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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Map-지도 위의 인문학

지도의 시작

by Polymath Ryan Jan 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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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의 시작


인간은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이를 기록하려는 본능이 있다. 문자가 없을 때는 그림으로 기록했고, 문자를 발명한 후에는 거북이 등껍질이나 종이를 발명하여 기록을 남겼다. 이때 함께 시작된 기록 중에 하나가 바로 '지도'이다. 처음에는 생존에 관련된 정보를 기록했다. 물의 위치, 산의 위치, 동물 서식지 위치 등 여러 가지 정보들을 기록했다. 단순히 기억하고 공유하며 전수하려는 목적이었다. 지도의 시작은 문자의 시작과 동일하게 나타난다.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중국 그리고 그리스다. 지도가 섬세해지면서 단순한 위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목적을 위한 지도가 등장한다. 메소포타미아 바빌로니아의 점토판 지도는 세계의 중심을 바빌론으로 상징하고 있고, 이집트의 지도는 나일강의 범람 주기와 농업에 관한 정보가 들었다. 중국은 국경을 설정하기 위해 실측 기술을 개발, 활용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그리스는 지리학과 천문학을 결합하여 세계의 구조를 상상했고, 이를 토대로 지도를 제작한다. 


고대 그리스의 에라토스테네스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사서가 된 후, 학문으로서의 지리학 Geographica 을 쓰기 시작한다. 그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된 기원전 6세기의 지도를 보고 지도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당시의 사람들은 에라토스테네스와 동일하게 지구를 바라봤다. 우주 중심에 구처럼 생긴 지구가 있고 천체들이 그 주위를 24시간마다 한 바퀴씩 돈다고 생각했다. 지금 그 지도를 본다면 많이 부족하겠지만 당시의 연구자료와 규모로 본다면 결코 작은 연구가 아니었다. 그는 정확하고 일관된 세계 지도를 제작한다는 목표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약 1350년이 흐른 후, 1492년에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일본으로 항해를 떠나면서 지도책 한 권을 손에 들고나간다. 그 지도는 바로 클라우디오스 프톨레마이오스의 지도책이다. 하지만 그의 지도에는 결함이 있었다. 과학을 무시했다는 점이다. 이전의 지도책들은 제작자들이 아는 바가 없는 영역은 빈 공간으로 비워두는데 프톨레마이오스는 채우고 싶었다. 더욱이 당시 그의 명성은 대단했기 때문에 가설로 채워진 그 부분을 사람들은 믿었다. 그런데 이 거짓으로 채워진 공간 때문에 콜럼버스를 비롯한 야심 찬 항해사들은 먼바다로 나갔다. 사실 콜럼버스가 대양으로 나가기 전까지의 지도의 발전은 암흑시기었다. 프톨레마이오스 이후, 약 1000년 동안 지도는 헛간 깊이 처박혀 있었다. 


지도 위의 인문학


지도는 당시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아주 좋은 자료이다. 중세 유럽의 T-O 지도(O 속의 T 지도)는 기독교적 세계관을 반영하기도 했다. 앞서 이야기한 바빌로니아 점토판 지도에는 바빌론이 세계의 중심으로 표기하기도 했다. 이것은 바로 지도는 권력과 정치에 따라 왜곡되기 쉬웠다는 말이다. 시각화를 통한 본인들의 목적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힘이 집중된다. 사람들은 지도를 보면서 자신들의 국가가 얼마나 크고 어디쯤에 있으며 어디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즉 정체성이 생기면서 하나로 모이는 힘을 가지게 된다. 이것은 인간의 본성 중에 하나인 권력욕의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지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문화적, 예술적 산물로도 평가할 수 있다. 당시의 섬세한 지도 제작 기술을 볼 수 있다. 동물의 뼈, 동물의 가죽, 거북이 등껍질 등에 지도를 새기는 기술은 지도 제작 현장의 문화적인 특징을 알 수 있다. 그곳의 동물의 종류와 털 제거, 가죽 연화, 평평화, 건조 등의 여러 문화적인 것들을 볼 수 있다. 물과 땅 그리고 나무와 초원들을 어떻게 그리는 가를 보면 예술적인 가치도 아주 높다고 할 수 있다. 지도는 경험적인 지식에서 출발했지만 고대 문명과 그리스 철학자들의 탐구를 통해 학문으로 발전한다. 인간은 그 지도 안에 본성을 담아냈다. 중세와 근대를 거쳐 현대에 와서는 다른 목적을 가진 지도들이 제작된다. 환경문제, 도시계획, 국제관계 등 연구하는 목적의 지도들로 발전한다.


지도의 인문학적 의미는 인간의 사고방식, 사회적 구조, 문화적 정체성을 반영하며, 이를 통해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고 형성하는 방식을 탐구할 수 있다. 지도는 인간이 세계와 소통하는 독특한 언어로서, 시대와 문화를 초월해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중요한 매개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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