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압박의 굴레 속에서
언제부턴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었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때는 초등학교 3학년. 영어학원에서 듣기 말하기 온라인 과제를 매일같이 내주었고 한 달에 한 번, 그 달에 가장 꾸준히 그리고 많이 과제를 한 친구에게 상을 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1,2,3등을 뽑아 원생들 앞에서 문화상품권을 주며 박수를 쳐주는 영광의 자리였다. 나는 그 자리가 탐이 나 온라인 과제에 매달렸다.
매일 컴퓨터를 켜서 영어 회화를 듣고 따라 말하고 있었다.
누구도 그렇게 열심히 할 것을 강요하지 않았지만 나는 누군가가 시킨 것처럼 매일 밤 컴퓨터를 켰고 숙제를 하다가 발음이 잘 인식되지 않으면 스스로 분을 이기지 못하고 화를 냈다.
덕분에 나는 영어학원에서 온라인 숙제 우수 학생으로 매달 선정되었고 영어발음은 자연스럽게 향상되었다.
그때가 시작이었던 것 같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감을 느낀 적이. 누가 부여하지도 않았는데 그 압박감 아래서 행동했던 적이.
그 이후에는 공부를 해서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는 학교의, 부모님의, 사회의 유언의 압박을 느끼며 살았다.
하라고 하면 하기 싫어지는 청개구리 특성을 지닌 나는 고집도 부릴 줄 알았다. 중학생 때 친구들이 모두 수학학원, 영어학원을 다닐 때 나는 태권도 도장과 중국어 과외만 받으며 지냈다.
당연히 학교 성적은 좋지 않았고 목표 의식이 없으니 스스로는 그게 문제인지 아닌지조차 인식하지 못했다.
돌이켜 보면 그때 다른 친구들처럼 영어, 수학 학원에 다녔더라면 인생이 달라졌을까를 생각해보기도 한다. 지금과는 다른 인생을 살고 있겠지 생각이 들지만 이제 와 돌이킬 수도 없는 일이고 후회라기보다는 그 나름의 인생을 상상해보는 것이다.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목표의식이 생긴 케이스였다. 하고 싶은 것이 없었기에 최대한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었다.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다. 그냥 해야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한국 사회에서 별다른 특기가 없는 사람이 밥 벌어먹으려면 공부를 어느 정도는 해야 한다고 스스로가 느낀 순간이었다.
대학교 4학년인 지금도 나는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고, 여전히 별다른 특기는 없고, 이뤄놓은 것도 없다. 남들 다하는 인턴이나 공모전 수상, 내세울만한 대외활동 이력도 없는 나는 무언가 해야 한다는 압박감 아래서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
그런 상태에서 시작한 것이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일이었다. 매일 한 단락이라도 글을 쓰려하고 있고, 매일 브런치에 한 편씩 업로드하는 것이 목표이다. 게으르고 목표의식이 없는 내가 유일하게 세운 2025년 목표이다.
커버 이미지 출처: Unsplash의 Christian Erfu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