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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카우치서핑 스토리2

이탈리아 토리노, 파비오 편

by 장윤서 Jan 3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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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노에서는 파비오를 만났다. 파비오의 집에 도착하니 중국에서 온 카우치서퍼가 한 명 더 있었다. 20대 중반의 지애는 중국에서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는데 여행하는 것을 좋아해 방학마다 카우치서핑을 하며 해외로 나온다고 한다.


나도 나중에 여행과 관련없는 일을 하면서도 꾸준히 여행을 다닐 수 있을까 생각하며 그녀가 대단해 보였다. 지애와 파비오와 함께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가 저녁을 함께 하였다. 사람도 많고 맛도 있는 로컬 맛집에서 토리노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들을 맛보았다. 


토리노 지역의 대표 음식들. 신기하게도 육회가 유명했다.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토리노 지역의 대표 음식들. 신기하게도 육회가 유명했다.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


8월 15일은 한국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에서도 큰 공휴일이다. 페라고스토(Ferragosto)라고 하는 이날은 가족, 친구들과 모여 숲속에서 바비큐를 하며 보낸다고 한다.(파비오 피셜) 


페라고스토는 원래 아우구스타스 황제가 8월 1일을 쉬는 날로 정했고 근로자들은 보너스를 받으며 쉬었다고 한다. 이후 가톨릭 교회에서 성모 마리아의 승천이 있었던 8월 15일로 페라고스토를 옮기며 이날에 맛있는 음식들을 많이 먹으며 기념하게 되었다. 지금은 종교적인 의미보다도 휴가와 축제로써의 느낌이 더 강하다.


토리노에 머무는 기간에 우연히 페라고스토가 끼어있었고 파비오는 흔쾌히 페라고스토를 기념하는 친구 모임에 초대해주었다. 


파비오의 차를 타고 점점 산으로 한 시간쯤 달렸을까 물 좋고 공기 좋은 우리나라 여름 휴가철의 계곡과 같은 모습이 등장했고 그곳에서 또 하이킹을 해 산을 올랐다. 유럽에서 가장 큰 숲속 요새인 페네스트레예(Fenestrelle)가 모습을 드러냈다. 


유럽에서 가장 큰 요새, 페네스트레예.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유럽에서 가장 큰 요새, 페네스트레예.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


파비오의 친구들은 이미 고기를 굽고 있었다. 파비오의 직장 동료 모임으로 시작된 이 모임은 친구의 친구들까지 규모가 커졌다. 직장 동료는 휴일에 만나고 싶지 않은, 친하게 지내기에는 어딘가 불편한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격 없이 친한 친구들을 만나듯 대하는 파비오와 친구들을 보니 신기했다. 


한 20명 정도 모였을까, 강한 햇빛을 가려주는 구름 아래에서 페네스트레예를 마주보며 방탄의 음악을 배경으로 와인 잔을 부딪혔다. 이탈리아 사람들, 정말 흥이 많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어깨동무를 하고 이탈리아 고전음악을 목청이 터져라 불렀다. 월드컵 응원도 이렇게 해본 적이 없었다. 과열된 분위기에 결국 파비오는 넘어져 갈비뼈를 다치는 사고를 냈다. (다행히 심한 부상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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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비오의 친구들과 함께 한 페라고스토 바비큐 파티.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


카우치서핑이 토리노에서 맺어준 인연은 비단 파비오와 지애, 또 그의 친구들만이 아니었다. 8월의 유럽은 휴가철이라 많은 로컬들이 다른 지역으로 휴가를 간다. 즉, 호스트를 구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시기라는 것인데, 이에 대한 방책으로 나는 여러 명의 호스트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오마르는 그중 한 명이었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해당 기간 동안 나를 호스팅해줄 수는 없지만 시간이 되면 식사를 같이 하자는 연락을 해왔다. 


그는 소믈리에 자격증이 있는 사람으로, 와인으로 유명한 피에몬테 지역의 와인을 시도해보라며 와인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오마르의 설명 하에 다양한 와인을 구경하며 안주와 함께 맛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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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르가 추천해준 와인 레스토랑.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


이후에도 오마르와는 한 번 더 보며 피에몬테 지역의 미식을 탐험했다. 그는 이탈리아 사람답게 와인뿐 아니라 음식에도 지식이 많았다. 그에게 피에몬테 음식과 이탈리아어의 규칙에 대해 질문을 퍼부었지만 고맙게도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성의껏 답을 해주었다. 또 그는 매년 7월에 열리는 음악 축제인 카파(Kappa) 페스티벌을 집에서도 즐길 수 있는 락세권(?)에 사는데 언제든지 환영이라며 초대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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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몬테 지역 미식 탐구.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

 

이탈리아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을 호스트들과 이야기하면서 알게 되었다. 굉장히 가족 중심적인 사회라서 조부모님이 손주들을 돌보는 것이 다른 유럽 국가와는 달리 흔한 일이고 카우치서퍼이자 학생인 내가 돈을 내는 일은 거의 없었을 만큼 더치페이나 개인주의적인 사고와는 거리가 멀었다. 흥이 많고 낯선 사람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고 환대한다는 것 역시 이탈리아 사람들의 특징이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여행자들과는 교류의 접점이 어떻게든 생기지만 현지인들과는 친해질 기회가 부족하다는 점이 항상 아쉬운 부분이었는데 카우치서핑을 통해 여행하면서 궁금했던 점들, 의견을 나누고 싶었던 부분들에 대해 현지인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이탈리아 마피아에 대해 질문하고 영화 추천도 받고, 이탈리아와 중국, 한국의 통상적인 임금에 관한 이야기도 하는 등 사소한 것부터 이전부터 해왔던 나라에 대한 고정관념을 깰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혹은 어느 정도 사실이라는 것을 깨닫거나)


확실한 것 한 가지는 말할 수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이탈리아 음식에 진심인데, 이는 그럴만하다는 것이다. 역시 Italy는 Eataly이다.




참고자료

위키피디아, Ferragosto, 2025.01.29,  https://en.wikipedia.org/wiki/Ferragos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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