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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쉬는 청년들

그들은 과연 정말로 그냥 쉬고만 있을까?

by 뭐라카노뭐라케 Mar 18. 2025

회사를 그만두고 자발적으로 실업자가 된 지 벌써 몇 주가 지났고, 이제 다시 새로운 일을 찾기 위해 슬슬 가동 중이다.

근데 벌써 머리가 지끈 거린다.

‘이렇게 무능한 내가 과연 다시 어떤 조직에 채용될 수 있을까?’

‘만약 채용이 된다면 업무의 강도에 비해 급여가 적어도 계속 일을 할 수 있을까?’

부정적인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일 할 때는 그렇게 조직에 포함되고 싶지 않았다가 나오니 또 조직에 포함되고 싶고 심각하게 변덕스럽다.


며칠 전, 내 계정도 주인이 실업자임을 알았는지 내 알고리즘에 갑자기 고용 관련된 뉴스 기사가 올라왔다.

뉴스는 역시나 고용 한파와 그냥 쉬는 청년에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었다.

현재 그냥 쉬는 청년이 역대 최다라고 한다.

그 뉴스를 보고 있던 나 역시도 그냥 쉬는 청년들 중 한 명이라 마음이 착잡했다.


요즘에는 그냥 쉬는 청년이라는 말에 반감이 들기도 한다.

왜냐하면 일을 안 하고 있다 해서 정말 마음 편하게 아무 생각 없이 푹 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웃어도 웃는 게 아닐 때가 있는 것처럼 쉬어도 쉬는 게 아닌 듯한 ‘그냥 쉬는 청년’의 시기를 나도 현재 보내고 있다.

채용사이트를 밤, 낮으로 계속 드나들며…!!!


현재 근로자에 속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그냥 쉬는 청년’으로만 치부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쉬는 청년’이라 불리는 청년들도 아무런 노력 없이 그냥 진심으로 쉬는 게 아닌 청년들도 많을 것이다.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 살아가다가 잠깐 숨 돌릴 틈이 필요하여 쉬고 있거나 본인에게 더 적합고, 안정적인 일을 찾고 있는 시기일 수 있다.

그러니 그냥 쉰다고 치부되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계속 쉬고 나태 해 지면 안 되겠지만 말이다.


고용 시장에 한파가 크게 불고 있긴 하지만 나도 20대 초반부터 몇 년이 흐른 지금까지 열정 페이 수준으로 근무를 하였던 날들이 많았기에 요즘은 공고를 보면서 나의 선입견으로 인해 쉽사리 입사지원을 하지 못할 때가 더러 있다.

(그 회사가 나한테 뭐라 한 것도, 나를 채용하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꾕가리 친다.)

예전에 이 일 해 봤었는데 너무 힘들었다거나 일 한 만큼의 소득을 얻지 못한다거나 하면서 혼자 자기 연민에 흠뻑 빠져 이 공고, 저 공고 자꾸 거르게 되는 것이다.

분명 일은 하고 싶은 건 맞는데 저번에 했던 근로 경험을 떠올리며,,, 입사지원 하는 것 조차가 겁난다.

고용 시장이 냉랭한 건 맞지만 나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고 싶어 하지만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는 회사에서 요구하는 지원자격에 내가 못 미쳐 많이 부족하기도 하다.

그냥 이제는 양질의 일자리는 어차피 내 능력 부족이기에 바랄 수 없으니 양질의 일자리를 얻지는 못하더라도 예전처럼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는 일을 하고 싶다.


‘부모님 보다 가난한 첫 세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듣고 보니 진짜 그런 것 같았다.

예전과는 물가, 급여, 상여금, 취업 준비 기간 등 많은 게 바뀌었다.

아무리 근로를 해도 집, 차 등 살 수 없다는 말에 현혹되지 말고, 내 현재를 살자고 자주 다짐하지만 일을 했을 때 급여 내역을 보면 희망을 가질 수 없다는 생각이 자주 스쳤다.

그래도 나를 채용해 준 회사들에 감사하며, 근로를 할 수 있게 해 줌에 감사했다.

급여가 적다고 해서 내가 가치 없는 일을 한 것은 아니니깐 말이다.

월 얼마를 벌었다는 영상을 꽤 자주 찾아봤었는데, 그런 영상을 찾아보며, 내가 하는 노동에 불신을 가진 적이 되게 많았다.

지나고 생각해 보면 돈 많이 버는 것만이 노동이 아닌데!


그리고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다.

풍덩.


오늘의 날씨처럼 고용 시장에도 여전히 차갑게 뺨을 때리는 한파가 불고 있다.

이제는 언젠가 좋은 날도 온 다는 기약 없는 말로 스스로를 희망고문 하지 않기로 한다.

(센 척을 좀 해 본다.)

삶이 그렇지 뭐.


요즘은 청년, 중장년 할 것 없이 모든 세대에서 취업 관련하여 고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 숨 쉴 수 있게 따스한 바람이 조금은 불어주길 내심 바란다.

나도 너무 낙관적으로만 이 시기를 보내고 싶지 않다.


오늘 저녁 맛있게 먹고! 내일 또 용기 가지고 입사지원 1건은 꼭 시도해 봐야지!


끝으로 노동 안에서도 서로에게 좀 더 너그럽고 방어적이지 않은 노동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라고 바라나이다.


‘그냥 쉬는 청년’에 급발진 아닌 급발진 한 자의  독백이니 자기 연민과 이 세상을 탓하고자 쓴 글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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