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눈 앞에 닥친 문제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일못러에서 벗어나기

by 보이저


일을 못하는 일못러들의 특징 중 하나는 눈 앞에 닥친 일만 생각한다는 것이다. 넓은 시야로 바라보지 못하다 보니 늘 아쉬운 결과를 만들어 낸다.


와이프가 갑자기 첫째 아이 바지가 뜯어졌다고 세탁소에 바지 수선 맡기고 와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추운 날씨에 길도 빙판인데.. 혼자 투덜거리며 바지를 들고 세탁소를 들렀다.


"바지 수선 가능할까요?"

"네. 가능합니다."


바지를 맡기고 돌아오니 와이프가 물어본다.


"바지 수선 된대?"

"응. 가능하대"

"언제 찾으러 가면 된대?"

"음.. 그건 안 물어봤는데?"

"우리 오늘 오후에 처가댁 가서 하룻밤 자고 오기로 했잖아"


당장 바지 수선을 맡긴다는 것만 생각했지 내가 이틀 간 집에 없으니 바지를 언제 찾으러 가면 되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었다.



눈 앞에 닥친 일만 생각하지 않는가?


일에 대해서 이처럼 넓은 시야로 바라보지 못하고 눈 앞에 닥친 일에만 몰두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팀장이 갑자기 신제품이 출시되어 기자 간담회를 열어야 한다고, 앞으로 2주 내에 회사 대강당 빈 자리가 있는지 확인해 달라는 지시를 했다고 하자.

이 때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1. 총무팀에 연락해 보고 빈 자리가 없다고 하면 그대로 팀장에게 보고한다.

2. 선 예약을 한 다른 부서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최대한 확보해 본다.


만일 내가 1번에 그쳤다면 나는 눈 앞에 닥친 일만 생각하는 사람이다.


팀장이 대강당 빈 자리를 물어본 건 단순히 자리가 있는지 없는지가 궁금해서가 아니다. 예약하기를 바라고 부탁한 것이다. 그 목적이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하고 지시받은 것만 하면 근시안적 시야를 가진 것이다.



시야가 좁으면 생기는 문제점


이렇게 불평할 수도 있다.

"그러면 지시를 분명하게 했어야지. 두루뭉실하게 지시해 놓고 나보고 다하라고?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 들으라는 건가?"


어떤 경우에는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 모호하게 말하는 팀장들이 분명히 있다. 일을 잘 못하는 사람들의 경우 팀장과의 관계가 늘 껄끄럽고 부담스럽다. 관계가 소원하다 보니 팀장의 최근 관심사나 말하는 스타일을 잘 알기 어렵다. 그래서 더 알아듣기가 힘들 것이다. 내가 그랬다.


그러나 팀장에게 말하기 힘들다고 그냥 있으면 상황은 점점 악화된다.



축구에서 감독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 유형 중 하나가 바로 '시야가 넓은 선수' 이다.


시야가 좁은 선수는 당장 공을 받게 되면, 공을 앞으로 끌고 나갈 생각에만 사로잡히게 된다. 주변에 수비가 달라붙어 있지 않은 동료 선수가 있음에도 이를 보지 못하고 혼자 드리블하다가 뺐기게 된다.


반면에 시야가 넓은 선수는 동료선수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상대 수비수는 어느 쪽에 몰려 있는지 미리 확인한다. 본인에게 공이 오면 수비수들이 움직이기 전에 미리 패스를 줘서 한 템포 빠른 축구를 한다. 우리나라에서 시야 넓기로 유명한 선수로는 기성용 선수가 있다.

시야가 넓어지기 위해서는 생각하는 축구를 해야 한다. 내가 미리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계산을 하고 있어야 당황하지 않고 바로 다음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시야를 넓히는 방법


그렇다면 일 할 때 시야를 넓힐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는가?

이 네 가지를 꼭 미리 생각하자.

1. 지시한 사람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자
2. 이걸 왜 하는지 목적을 파악하자
3. 이 업무 후에는 어떤걸 해야 하는지 파악하자
4. 한번만 더 확인하자



1. 지시한 사람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자

방금 전 사례에서 팀장은 회사 대강당 사용을 원하였다. 거기에서 "자리 없대요" 라고만 말하면 일을 반만 수행한 것이다. 물론 팀장 바램대로 끝내 빈 일정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자리 없대요" 말하고 끝내는 것이랑, "제가 이미 예약한 사람들에게 일일이 확인해 봤는데 빈 자리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팀장도 이 경우 미련을 버리고 인근 건물 대여를 알아보는 등 플랜B를 고민할 수 있다.



2. 이걸 왜 하는지 목적을 파악하자

신제품 출시을 위한 기자 간담회라면 기자가 몇 명이 오고 자리는 어떻게 세팅하고 소요시간은 어느 정도일지 같이 고민해야 한다. 그건 행사 기획자가 고민할 일이라고 나 몰라라 하면 딱 대강당 대여 이 것만 보는 사람인 것이다.


수용인원이 60명인 대강당인데 예상되는 기자 수가 100명이라면 과연 대강당이 적당한지, 100명을 수용할 방법은 있는 것인지 같이 고민하고 팀장에게 보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3. 이 업무 후에는 어떤걸 해야 하는지 파악하자

모든 업무는 앞의 업무, 뒤의 업무로 연결되어 있다. 마침 빈 대강당 일정이 있다면 팀장에게 보고하고 예약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업무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시야를 넓혀보자. 의자를 추가로 세팅해야 하는지, 기자들에게 줄 과일이나 음료를 배치할 탁자는 필요한지, 생중계 예정이라면 촬영팀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야 하는지 등등... 조금만 더 고민해보자.


이런 부분까지 생각하면 당초 공간 60명보다 실제 수용인원은 더 줄어들 수 있다. 이런 것까지 감안하고 팀장에게 보고한다면 더 퀄리티 높은 보고가 될 것이다.



4. 한번만 더 확인하자

팀장이 1~2개만 지시하는 경우는 드물다. 여기에는 포도나무에 붙은 포도송이처럼 추가로 확인할 부분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 자칫 잘못하면 몇 개는 바닥에 흘리고 가는 수가 생긴다. 맨 앞 줄에는 회사 임원들이 앉을 자리를 별도로 마련하라고 했는데 그건 잊어버리고 가는 등 디테일이 부족하게 된다.


앞선 글에서 중요한 부분은 딱 3개만 내 언어로 정리해서 지시한 사람에게 다시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이메일로 받은 지시라면 내가 직접 글로 요약하거나 붙여넣기를 하여 3가지 정도로 핵심을 요약해 보자. 이렇게 하면 바닥에 흘리고 가는 일은 없게 된다.



마무리하며

사람이 마음이 급하고 불안하면 시야는 좁아지게 된다. 당장 눈 앞에 멧돼지가 나타날 경우 어떻게 탈출할지에 100% 집중하지, 그 와중에 오늘 저녁 뭐 먹을지 고민하지는 않는다.


갑자기 나에게 업무가 생길 경우 일을 못하는 일못러들은 이번에는 잘하겠다는 의욕이 넘치게 된다. 그러나 의욕이 오히려 일을 그르치게 된다. 생각도 안하고 당장 닥치고 돌격을 시전하게 되고 결국 처참하게 깨지게 된다.


조금만 더 여유를 갖고 일을 멀리서 바라보자.

눈 앞에 닥친 일만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위 4가지를 명심해서 처리해보자.






keyword
이전 10화항상 겸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