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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음악

바흐, 음악 건축, 그리고 새 시대

by Polymath Ryan Mar 0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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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세바스찬 바흐요한 세바스찬 바흐

요한 세바스찬 바흐


음악의 아버지로 알고 있는 바흐는 독일 태생의 작곡가이자 오르간 연주자, 쳄발로 연주자였다.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음악 교육을 받았다. 여러 궁정과 교회에서 오르가니스트와 작곡가로 활동하면서 300여 곡의 칸타타를 작곡한다. 하지만 지금 남아있는 곡은 약 200여 곡이다. 그가 라이프치히 토마스 교회에서 음악감독으로 일하면서 예배를 위해 작곡하였다. 성경적 내용의 칸타타 말고도 세속 칸타타도 20여 곡을 작곡하면서 교회를 벗어난 내용을 작곡하기도 한다. 칸타타란 성악과 기악이 함께 연주되는 서사를 가진 음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형식은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양식을 받아들인 것으로 바흐의 융합력과 창의력이 돋보이는 장르로 평가받는다. 그는 동시대 음악가인 비발디, 헨델, 텔레만과 같이 국제적 지명도를 가진 음악가는 아니었다. 비발디, 헨델, 텔레만은 프리랜서 음악가였다면, 바흐는 끝까지 교회 음악가로 남는다. 바흐는 후기 바로크와 고전 음악이 지나는 길목에 있었고, 그가 죽은 후, 독일 음악사학자인 포겔이 '바흐의 생애와 예술, 그리고 작품'을 발표하면서 고전 음악의 대표주자들인 모차르트, 베토벤, 멘델스존 등은 바흐 키즈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한 작곡가였지만, 그가 죽은 후에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위대한 음악가로 추앙받는다.


바흐는 대위법의 대가였는데, 대위법이란 두 개 이상의 독립적인 선율을 조화롭게 배치하는 작곡법이다. 현재의 화성학이 자리 잡기 전에 쓰였던 방식인데, 쉽게 말하자면 대위법은 여러 개의 선율을 수평적으로 흐르게 하여 가장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내는 방식이고, 화성학은 수직적인 음정들에서 순간의 사운드를 만드는 방식이다. 바흐는 대위법을 통해 자신의 음악을 퍼즐이나 수학적 구조처럼 정교하게 작곡한다. 


예를 들면, 푸가 Fuga에서 테마 주제선율을 먼저 연주하고, 주제선율을 거꾸로 연주하기도 하고, 음정의 방향을 반대로 뒤집어 연주하게 작곡하며, 리듬을 다양하게 변형하는 기법을 쓰기도 한다. 바흐는 자신의 이름을 곡에 숨겨 쓰기도 했다. 독일 음계로 B-A-C-H는 지금의 음계로 Bb-A-C-B로 마치 암호처럼 새겨 넣었다. 후대 슈만, 리스트, 쇼스타코비치 등도 이 기법을 따라 하기도 한다. 또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의 곡 배치에서 황금비(1.618...)에 가까운 비율을 이루고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한다. 이처럼 바흐의 곡은 후대에도 끊이지 않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바흐는 대위법을 정리하고 후대의 고전주의, 낭만주의 음악가들에게 기초를 제공한다. 


음악 건축


바흐의 음악을 바로크 건축에 비교하자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바로크 건축은 화려한 장식과 대칭적 구조 그리고 역동적인 흐름을 통한 웅장함이 특징인데, 바흐의 음악에도 이런 요소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 


푸가 Fuga는 하나의 주제가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되는 구조인데, 바로크 건축이 대칭과 비례를 유지하며 확장되는 것과 같다. 베르사유의 궁전의 정원처럼 엄격한 대칭적 질서에서 다양한 배열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바흐의 오르간 토카타는 강렬한 코드가 터지고, 이어지는 푸가 구조에서 거대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바로크 건축물의 입구를 들어서면서 느껴지는 압도감과 웅장함을 느낄 때와 같다. 칸타타와 오라토리오는 다성의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어우러지며 정교한 벽화와 조각이 들어차 있는 공간감을 주는 것 같다. 그의 음악을 들을 때, 바로크의 건축을 보고 걷는 것을 상상하면 바로크의 느낌을 더 가질 수 있다. 바흐는 소리로 바로크 건축을 지었고, 바로크 건축가들은 공간으로 음악을 만들었다. 


새 시대


모차르트는 바흐의 대위법을 계승하여 더욱 세련된 음악을 창조한다. 모차르트는 바흐의 아들을 만나면서 더욱 빠져들었고, 자신의 교향곡과 현악 5중주, 미사곡에 활용하기도 한다. 하이든은 바흐의 푸가 기법을 교향곡과 현악 4중주에 적극 활용하고 그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에서는 바흐 스타일을 완전 적용시킨다. 베토벤은 바흐를 연구하고 자신의 작품에 적극 사용한다.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을 매일 연습하며 화성과 대위법을 연구한다. 베토벤은 바흐를 '불멸의 신'이라 부르며 깊은 존경을 표현하기도 한다. 낭만주의 멘델스존은 바흐의 '마태 수난곡'을 지휘하며 바흐 음악을 칭송하며 그의 음악을 유럽에 재발견하게 한다. 브람스는 바흐의 대위법을 낭만주의 스타일로 융합하여 교향곡과 실내악에 활용한다. 현대 작곡가 쇼스타코비치, 스트라빈스키, 힌데미트 등도 바흐의 기법들을 모던한 스타일로 재해석하며 바흐를 계승한다.


바흐는 단순한 바로크 시대의 작곡가가 아니라, 고전과 낭만을 포함한 모든 음악 시대를 걸쳐 지속적인 영향을 준 음악의 기초였다. 음악적 구조, 이론, 깊이와 다양성 그리고 정교함은 음악의 '기본 언어'를 정립한다. 그 기본 언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의 음악들이 창조되고 지금까지도 그 언어를 이해하고 발전시킬 수 있었다. 


바흐는 이런 말을 남긴다.


'음악은 신의 선물이며, 나는 그저 이를 세상에 전달하는 도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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