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과 선(노드와 링크)

네트워크를 읽고 삶을 잇습니다.

by 깅강일

얼마 전에 방금까지 잘만 쓰던 ChatGPT가 갑자기 먹통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별 질문도 아니었지만 항상 가려운 곳을 잘 긁어주던 터라 저는 새로고침만 눌러대며

'뭐야, 왜 안돼?'를 중얼거렸습니다. 아마 10번쯤 눌렀을까요.


결국 서버가 문제인가 싶어서 찾아보니 그게 맞더라고요. 내 쪽 문제는 아니구나 하면서 한 시름 놓으면서도

질문이 해결되지 않은 답답함에 불평하는 제가 남겨졌습니다. 없을 땐 잘만 살다가도 왜 없어지니까

허둥댈까요.


사실 이런 경험이 한두 번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가볍게는 카톡 메시지가 전송실패되며 빨간 메시지가 보일 때

크게는 21년도에 KT에서 대규모 통신 장애가 일어났을 때. 우리는 평소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에 불편을 느끼는 순간 그 빈자리를 느끼며 허둥대곤 합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던 이 '네트워크'라는 기반을 조금 알아가보고자 합니다.




국어사전에서 '네트워크'라는 단어의 뜻풀이와 용례를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연결'과 '체계'입니다.


(매체) 라디오나 텔레비전의 방송에서, 각 방송국을 연결하여 동시에 같은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체제

(정보·통신) 랜이나 모뎀 따위의 통신 설비를 갖춘 컴퓨터를 이용하여 서로 연결시켜주는 조직이나 체계

어떠한 일이나 문제점을 처리하는데 각 기관 따위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조직적이고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든 체계


결국 네트워크란 흩어진 것들을 이어 하나의 체계로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죠.

더 직관적으로는 노드(점)와 링크(선)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에서 어떤 것을 점으로 하고 선으로 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곤 합니다.

ChatGPT가 먹통이 된 부분을 예로 들면 컴퓨터, 스마트폰, 서버 같은 것들이 점이 되고

케이블과 전파 같은 것들이 선이 됩니다. 사람을 점으로 관계를 선으로 한다면 사회망이 되는 겁니다.

이러한 점과 선 위에 '패킷'(데이터)이라는 작은 데이터 조각들이 흘러가고 점과 점이 이어졌을 때

그때 우리는 비로소 '연결되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생각하며 일상을 돌아봅시다. 나라는 한 점은 홀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가족, 친구, 동료라는 다른 점들과 무언가를 주고받을 때 우린 연결되고 사회를 이룹니다.


그리고 먹통이 됐던 GPT서버처럼 이 연결들도 때론 불안정합니다.

답장이 늦어지고 연락이 안 될 때 우린 사회와 단절될 것만 같은 불안을 느끼죠


흥미로운 건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들이 우리 관계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네트워크에 과부하가 걸리면 속도가 느려지듯 우리 삶도 필요 이상의 관계가 얽히면 오히려 버겁고 피곤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이 흥미로운 유사점들에 대해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어 졌습니다.

다음 회차부터는 네트워크의 핵심 기술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며 그것이 우리가 정의하는 관계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풀어보려 합니다. 아래 예시들과 같은 것들로요.


• 패킷이 길을 찾아가는 법

• 네트워크가 트래픽을 관리하는 법

• 연결이 끊어졌을 때 복구하는 법


기술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삶을 비춰줄 또 다른 지도를 만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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