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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까먹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일못러에서 탈출하기

by 보이저

연말에 가족들이랑 롯데월드에 다녀왔다. 아이 둘을 데리고 토요일에 롯데월드를 돌아다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애들은 다리 아프다고 칭얼대고 수시로 맛있는거 사달라, 인형 사달라 졸라대고 그 어려움은 육아를 하시는 분들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유모차를 근처에 두고 한참을 기다려서 타고 왔는데 아뿔사! 어디에 유모차를 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기억을 아무리 떠올려봐도 내가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주변을 5분 넘게 찾은 뒤에 화장실 근처에서 찾을 수 있었다. 화장실에 갈 때 세워논 것을 까맣게 잊어버린 것이었다.


호텔에 짐을 맡기면서 수령증을 받았는데 이것도 어디에 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주머니에도 없고 가방에도 없고.. 한참을 찾은 뒤에야 내 지갑 속에 넣어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이유


관련 검색어로 찾게 되면 굉장히 다양한 이유들이 나온다. 머릿속에 피가 잘 공급되지 않아서, 수면의 질이 나빠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등등 원인은 다양하다.


이 중 직장과 관련된 원인은 크게 두 가지이다.



1. 첫번째는 스트레스이다.


실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우 다른 일이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을 쉽게 경험할 수 있다. 우리 몸은 항상성이라는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스트레스는 마음 속 평안함을 깨뜨리게 된다. 우리는 필사적으로 평안을 다시 되찾는데 관심을 갖게 되고, 이 때 뇌는 다른 일에 집중하기 힘들어진다.


직장에서 직장상사에서 시달릴 때, 동료에게 다른 전화가 와서 무슨 요청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내가 전화를 받으면서도 도대체 이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고, 나는 무슨 대답을 하고 있는지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오늘 오후 전무에게 보고할 보고서 방향이 잘못 되었다고 팀장에게 10분 넘게 질책을 받은 경우 동료가 지난달 영업실적 자료 정리해달라고 부탁하면 그게 귀에 들어오겠는가? 이 때는 사랑하는 아들이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도 짜증이 나는 법이다.




2. 두번째는 정신이 없을 때이다.


오늘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영업실적을 오늘까지 입력하지 않으면 시스템이 닫힌다고 한다. 당장 신입사원 OJT도 오늘 해야한다.


외부 업체에서는 제품에 하자가 있다고 와서 확인해달라고 독촉하고 있다. 이때는 속된 말로 멘탈이 나가게 된다.


아까 내가 유모차를 어디에 뒀는지 기억을 못한 것도, 물품 보관증을 어디에 두었는지 모른 것도 아이 둘을 계속 신경쓰다 보니 정신이 없어서이다. 사람의 뇌는 무적이 아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상황에서는 뇌도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정신이 없는 순간 머리 속은 뒤죽박죽이 되고 디테일한 부분이 잘 떠오르지 않게 된다. 기억력을 탓하는 경우가 많지만 결코 기억력 때문이 아니라 자기 언어로 정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억을 잃지 않는 방법은?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첫번째는 한번 더 내 목소리로 정리하는 것이다.


아파트 단지는 일주일에 한 번씩 종이를 한 곳에 내다 버리는 곳이 많다. 종이를 모아서 버릴 때 모인 종이를 그냥 갖다 버리는 것과 뭘 버리는지 한번 다시 확인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나중에 없어진 종이가 있을 때 내가 버렸는지 그렇지 않은지 기억을 되살릴 수 있다. 이 때 버리기 전에 한번 내 목소리로 소리내어 정리하는 것이다.


첫째 아이 수학 문제집
이번달 휴대폰 고지서
둘째 아이 유치원 가정통신문
첫째 아이 오래된 동화책


모든 종이를 다 되뇌일 필요는 없다. 케익 박스, 택배 포장지 이런 것 말고 한번 챙길만한 종이들을 리마인드하는 것이다.



롯데월드에서 유모차를 두었을 때는 "화장실 왼쪽 유모차",


호텔에 캐리어를 맡기고 물품 보관증을 받았을 때는 "내 지갑에 물품 보관증" 이렇게 말로 한번 되새겨 보자.


회사에서라면 제품 하자로 인한 14시 OO대리점 미팅, 신입사원 교육, 보고서는 수치화하여 이 부분이 중요사항이라면 먼저 자기 언어로 읖조려보자.




두번째는 앞자만 따서 정리하는 것이다.


학창시절에 조선시대 역대 왕 외울 때, 태정태세문단세~ 했던 것처럼 앞자만 따서 정리하는 것이다.

하자미팅 - 신입교육 - 보고서 수치화 이걸 더 줄여서 '하자신입보수' 이렇게 줄이는 것이다.


이 정도로만 정리하고 몇 번만 적은 것을 떠올리면 기억에서 사라질 일은 없다.


물론 '하자신입보수'가 무슨 약자인지 떠오르지 않는다면 대략 난감한 상황이지만 두세번만 전체 단어 떠올리면서 약자를 읖조리면 그럴 일은 없다고 장담한다.


회사에서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습관이 될 수 없다. 집에서 쓰레기 버릴 때 내가 뭘 버리는지, 편의점에서 물건 살 때 내가 뭘 샀는지 내 언어로 리마인드 해보자. 그리고 앞자 따서 한번 정리해보자.


(새)우깡 - (바)나나우유 - (웰)치스 이렇게 샀다면 '세바웰'로 앞자 따서 정리해보는 것이다.




앞자 따서 외우는 것이 어렵다면 꼭 자기 언어로 읖조리기를 하기를 권한다.

습관이 되면 까먹어서 고생하는 일이 줄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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