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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업무에 당황하지 않기

일못러에서 벗어나기

by 보이저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다들 아실 것이다. 러셀 크로우가 연기한 '막시무스'는 유명한 로마의 장군이었지만 폭군 코모두스의 음해로 인해 검투사가 되었다.


이 영화에서 유명한 장면은 원형 경기장에서 검투사들이 벌이는 결투 장면이다. 원형 경기장 안에서 서로 간에 두 편으로 나눠서 죽고 죽이는 처절한 전투를 벌이게 된다.


이 때 막시무스는 불리한 조건에서 재빠르게 방패와 창을 활용하여 진영을 펼치고 상대의 전차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여 마침내 승리를 거둔다.


다들 러셀 크로우처럼 히어로가 되고 싶지는 않은가? 회사에서도 다들 힘들어 하는 일들을 척척 해내는 에이스가 되고 싶지 않은가?



90일 안에 장악하는 것이 과연 쉬울까?


'90일 안에 장악하라' 라는 책이 있다.


처음 들어간/이직한 회사에서 90일 안에 적응을 마쳐야 한다는 내용이다. 직장에서의 성공 여부는 90일 안에 결판난다고 이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일에 서투른 일못러들에게 90일 안에 장악은 그저 뜬구름 잡는 소리일 뿐이다.

기본적으로 일을 이해하고 적응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머릿 속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고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않기에 이들에게 90일이라는 시간은 너무나 짧기만 하다.

심리학에는 '초두효과(Primary Effect)'라는 용어가 있다. 사람은 처음 형성된 이미지, 정보에 쉽게 좌우되며 이후에는 왠만한 큰 사건이 있지 않고서는 이를 바꿀 수 없다는 뜻이다.

소개팅 때 상대방을 보고 마음에 든다, 안든다가 결정되는 평균 시간이 6초라고 한다. 이 6초 이후에는 좀처럼 처음 형성된 상대방 이미지가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일을 못하는 사람은 첫인상에서 벌써 지고 시작한다.

많은 경우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좌충우돌하기 때문이다.

국내 유명 통신사에서 근무할 때, 임직원은 요금 없이 공짜로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었다. 남들 다 신청하는 그 방법을 이해하지 못해 나는 1년 가까이나 생돈을 내며 핸드폰을 사용하였다.

당시 신청방법 메뉴얼을 이해하지 못해 인터넷 홈페이지가 아니라 근처 매장에서 핸드폰을 구입했고 이 경우 공짜폰 혜택에서 제외된다는건 나중에야 알 수 있었다.

군대 훈련소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유격 훈련 때 기어서 진흙탕을 통과한 뒤 철조망을 피해 무덤처럼 생긴 엄폐물 뒤에 숨어야 하는 훈련이 있었다. 나는 그걸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반대쪽 엉뚱한 언덕으로 혼자서 뛰어갔고 그걸 지켜보던 다른 훈련병들은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 그 뒤에 조교에게 불려가 엄청나게 혼나고 말았다.



새로운 상황에 잘 대처하지 못하는 이유


내가 겪은 두 사건의 공통점은 어떤 상황을 처음 맞닥뜨렸을 때 제대로 이해하고 대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영화 '해운대'에서 쓰나미가 다리를 덮칠 때 몸이 얼어서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쓰나미에 휩쓸리고 마는 할머니와 같은 모습이 바로 나였다.


직장에서 직원의 역할은 빠르게 적응해서 퍼포먼스를 내는 것이다. 그게 안된다면 첫인상에서 엄청난 마이너스 점수를 깔은채 직장생활이 시작되는 것이다. 생각해 보자. 축구에서 0대3으로 지는 상태로 90분 경기가 시작되었다면 그 스코어 뒤집는게 쉬운일이겠는가?


그렇다면 일을 잘 못하는 일못러들은 왜 빨리 이해하고 대처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걸까? 슬로우 스타터로 시작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아래 3가지 원인이 있다. 원인과 해결방법을 같이 알려드리고자 한다.



1. 쉽게 긴장한다.


슬로우 스타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이번에는 꼭 실패하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이 굉장히 크다. 그러나 자기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과거의 많은 실패 경험이 있기에 긴장하게 되고 두려워하게 된다. 머리속이 하얘지는 경험을 누구나 해봤을것이다.


긴장은 사람의 뇌를 마비시킨다.


야구선수가 실책을 안하겠다고 다짐 또 다짐하고 수비에 들어오면 오히려 몸이 더 얼어붙게 되고 실책을 범하게 된다. 볼링 경기에서도 연습때는 300점 퍼펙트를 곧잘 기록하는 선수들이 국가대표 선발전에만 들어오면 몸이 얼어서 200점도 기록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긴장은 이처럼 뇌를 마비시키고 생각을 경직시킨다는데 큰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긴장하지 않을 수 있을까? 긴장 안할래! 이렇게 다짐하면 자동적으로 긴장 안할 수 있는것일까? 당연히 그건 아니다. 억지로 긴장 안하려고 하면 그 강박에 오히려 시달린다. 긴장을 막는 다음 방법을 추천드린다.


[쉽게 긴장하지 않는 방법]

1) 당신이 맡을 업무의 전체 히스토리부터 파악하자.

2) 자주 틀리는 부분, 유의해야 할 부분을 꼭 체크하자

3) 꼭 복기하자.


당신은 꼼꼼한 스타일도 아니고 이해력이 좋은 사람도 아니다. 처음부터 빠르게 다 파악해서 이해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힘들다. 빠른 이해와 적응에 대한 조급함부터 버리자.


가장 중요한 아래 3가지를 꼭 챙기고 여기에 집중하자. 나머지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하면 된다.


1) 당신이 맡을 업무의 전체 히스토리부터 파악하자.

히스토리를 파악할 때는 배경, 목적을 먼저 파악하고 변경된 내용이 중간중간에 있었는지 파악하자. 내용부터 파악한 뒤에 그래도 이해가 잘 안가는 것을 이전 담당자에게 물어보자. 자기도 이해 못한 상태면 뭘 물어봐야 하는지도 잘 모르게 되고 이러면 엉뚱한 질문과 답변만 반복하게 된다. 전임자에게 자료를 요청할 때는 꼭 참조를 소속 팀장을 넣어서 내가 적응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2) 자주 틀리는 부분, 유의해야 할 부분을 꼭 체크하자.

조금만 잘못 이해하면 틀릴 수 있는 내용들이 분명히 있다. 전임자들은 경험을 통해 그게 무엇인지 알고 있다. 꼭 실수하기 쉬워 조심해야 하는 부분을 알아야 한다.


재무회계팀에 있을 때 부가세 항목 체크하는 부분이 늘 골치였다. 세금 항목에는 과세, 비과세, 면세가 있는데 학원비나 교육비의 경우 어떤 경우는 과세고 어떤 경우는 면세인데 이 부분이 늘 헷갈려 자주 실수하곤 했다. 처음 이 업무를 맡았을때 이걸 잘 몰라서 실수가 많았는데 이런 부분은 전임자에게 꼭 확인해서 놓치지 않도록 하는것이 중요하다.



3) 꼭 복기하자

우리는 처음부터 알아서 척척 잘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것은 나와는 다른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 이야기다. 인정하자. 그러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안된다. 그러나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고 한번 범한 실수는 계속하게 된다.


수능시험 준비할 때 혹시 오답노트를 만들어 본적이 있는가?

오답노트를 다시 풀어보면 80퍼센트 이상 내가 틀렸던 문제를 또다시 틀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은 각자마다 생각하는 패턴이 있기 때문에, 특정 상황에서는 그 패턴에 좌우되고 계속 틀리는 경향이 있다.


한번 실수한건 큰 실수인건 작은 실수이건 꼭 기록하자.

기록은 마구잡이로 하는것이 아니다. 그 실수만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 주변환경, 실수를 유발한 요인, 그때로 되돌아 간다면 어떻게 할것인지 같이 기록해야 한다.


그러나 일 못하는 사람들은 복잡하고 귀찮은거 싫어한다. 귀찮으면 절대 안다. 그러니 길게 쓸 생각 말고 꼭 필요한 내용만 쓰자.



아래 사례를 보자.

Ex) 1,000만원만 있으면 되는줄 알고 추가 교육예산 안 받아왔는데, 실제 미처리 교육비용은 2,000만원이었던 경우

현재 발생한 상황은 '내가 예측한 교육예산 1000만원이 틀렸고, 이로 인해 교육비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것' 이다.


여기에서 재발방지 방안에 대해 복기해야 한다.


-미처리 비용에 대해서는 수요조사를 통해 대략적인 액수라도 꼭 파악할 것
-각 교육마다 카드로 처리했는지, 현금으로 처리했는지 파악할 것
-기준을 세워서 정해진 기간 외에 는 비용처리를 할 수 없도록 하여 계속 비용이 추가되지 않도록 할 것


재발방지 방안이 나왔을 때 비로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된다.

특히나 처음 할 때는 모르는것 투성이기에 정리를 하지 않으면 혼란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2. 우선순위에 대한 정리가 안되있기 때문이다.


새로 이해해야 하는 내용들은 많은데 모든 것이 다 낯설기만 하다. 이러면 내가 뭐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혼란이 오게 된다. 처음에 그 기준을 잡지 않으면 규칙없이 쌓아가는 테트리스처럼 망하는 길로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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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업무 딱 3개만 먼저 해결하자.


그 숫자 넘어가면 아무것도 해결 못한다. 다른 건 미리 양해를 구하고 3개부터 때려부수자. 각개격파 식으로 하나씩 부수고 전진하는 것이다. 멀티태스킹 식으로 이것저것 같이 배우려고 하면 안된다. 특히 일에 서투른 사람들은 욕심 버리고 하나씩 잡고 가자. 시간이 부족하면 이 기간만큼은 회사에 늦게까지 남아서 될때까지 해보자.


무엇을 때려 부술지 먼저 정하고 그 3개에서도 1순위, 2순위, 3순위를 정하자. 그리고 자료를 받아서 공부하자. 시스템에 들어가서 해야 하는 일이라면 직접 숫자 입력해 가며 이해해보자. 직접 하는 것만큼 좋은 이해방법은 없다.




3. 물어보는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잘 모르는 것을 하나하나 다 물어본다면 과연 제대로 된 답을 받을 수 있을까?

적어도 전임자가 말하는 것을 알아는 들을 수 있어야 한다.


회계팀에 갓 들어온 신입사원이 부가세는 뭐고 예수금은 뭐고 반제 전표는 뭐고 이런 어려운 용어를 한꺼번에 설명 듣는다면 멘붕이 올 것이다. 그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생각하다가 뒤에 나오는 설명도 다 놓치고 결국 아무것도 못 들은 것과 같은 상태가 올 것이다.


물어볼 때는 이렇게 4가지를 지켜 물어보자


1) 먼저 최대한 자료를 찾아보자

2) 한번에 다 설명 들으려고 하지 말자

3) 물어본 것은 양해를 구하고 녹음하자

4) 다시 해봐도 안되는 것은 자기 언어로 정리해서 물어보자




1) 먼저 최대한 자료를 찾아보자

분명히 기존 메뉴얼이나 게시판 소개 자료, 폴더에 이전 업무 수행 자료들이 있을 것이다. 먼저 꼼꼼하게 살펴보고 내용을 이해하도록 하자.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달라고 하면 알려주는 사람도 짜증나고 듣는 사람도 알아듣지 못해 짜증나게 된다.



2) 한번에 다 설명 들으려고 하지 말자

회계에서 잘못 입력된 전표 확인 방법, 되돌리는 방법, 전표 작성자에게 통보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하자. 거기에 부가세 신고 방법까지 덤으로 듣는다고 하면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될 것이다.


하나씩 부러뜨리자. 바쁜 전임자에게 10분 정도를 요청하여 하나씩 듣고 실제 해보고 그래도 안되는건 잠깐 시간내서 다시 물어보면서 정복하자.


일 못하는 사람들은 절대 많은 것을 한번에 담으려고 해서는 안된다.




3) 물어본 것은 양해를 구하고 녹음하자

전임자가 말할 건 제대로 이해할 자신있고 기억할 자신 있는가?

자신에게 높은 점수를 주지 말자. 하루만 지나도 기억의 50%가 증발하는데 일 센스가 부족한 당신은 더 많은 정보가 머릿 속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전임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녹음하자. 요즘은 클로버 노트처럼 음성을 자동으로 문자로 바꿔주는 앱이 있어 유용하게 쓸 수 있다.




4) 다시 해봐도 안되는 것은 자기 언어로 정리해서 물어보자

분명히 막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이건 내가 정리한 말로 다시 물어보자.


세금에는 과세/면세/비과세가 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교육비는 전부 다 면세인줄 알았는데 아닌 것도 있더라고요.
이건 회계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판단해서 알려주나요?
만일 면세를 과세로 처리한 경우, 반제 전표를 작성하라고 말씀주셨는데 예수금을 끌고 와서 차변에 입력하면 되는걸까요?


회계 업무 안해보신 분들은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싶으실 것이다. 이처럼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을 학습하고 내가 이해한 언어로 물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갑작스럽게 일을 맡게되는 경우 빠르게 이해하고 처리하는건 힘든 일이다.

나는 히어로가 아니다. 빨리 이해해서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차분하게 공부하고 하나씩 물어가며 정복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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