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못러에서 벗어나는 방
[Episode 1]
팀장) 오늘 휴가인데 전화해서 미안해. 오늘 회의자료는 보낸거야?나에게 이메일 온게 없어서.
팀원) 어제 PC가 잘 접속이 안되서 자료를 못 만들었네요. 퇴근 무렵에는 외근이 있어서 사무실에 없기도 했고요
팀장) 그러면 미리 말을 하지. 알았으면 다른 사람에게 부탁했을텐데
팀원) 팀장님도 어제 휴가라서 없으셨잖아요. 팀장님 휴가 중에 방해 드리지 않으려고 연락 안했었어요.
[Episode 2]
손님) 주문한지 20분이 지났는데 왜 아직 음식이 안 나오는거죠?
종업원) 저희가 오픈하자마다 오셔서 요리 준비하는데 시간이 걸립니다.
손님) 그러면 오래 걸린다고 미리 말씀을 해주셔야지요. 이렇게 오래 걸릴 줄 알았음 다른 식당으로 갔지요.
종업원) 저도 여기서 일한지 3일 밖에 안되서 이 식당 돌아가는거 잘 몰라요.
손님)......
위 글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변명으로 일관된 답변을 보면 화가 나지 않는가?
차라리 내가 부주의해서 놓쳤다. 다음에는 그러지 않겠다고 말하면 한 번 지적받고 끝날 수 있는데, 이렇게 변명이 길어지게 되면 문제가 커지게 된다.
변명하는게 좋지 않다는건 다들 아는데도 변명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은 위기를 느끼면 시야가 좁아진다. 어디로든 피하고 싶어지고 당장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 그 때 가장 먼저 선택하게 되는 것이 변명이다.
특히 일을 못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그렇다. 이미 많은 실수로 인해 팀장이나 동료들의 신뢰를 많이 잃었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태이다. 또 실수해서 핀잔을 듣는 것이 두렵기에 변명을 통해 벗어나고 싶어한다.
변명의 많은 부분은 불가항력으로 내가 이걸 할 수 없었음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 전임자가 제대로 인수인계를 해주지 않았어요
- 다른 업무가 많아서 도저히 할 엄두가 나지 않아요
- 갑자기 집에 급한 일이 있었어요
- 사고나 나는 바람에 차가 막혀서 제 시간에 도착을 못했어요
이 중 맞는 말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일을 하다 보면 정말 억울한 순간들도 많이 있다. 제대로 인수인계도 없이 일을 던져 주거나, 지금 일도 많은데 같이 챙기라고 하면 화가 나는게 사실이다.
내가 부족해서 실수했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기에, 먼저 변명부터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변명이 과연 효과가 있는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생각해보자. 내가 변명했을때 상대방이 순순히 "오! 그래, 네 말이 맞아. 다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이런 적이 있었는가?
오히려 상대방이 더 반발하지 않았는가? 이 사람 말이 정말인지 아닌지 확인하려 들게 되고 그쯤되면 문제가 상당히 복잡해진다.
미국 사우스캘리포니아대학의 피터 킴 박사는 실험을 통해 변명이 초래하는 악영향을 분석하였다.
A: 이전 회사에서는 이렇게 처리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여기서는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B: 두 번 다시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하겠습니다.
200명을 대상으로 A와 B 중 누가 더 신뢰할 수 있는지 물었더니 100% 가까이 이유를 붙이지 않고 사과한 B를 더 신뢰할 수 있다고 대답하였다.
나를 변호하고자 하는 변명이 오히려 내 신뢰를 하락시키는 것이다.
상대방은 내가 왜 실수했는지, 임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는지가 궁금한 것이 아니다.
물론 입 안에서는 변명의 이유가 한 가득일 것이다.
나도 처음 해본 일이라 서툴렀던건데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건데
지하철이 고장난걸 나보고 어쩌라고~
당신도 아이 키워보면 내 사정 이해할걸?
그러나 변명하기 전에 내가 왜 변명을 하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보자. 내가 어쩔 수 없었음을 말해서 상대방이 나를 이해하기를 원하는것 아닌가? 그런데 변명을 하게 되면 그 목적을 달성하기는 커녕 상대방의 분노만 키우게 된다. 이 정도면 성공이 아니라 망한거 아닌가?
변명을 꼭 해야 하는 경우라면 먼저 진심어린 사과부터 하고 그 이유를 이야기하자.
대화의 원칙으로 유명한 '데일 카네기'의 기본 원리도 상대방의 감정을 먼저 누그러뜨릴 때 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나온다. 변명을 통해 상대방의 공격의지를 무력화하고, 천천히 내 사정을 이야기해 보자.
그건 절대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