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장. 글의온도, 사람의 온도

사람의 온도가 글의 온도가 된다

by 뭉게 뭉게

나는 그렇게 말을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고등학교까지는 주입식 교육, 대학교 시절에도 팀플보다 리포트를 택했다.
말보다 글이 편했고, 말보다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는 게 익숙했다.

그런 내가 입사 후 오리엔테이션에서 ‘발표의 중요성’을 처음 깨달았다.
나의 최대 단점은 말이 빠르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주 들은 말이 있다.
“너 말이 가벼워 보여.” "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겠어"
그 말이 얼마나 뼈아팠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때부터 발표나 보고할 일이 있으면 일부러 자원했다.
떨리고, 실수하고, 얼굴이 붉어져도 계속 했다.
말의 리듬을 배우고, 설득의 온도를 익히며, 마음속 문장들이 입 밖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비로소 깨달았다.
생각이 정돈되지 않으면, 말도 흐트러진다.
그리고 글은 그 생각을 붙잡아주는 가장 단단한 도구이구나


대학 시절 방학 전, 교수님이 성적에 반영되는 아주 중요한 과제를 내주면 나는 늘 미뤘다.
‘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어느새 마감 하루 전.
그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왔다.
불안, 초조, 후회, 그리고 그럴싸한 변명들.

“이 과목은 포기할까?”
“이번 방학은 그냥 쉬면 안 되나?”

그러다 친구에게 연락해서 사정한다 조금 보여주면 안된냐고

그렇게 결국 허겁지겁 제출한 리포트는 늘 부족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인생의 과제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해야 할 일을 알면서도 미루고,

감정을 마주해야 할 때 외면하고,

상처를 인정하기보다 덮어두려 한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이되지만 막연하게 느껴지는 두려움이 보다는

지금 내 현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익숙한 괴로움을 선택하는 것이다


리가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진짜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다

실패에서 교훈을 얻으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는 괴롭기때문에 그것을 잊어버리려는 것에서 보상을 얻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결국 실패의 이유는 ‘실패’가 아니라 회피다.
우리는 실패가 아파서가 아니라,
그 아픔을 마주하는 자신이 두려워서 멈춘다.


나는 회의하다가 또는 남들과 논쟁하다가 "욱" 하는 못된 성격을 가졌다.

그러면서 뒤끝이 없다 라는 자기위로의 말만 하니 어느누가 나와 진심으로

함께하기를 원하겠는가?

회의가 끝나고 나면 “왜 그대 감정조절을 못하고 또 "욱" 하는 말을 했을까?”

하는 후회가 따라왔다. 또한 회의시간에 말 실수라도 하는 날이면 그 말실수의 내용이

하루종일 내 머리속을 지배하면서 나 스스로를 비하하면서 자책하는 일도 많다


글쓰기 또한 인생의 과제와 마찬가지이다

글을 써야 한다고 마음을 굳게 먹었으면서도 다른 일만 발생하면

"오늘이 안써지면 내일써야 되지"

" 꼭 내가 이렇게 열심히 작가되기 연구기를 쓸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나를 괴롭힌다

그리고 글쓰는 것을 고민하는 것이 자꾸 어려워지면 괜히 스트레스를 받지말고 좀 잊어버리려고 한다.

누군가 "야! 요즈음 글은 잘써지니?" 라고 물어보면 괜히 짜증을 부리기도 한다


글은 진행의 예술인 것이다

조금씩, 한 문장씩, 한 단락씩 나아가는 것. 쓰고, 틀리고, 다시 고치며,

결국 그 반복 속에서 마음의 체력이 생긴다.

마치 야구경기와 같다


야구경기에서 점수를 내려면 1루에 진루하고 2루와 3루를 돌아서 홈으로 돌아와야 1점이 난다

1루와 2루또는 3루를 동시에 진루하는 것은 존재할 수가 없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2루를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1루를 지나야 한다

즉 홈으로 가겠다는, 득점을 올리겠다는 목표가 없으면 1루를 가야할 이유가 없어진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질문이 따라온다.

“이렇게 쓴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이 글이 과연 누군가에게 닿을까?” 그럴 때마다 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내글이 누군가에게 공감과 위로가 또는 배움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것도 있지만,

나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쓰는 것도 있다.

내가 쓴 문장이 나를 설득하고, 나를 위로하고, 나를 일으켜 세운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그것이 글의 온도이고 내가 원하는 사람의 온도이다


글을 쓰는 건 대화다.
세상과의 대화이자, 나와의 대화.
때로는 외로움을 견디기 위한 대화이기도 하다.
외로울수록 문장은 따뜻해지고, 상처받을수록 단어는 깊어진다.

누군가의 웃음, 말투, 체념, 진심 같은 것들이 문장 속으로 스며든다.

그래서 글이 따뜻하다는 말은 결국, 사람이 따뜻하다는 뜻이다.

결국 글의 온도는 결국 사람의 체온에서 온다.


글이 나를 지켜준 순간들,
그건 누군가의 위로가 아닌,
내가 내 안의 목소리를 끝까지 들어준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세상과 싸우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 속에서 나를 잃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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