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수학여행(1)

강원도 시골학교(6)

by 사람냄새
천지사진.jpg 백두산 남파에서 바라본 천지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강원도 정선군, 그중에서도 외진 산골 마을에 자리한 중학교다. 작년보다 줄어든 전교생 수는, 내년에는 또 얼마나 줄어들까. 아이들이 줄어들면 학교는 문을 닫게 되고, 학교가 사라지면 마을도 함께 사라질지 모른다. 이곳에서 학교란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마을의 숨결이자 중심이다.

작년 9월, 새로 부임하신 교장선생님께서 조심스레 말씀하셨다. “국외현장체험학습, 한 번 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그저 '내년 담당자가 알아서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흘려들었다. 당시 나는 교무부장이었고, 그 ‘내년의 담당자’가 바로 올해의 나라는 사실을 그땐 몰랐다.

막상 그 일이 내 몫이 되자,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국외현장체험학습은 생각보다 준비할 게 많았다. 어디를 갈지 사전답사도 다녀와야 했고, 여권 발급부터 학교운영위원회 보고, 학부모 설명회, 안전교육까지 하나하나 챙겨야 했다. 교직원 회의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오갔다.

가장 먼저 나온 질문은, “지금 이 시기에, 그게 정당한 일이냐”는 것이었다. 얼마 전 강원특별자치도에서 수학여행 중 안타까운 사고로 한 초등학생이 세상을 떠났고, 담당 교사에게 실형이 선고되었다. 그 사건은 교육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교사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불가항력적인 사고를 어떻게 감당해야 하나’ 하는 논의들이 끊이지 않았다. 사실, 내가 도시의 큰 학교에 근무하고 있었다면, 나 역시도 이런 상황에서 국외현장체험학습은 무리라고 반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도시의 기준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정서가 있고, 작지만 단단한 공동체가 있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조심스레, 그러나 용기 내어 준비를 시작했다.

그다음 고민은 ‘왜 하필 국외인가’였다. 사실 정선에 사는 우리 학생들 중에는 서울조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아이들이 많다. 국내에도 훌륭한 체험 장소가 많은데, 굳이 해외까지 갈 필요가 있느냐는 말도 일리가 있다. 게다가 한정된 예산 속에서 국외를 추진하려면 갈 수 있는 곳도 제한적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이 계획을 포기하지 않은 건,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었다. 이 아이들이 언제 또 해외라는 세상 밖으로 나가볼 수 있을까?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을 때,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기에, 스스로 해외여행을 갈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생각했다. “지금이 아니면, 이 아이들은 평생 한 번도 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 학교에서 열어주는 기회. 보는 것, 먹는 것, 낯선 언어를 듣는 것, 문화의 차이를 몸으로 느끼는 것. 그 모든 게 아이들에게는 ‘경험’이고 ‘공부’다. 책에서만 보던 세계를 눈앞에 마주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배움이라 믿었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았다. 어렵고 복잡하더라도, 준비해보자고. 그렇게 우리는 국외현장체험학습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작은 시골학교에서, 큰 세상으로의 첫걸음을 내딛게 된 것이다. 우린 '중국'으로 그것도 '백두산'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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