진로 지도를 위한 대화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사례로 안내할 예정이다.


아이와의 관계를 체념하지 않고 아이와 사이좋게 지내면서도 아이의 성장을 돕는 부모의 일상 소통 스킬을 들려드리고 싶다.


이 방법으로 소통을 하다 보면 부모는 아이는 세 가지를 주게 될 것이다. 이해, 사랑, 존중이다. 부모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이 세 가지이다. 이 세 가지는 아이의 자존감을 창조한다. 자존감은 공부, 인간관계, 진로, 모든 분야에서 아이를 결국 해내는 사람으로 만든다. 부모의 소통법이 바뀌면 반드시 아이 인생이 바뀐다.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도 아이와 진심으로 연결될 수 있는 방법, 나아가 아이 인생에 가장 큰 선물일 자존감을 높여줄 소통법을 이 글에서 함께 찾아가 보시길 바란다. 앞으로 연재할 글을 통해 아이와 즐겁고 따뜻하게 대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소통법을 익히면, 부모 또한 행복해질 것이다. 진심 어린 소통을 통해 부모 자신이 아이에게는 세상 그 누구보다 든든한 안전지대가 되어주는 것에 감동을 느끼며, 부모의 양육 자존감이 절로 올라가는 귀한 경험을 하게 되실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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