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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 핀란드로 가는 방법

핀란드 여행기1

by 장윤서 Feb 05. 2025


스웨덴에서 핀란드로 넘어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유럽을 여행하는 많은 투어상품처럼 노르웨이 피오르 투어를 거쳤다가 크루즈를 타고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핀란드 헬싱키로 이동하는 방법, 나처럼 스웨덴 북부에서 차를 타고 핀란드 북부로 넘어가는 방법이 있다. 


크루즈 투어는 안에 객실도 있고 공연, 카지노 등 즐길거리가 다양하다고 해서 이미 한국에서부터 염두에 두고 있던 옵션이었다. 


하지만 인생 그렇듯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은 없었다. 예정에는 없던 스웨덴 북쪽 마을에서의 봉사활동을 계기로 스웨덴에서 핀란드까지 북쪽 지방을 차를 타고 이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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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내가 이동한 요크목 > 오울루 버스 동선, 오른쪽: 일반적인 스톡홀름 > 헬싱키 크루즈 동선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


스웨덴의 요크목(Jokkmokk)이라는 마을에서 핀란드 오울루(Oulu)로 향했다. 


오울루는 핀란드에서 5번째로 큰 도시이고 북핀란드의 수도와 같은 곳이다. 이왕 핀란드 북부를 거친다면 헬싱키 말고도 다른 도시도 경험해보고 싶었다. 

 

여행의 철칙: 작은 마을을 간과하지 말 것. 대도시보다도 작은 마을에서 진정한 나라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요크목에서 오울루까지의 여정은 쉽지 않았다. 


요크목 버스 정류장에서 출발해 버스를 타고 루리오(Lulea)에 도착한 후, 도시에서 두 시간 정도 쉬다가 시간에 맞춰 다른 버스를 타고 스웨덴과 핀란드의 국경인 하파란다(Haparanda)에 도착한다. 


하파란다에서 걸어서 국경을 넘어 토니오(Tornio)라는 작은 도시로 이동한 뒤 그곳에서 다시 한 시간 정도 구경을 하다가 드디어 오울루에 도착하는, 장장 새벽 6시에 출발하여 오후 5시에 도착하는 여정이었다. 


무엇보다도 제시간에 버스가 오지 않으면 다음 버스를 놓칠 수도 있다는 불안함이 컸다. 여행을 하며 플랜 B라는 것은 없는 나에게 여행 중 맞이하는 이런 스릴 혹은 불안함 그 어딘가의 것은 무척이나 짜릿하다. 




요크목 야외 텐트에서 곤히 자고 있는 친구들을 뒤로 하고 여행의 새로운 챕터를 시작하러 집을 떠났다. 2주 얼마나 되는 시간이라고 그 사이에 정이 들어버려 요크목 집을 떠날 때에는 감정이 북받쳤다. 


반년 생활했던 스페인 팜플로나를 떠날 때의 감정에 버금갔을 정도로 친구들과 스웨덴 봉사활동 경험이 큰 의미로 다가왔던 것 같다. 


집을 나오자자 요크목이 나에게 준 마지막 선물인 행운의 다람쥐를 만나며 앞으로의 여정이 잘 될 거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친구들을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른다는 아쉬움에 눈물을 머금으며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6시도 안 된 너무 이른 새벽의 정류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버스가 오기는 오는지 걱정스러웠지만 다행히 버스는 예정 시간을 살짝 넘겨 정류장에 도착했다. 


비가 오는 날이었는데 그때 그 빗소리와 마음속에서 요동치던 여러 감정들, 그와 대조되게 고요했던 주변이 아직도 생생하다. 버스는 요크목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혹시라도 탈 주민들을 태웠다. 


요크목에서의 마지막 한 컷, 강아지 똥을 치우라는 표지로 보인다.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요크목에서의 마지막 한 컷, 강아지 똥을 치우라는 표지로 보인다.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


버스는 한참을 달려 루리오에 도착했고 9시도 되지 않은 비 오는 날의 루리오는 지난번 왔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지난번에는 왔을 때에는 화창하고 동행인이 있어 밝은 분위기였는데 이번의 루리오는 내 마음을 대변하듯 착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다음 버스까지는 여유가 있었고 비도 오고 너무 추워 문을 연 카페에 들어가 몸을 녹일 겸 아침 식사를 했다. 


고백하자면 사귀었던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와중이었는데 카페에 앉아 크로와상 샌드위치를 먹으며 전남자친구가 보낸 메시지를 보며 심란해했던 기억이 난다. 비 오는 바깥과 무거운 배낭, 평일 오전 9시에 카페에 오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있었다. 


어느새 버스 시간이 되어 아까 내린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가 핀란드 국경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이미 기다리던 사람들이 줄을 만들고 있었지만 버스는 예정보다도 20분가량 늦게 도착하였다.


스웨덴에서 자주 본, 한 번쯤은 들르고 싶었던 프랜차이즈 카페.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스웨덴에서 자주 본, 한 번쯤은 들르고 싶었던 프랜차이즈 카페.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


하파란다로 가는 버스는 루리오로 왔던 버스보다 훨씬 소란스럽고 사람이 많았다. 잠시 눈을 붙였다 뜨니 스웨덴과 핀란드의 국경인 하파란다에 와있었다. 


도로 위 표지판에 핀란드라고 적혀있는 사인이 신기하고 또 반가웠다.


스웨덴에서 바로 핀란드를 가리키는 도로 위 표지판.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스웨덴에서 바로 핀란드를 가리키는 도로 위 표지판.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에 둘러싸여 있고 위로는 가깝고도 먼 사이인 북한이 있어 걸어서 혹은 차량으로 다른 나라를 간다는 것이 불가능하고 한국에서 자란 나로서 외국에 나가기 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개념이었다.


오죽하면 다른 나라로 여행간다는 말로 해외여행, 바다 밖으로 가는 여행이라고 하겠는가. 언어에 남은 일제의 잔재인 것일까 생각하면서도 틀린 말이 아니게 되었다. 


하파란다에서는 정말로 한 발은 스웨덴에, 한 발은 핀란드에 거쳐놓을 수 있었고 국경을 걸어서 넘어가는 남자의 모습을 이미지화 해놓은 표시가 참신해 한참을 웃었다.


살금살금 걸어서 국경을 넘는 꽤나 인상적인 하파란다 아저씨.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살금살금 걸어서 국경을 넘는 꽤나 인상적인 하파란다 아저씨.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


스웨덴과 핀란드는 한 시간 시차가 있어 한 발자국 사이지만 스웨덴 쪽에 있으면 한 시간 느리고 핀란드 쪽에 있으면 한 시간 빠르다는 것도 재미있었다. 


시간이라는 것이 자연이 정한 법칙이 아니라 결국은 사람들이 약속한 개념이라는 것을 새삼 다시 체감했다. 


시간 외에도 편의 상 사람들이 정해놓은 많은 것들을 어쩌면 우리는 진리라고 생각하며 살아갈지도 모른다.

옷을 입는 것, 하루에 세끼를 먹는 것, 빨간 불에는 길을 건너지 않는 것, 매일 정해진 시간이 되면 일정한 장소에 가서 일을 하다가 정해진 시간이 되면 집에 돌아오는 것,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것, 돈이라는 개념도 돈 자체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 교환할 수 있는 것들을 가지기 위한 능력으로써 돈을 원하고 있다는 것, 인생에서 얻고자 하는 것들은 돈으로 치환가능한 것인가 등의 생각을 하며 하파란다에 나란히 놓인 두 시계를 바라보았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시차는 친구들이 말해주어 다행이지, 많은 여행객들에게 혼동을 야기했을 법한 것이었다.


왼쪽 핀란드의 시계는 두 시를 가리키고 오른쪽 스웨덴의 시계는 한 시를 가리킨다.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왼쪽 핀란드의 시계는 두 시를 가리키고 오른쪽 스웨덴의 시계는 한 시를 가리킨다.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


하파란다에서는 다음 버스를 타기 위해 30분 간 걸어서 토니오라는 마을에 가야 했다. 비 오는 날 지나가는 차들 옆에서 뚜벅이 한 명이 되어 걷고 또 걸었다. 


시차를 계산한 뒤에도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남았지만 버스 정류장의 정확한 위치가 불확실했고 마을을 둘러보기에도 애매한 시간이라 버스 정류장 근처의 교회에 들어갔다. 크지 않은 교회였는데 교회를 설명해주는 해설사를 만나 교회의 역사를 들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였을까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영어를 아주 잘 구사하는 해설사에게 버스 정류장의 위치도 묻고 추후 여행에서 투르쿠와 탐페레 중 어디를 갈야 할지에 대한 의견도 구하며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작은 마을의 교회에 해설사가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그녀가 나를 보자마자 설명을 해드릴까요 하면서 설명을 시작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의외의 볼거리와 만남이 있었던 토니오 교회.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의외의 볼거리와 만남이 있었던 토니오 교회.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


버스 승차권을 구입한 웹사이트에 다시 들어가 버스 정류장의 위치를 확인하고 해설사의 도움도 있었지만 막상 도착한 곳은 마을버스만이 멈출 것 같은 작은 정류장이었고 그 흔한 버스 스케줄을 알려주는 전광판조차 부재했다.


불안함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고 있을 때 큰 여행용 배낭을 멘 중년의 부부가 다가왔고 노르웨이에서 온 부부는 내가 가는 곳인 오울루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며 적어도 혼자가 아니라는 기쁨을 안겨주었다. 


노르웨이 사람들이 쉽게 대화를 시작한다는 일종의 고정관념이라고 해야 하나 나라별 특성이라고 해야 하나 하는 것을 확인하며 다음 여행에는 노르웨이를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곧 버스가 왔고, 탄 버스는 와이파이도 안 되고 간격도 좁고 하루에 3번 버스를 타는데 갈수록 버스가 다운그레이드 되는 느낌을 받았지만 계획한 대로 놓치지 않고 착착 일정이 풀렸다는 것에 뿌듯해하며 오울루로 향했다.  



- 다음 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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