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부 일본 여행의 추억
아침 일찍 렌터카를 픽업하여 큰 아들이 운전하여 오타루(小樽)로 향했다.
삿포로를 출발 때부터 기상 상태가 안 좋아서 싸락눈인가 싶더니 진눈깨비로 변해 차 앞이 잘 안 보일 때가 많았다. 더구나 오른쪽 핸들 운전을 해야 하는 관계로 큰 아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고 있었다.
아들의 오른쪽 핸들 운전을 돕는답시고 블로그에서 ‘일본 운전규칙과 신호등 보는 법’을 찾아서 가족이 모두 외우다시피 하며 아들이 운전하는 것을 도왔다.
“좌회전은 작게, 우회전은 크게
중앙선은 내 오른쪽
녹색불일 때는 직진, 좌회전, 우회전 모두 가능
빨간불일 때는 무조건 정지
단, 빨간불과 화살표가 같이 불 들어오면 화살표 방향은 가도 된다.
화살표가 없으면 무조건 정지. 좌회전, 우회전, 직진 모두 안된다.
STOP 표시 -> 토마레(止まれ) *이 표시에선 일단정지하고 1, 2, 3 센 뒤 출발”
나는 아주 오래전에 남아공에 살면서 우측 핸들 차를 운전했지만 그건 옛날 얘기일 뿐.
오랫동안 좌측 핸들 운전에 익숙해 있어, 자칫 혼동을 일으키기 쉬운 상황이란 걸 잘 알았다.
차는 어느새 삿포로 시내를 벗어나 오타루로 가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고, 진눈깨비 같은 것이 여전히 시야를 방해했지만 조심조심 운전을 해서 오타루에 도착하였다.
간간이 오른쪽 편에 바다가 보였지만 을씨년스러운 날씨 탓에 그리 감동적이지는 않았다.
오타루 관광 주차장에 도착하여서도 눈, 비는 멈추지 않아서 우산을 챙기지 못한 것이 사뭇 마음에 걸렸다.
주차장 건너편으로 방파제 같은 것이 보였는데 파도가 금방이라도 방파제를 넘을 기세였다. 잠시 잊고 있었던 후속 지진을 떠올렸다.
‘오타루’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오타루 운하가 포토스폿이 아닌가.
눈을 맞으며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운하 아래쪽 걸어 다리 쪽으로 다가가는데, 다리 위 포토스폿에는 이미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떼를 지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러나 날씨 탓으로 잔뜩 움츠리고 운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낮이기도 해서 가스등 불을 밝힌 낭만의 오타루 운하를 기대할 수는 없었다.
오르골당에 들러 오타루 관광기념으로 오르골을 하나 샀다. 함께 여행하고 있는 아내와 큰 아들, 그리고 멀리 나폴리에 사는 작은 아들 내외를 위한 나의 작은 선물이라고 나름 위안을 삼았다. 매 15분마다 멜로디를 내는 오타루 증기 시계 앞에서 인증샷도 찍었다.
오타루 스시 거리도 눈을 맞으며 걸었고, 닛카 위스키 요이치 증류소에 들러 삿포로 스스키노 사거리에 매달린 닛카상의 위스키를 기어이 몇 병 거머쥐었다.
오타루를 벗어나 이제는 다음 목적지인 도야호(洞爺湖, 도야코)로 향했다.
국도 393번 길에 들어섰지만 눈은 멈추지 않아서 눈 내리는 차창 밖을 바라보면서 조심스럽게 방향을 잡아 나갔고 그렇게 한동안을 달렸다.
중간에 사이오 전망대에서 잠시 쉬었다 갈까 계획했지만 고도가 높아지면서 산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차 앞유리창 와이퍼가 쉴 새 없이 움직여도 허사.
가히 폭풍급 눈바람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패스! 건너뛰고 어서 안전하게 호텔을 찾아가고 싶었다.
이렇게 오타루를 출발하여 약 2시간 10분가량을 달려 오후 4시경 천신만고 끝에 미리 예약한 호텔에 도착하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호텔로비에 체크인을 준비하는 동안 눈앞에 펼쳐진 도야 호수 뷰는 가히 절경이었다. 호수 한가운데 떠있는 나카지마섬(中島)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이래서 ‘도야 호수, 도야 호수 하는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도야호는 호수가 유명하고 G8정상회의 개최지이기도 한 데다 온천이 좋아서 인기가 높다.
호텔 방 안에서 마음을 좀 진정하고 언 몸을 녹인 뒤 저녁은 구관으로 건너가 호텔뷔페를 먹었다.
여기까지 오느라 언 몸을 녹이라는 듯 아귀 맑은 탕이 차려져 있었고, 약식 가이세키가 준비되어 있었으며, 뷔페 음식은 대체로 퀄리티가 높았고 맛있었다.
호텔 룸으로 돌아와서는 가족이 모두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오랜만에 여유를 부리며 호사를 누렸다.
내일 아침엔 일찍 일어나 8층 대욕장에서 다시 한번 온천물에 몸을 담글 생각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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