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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기부 후기

어.머.나. 운동

by 장윤서 Feb 04. 2025

나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긴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히피펌을 한 긴 머리는 흡사 모아나를 생각나게 하는 비주얼이었다. 여름에 한 파마가 풀리면서, 자라는 머리가 무거워지면서 머리를 자르고 싶다는 생각을 마음에 품어왔다.


마침 오랫동안 긴 머리를 고수해온 폴란드 친구가 머리를 자르고 암환자를 위해 머리카락을 기부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머리카락을 기부할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는데 그게 트리거가 되어 나도 좋은 일을 하고 싶어졌다. 찾아보니 한국에도 머리카락을 기부할 수 있게끔 ‘대한민국사회공헌재단’이라는 단체가 있었다. 


어.린 암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 운동


'어머나' 운동의 신청하기 버튼을 눌렀다.

이미지 출처: 대한민국사회공헌재단 국제협력개발협회 웹사이트



인모가 귀한 탓에 탈색과 염색, 파마를 한 머리도 기부가 가능했다.
심지어는 머리를 빗다가 빠진 머리카락을 모아서 기부하는 것도 가능.
25cm 이상, 30가닥 이상이면 누구나 머리카락을 기부할 수 있다. 



'어머나' 운동은 소아암 환자와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가발을 만들어주는 운동으로, 소아암 환자는 치료로 인해 피부가 민감해져 100% 인모로 된 가발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미지 출처: 대한민국사회공헌재단 국제협력개발협회 웹사이트



기부하기 위해서 머리를 감고 미용실에 갔다. 미용사에게 머리카락을 기부할 거라고 이야기하니 가장 먼저 들은 말, ‘머리가 너무 상했는데 기부돼요?’. 


그렇다, 내 머리는 탈색과 염색, 파마를 모두 거친 머리로 가장 아래쪽은 염색한 검정이 빠져 금색과 밝은 갈색 사이의 색을 띠고 있었다. 단체에서 내 머리카락을 보고 돌려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래쪽은 사용 못 할지도 모르니 아래 부분을 제외하고 25cm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생각보다 더 짧게 잘랐다. 뎅겅뎅겅 싹둑싹둑. 2년 만에 자른 머리였다.


본격 머리카락 길이 비교샷.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


나의 역사와 세월을 함께 한 머리카락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머리카락에게 새로운 인생, 아니 머리카락생, 모생이 시작될 것을 축복해주었다. 


완성된 머리는 너무 뻗쳐 드라이를 해주지 않으면 더벅머리인 상태가 된다. (엄마 아빠가 놀린다.)


가져간 자로 머리카락 길이를 재어보니 30cm 이상이 나왔다. 


미용실에 직접 자를 가져가 재봤다.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


머리카락을 손에 들고 우체국으로 가 택배를 보냈다. 머리카락은 봉투에 넣어 우체국이나 편의점을 통해 정해진 주소로 선불택배를 보내면 된다. 머리카락 기부 완료! 


집에 있는 가장 작은 택배 상자에 넣어 보냈다.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


대한민국사회공헌재단 웹사이트에서 등기 번호를 넣으면 이렇게 기부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인터넷으로 발급받은 기부증서. 개인정보는 가렸다.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


웹사이트에 어머나 운동 사연 후기를 읽으면서 배냇머리부터 엄마와 딸 동반 기부, 장발 아저씨의 기부 등 다양한 사람들이, 특히 어린 여자아이들이 기부했다는 많은 글을 보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아주 어렸을 때 나는 긴 머리를 고수했다. 그 나이 때에는 뭘 해도 귀여운 때인데 왜인지 모르게 긴 머리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그래서 어린 아이들이 머리카락을 기부하는 것이 어떤 마음인지 잘 안다. 소중하게 길러온 것을 내주는 마음이다. 나의 손을 떠나 더 필요로 한 곳에 쓰이도록 보내주는 마음, 그런 마음을 지닌 아이들이 세상을 환히 밝힐 것이다.




+) 머리 자르고 일주일 된 후기: 머리를 짧게 자를 생각이라면 여름에 자르길 추천한다. 겨울에 머리가 짧으면 목이 정말 시리다. 요즘은 집에서도 목도리를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만족스러운 부분도 있다. 이전에는 머리를 감으려면 샴푸를 4번이나 펌핑했는데 이제는 단 1번이면 충분하다. 지구에게 덜 미안한 마음이 든다. 




대한민국사회공헌재단 국제협력개발협회 웹사이트: http://www.kwith.org/sub/02-givehair/2.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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