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lazie와 Plaine des Palmistes
아침 일찍부터 분주히 움직였다. 갈길이 멀기 때문이다. 교육기관에서 일하시던 N의 부모님은 최근에 퇴직을 하셨다. 퇴직 선물로 살라지(Salazie)라는 지역에 있는 호텔 숙박권을 선물로 받았는데, 나와 N이 처음으로 함께 레위니옹에 온 것을 기념하여 우리에게도 같이 가자며 호텔 숙박권을 선물해 주셨다. 부모님과 우리가 함께 떠나는 첫 1박 2일 여행이라니!
1. Belvédère de Bois Court
차를 타고 점점 올라가기 시작했다. 바다는 더 멀어지고 온통 초록빛인 산길을 올라갔다. 첫 번째로 멈춘 곳은 Belvédère de Bois Court라는 전망대. 레위니옹 섬의 고지대중 하나인 Plaine des Cafres라는 지역에 위치해 있다. 전망대가 1400m에 있어서 탁 트인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전망대는 Grand Bassin과 Cilaos 마을을 마주하고 있다.
바람이 워낙 많이 부는 곳이라서 눈을 뜨고 있기가 힘들었다. 전망대에서 바라볼 때 600m쯤 아래에 있는 Grand Bassin의 작은 집들은 도보로만 접근할 수가 있어서 리프트를 통해서 필요한 물품을 조달받는다고 한다. 레위니옹에서 유명한 폭포 중 하나인 La Voile de la Mariée라는 폭포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내가 갔을 때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도저히 많은 것을 바라볼 수가 없는 상황이라 아쉬웠다.
2. Plaine des Palmistes
두 번째로 멈춘 곳은 Plaine des Palmistes라는 마을. 정확히는 마을로 들어가기 직전에 있는 전망 좋은 탁 트인 장소 Col de Bellevue에 멈췄다. 이렇게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을 올라왔는데도 저 멀리 바다가 보이는 걸 보니 섬이긴 한가보다. 이곳은 점심이 되기 전에 도착하는 게 좋다고 한다. 늦으면 늦을수록 안개가 올라올 확률이 높기 때문인데, 안개가 올라오면 멀리 마을과 바다가 보이지 않고 심지어는 코앞도 보이지 않는다고. 여기도 역시 바람이 꽤 부는 편이라서 모자가 날아갈 수 있으니 주의.
3. Hell Bourg
호텔에 도착하기 전 잠깐 멈춘 곳은 Salazie 지역에 위치한 Hell Bourg라는 마을이었다. 아무것도 없었던 산속 마을에 바닷가 근처에서 도망쳐 온 노예들이 정착해서 만들어진 마을이라고 한다. 나중에는 온천이 발견되어서 주변 나라들이나 유럽 사람들도 의료 목적으로 온천욕을 하러 왔다고. 유럽 의사들은 실제로 온천욕을 해야 한다는 처방을 하기도 한다나 뭐라나.
안타깝게도 1900년대에 거대한 사이클론으로 온천이 말라버렸지만 아직도 온천 관광을 위해 만들었던 고급 건물들이 남아있다. 근처에 레위니옹에서 유명한 몇몇 폭포들도 있고, 등산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여전히 관광객들이 드나든다고 하지만 그래도 관광객으로 북적북적한 파리 시내를 보다가 와서 그런지 한적하게 느껴졌다.
4. Salazie - Sarana Hotel & Spa
우리의 목적지인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이 있는 곳은 주변에 정말 아무것도 없어서 호텔이 산으로 빙 둘러싸인 기분이었다.
웰컴드링크를 마시면서 잠깐 기다리다가 숙소로 들어가서 짐을 놔두고, 챙겨 온 샴페인과 리치를 들고 (부모님네와 부모님 이웃네에서 리치가 자란다. 킬로그램당 비싼 돈을 주고 사 먹어야 하는 프랑스 본토와는 달리 여기서는 그냥 집에서 따먹으면 된다.) N의 부모님의 방으로 향했다. N의 부모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샴페인을 마시기 시작했다. N의 가족들과 있으면 주로 N의 아버지께서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 편이다. 조언이나 본인이 살아온 이야기 등을 자주 해주신다. 본토와는 떨어져 있지만 어쩔 수 없는 프랑스사람들이라서 그런지 이 가족은 말도 정말 많다. 거기서 지지 않고 이야기를 많이 한 나에게 박수를. 철학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정말 좋아하시는 분들이다. 내 이야기도 조금씩 하는데 긍정 파워 100%인 이 가족에게는 현실적인 것만 추구하는 내가 하는 이야기가 약간은 다 부정적으로 들리는지 내가 조금 더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나는 낮잠을 싫어하는 편이다. 낮잠을 자고 일어난 다음에 오는 몽롱한 그 기분을 정말 싫어한다. 낮잠을 자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사라지는 그 시간이 너무 아깝게 느껴져서 더 별로인 것 같다. N의 가족들은 낮잠이 생활화되어 있었다. 늘 점심을 먹고 나면 1시간 정도 낮잠을 잔다고 한다. 샴페인을 마시고 나서 부모님은 낮잠을 자겠다고 하셨다. 나와 N은 지금 당장 수영장을 즐기지 않으면 내일 아침은 일찍 떠나야 해서 절대로 수영장에 갈 수 없을 것 같아 당장 수영장으로 갔다.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이라서 그런지 좀 추웠지만,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살라지의 수영장에서 와와인을 마시면서 유유자적할 수 있는 삶이라니. 난 복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