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못러 오해사는 행동들
이전 회사에서 새 HR 프로그램을 설치한다고 매일마다 오랜시간 동안 회의가 많았다.
그 날도 어김없이 2시간 넘게 회의를 하게 되었고 회의는 예정보다 더 길어지게 되었다. 졸립고 짜증이 밀려왔는지 나도 모르게
들릴락 말락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근데 그 말을 주변 사람들이 들었던 모양이다.
순간 분위기는 싹 얼어붙었다. 그 날 회의는 내 혼잣말 덕분(?)에 그걸로 바로 끝나버렸다.
팀장은 애써 "요즘 우리가 회의를 너무 많이 하긴했지" 그렇게 얼버무리고 그 회의는 종료되었다.
혹시 당신도 혼자 중얼거리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가?
주위를 둘러보면 다양한 유형의 혼잣말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유형1) 나는 아침마다 피트니스 센터에서 러닝을 하는데, 항상 그 시간에 당구채널을 보면서 환호성과 탄식을 수시로 내지르는 아저씨가 있다.
유형2) 옆 팀에는 뭔가 일이 안 풀릴 때마다 궁시렁 궁시렁 대는 직원이 있다. 어떨 때는 씨~로 시작하는 욕을 내뱉기도 한다. 대체 무슨 불만이 그리도 많은걸까?
유형3) 이전 회사에서는 유난히 추임새가 많은 차장님이 계셨다. "어디 보자", "아이고", "젠장", "엥?", "대박" 이런 추임새는 쉴 새 없이 계속되었다. 속사포처럼 차장님의 추임새는 근무시간 내내 계속되었다.
그 외에도 "난 역시 안돼", "내가 그러면 그렇지" 류의 자기비하형, 땅이 꺼질듯이 한숨을 내쉬는 사람들 등 그 유형은 다양하다.
그러면 이 쯤에서 궁금해진다.
혼잣말은 단순히 개인의 스타일일까? 아니면 이것도 직장생활과 깊은 연관이 있는걸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직장생활과 관련이 (매우 많이) 있다.
신기하게도 일 못하는 사람 중에 혼잣말하는 습관 가진 사람들이 꽤 많다.
왜 그런지 알아보고 혼잣말을 방치하면 안되는 이유, 좋은 해결방안을 같이 소개드리려고 한다.
차마 타인에게 말하기 힘든 내 생각을 이야기하고 싶은 욕망이 있을 때, 내가 힘든걸 인정받지 못할 때 많이 하게 된다. 이 경우 정말 조용한 목소리로 혼잣말을 하지 않고 바로 옆사람은 살짝 들릴 수 있는 크기의 목소리로 혼잣말을 하게 된다(잘 확인해봐라. 정말로 그렇다)
이런 분들은 대체로 회사에서 소외된 경우가 많다. 속 시원하게 털어놓을 동료가 없는 것이다.
억눌려있는 감정이 많고 드러내기는 힘들 때 방어기제로 혼잣말을 하게 된다. 내 심정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램으로 말이다.
"내가 이렇게 힘든 일 하고 있고 고생하는데, 왜 나를 아무도 안 알아 주는거야? 심리가 밑바닥에 있는 경우가 많다.
1번과 비슷하다. 내 혼잣말을 듣고 누가 뭐 때문에 그러는지 말을 걸어줬으면 하는 바램 때문이다. 이럴 때 주변에서 말 걸어주면 그렇게 반가워한다. 아마도 미주알 고주알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다.
주변에 이런 분이 있으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말동무가 되드리고 싶은데 시간은 없고 나랑 딱히 대화 주제가 겹치지 않으니 대화가 재미가 없다.
2016년 리우 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 박상영 선수를 기억하는가?
결승전에서 13대9로 지고 있을 때 계속 "할 수 있다" 혼잣말로 말하며 결국 대역전극을 이루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기 암시를 통해 긴장을 풀고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 자기 암시를 위해 혼잣말을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건 정답이 없다.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혼잣말도 있고 해로운 것 까지는 아니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혼잣말도 있다.
단, 직장에서는 하지 않는 것을 권장드린다. 경험 상 혼잣말 많이 하는 사람치고 좋은 이미지로 기억되는 사람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직장에서 하는 혼잣말의 대다수는 긍정의 의미보다는 부정의 의미인 경우가 많다. 뭔가 일이 잘 안 풀릴 때, 상사에게 불만이 있을 때 대놓고 불만을 큰소리로 이야기 할 수는 없고 혼자서 중얼거리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 혼잣말이 옆자리 동료들에게 들린다는 것이다. 불만에는 전염 효과가 있다. 한 명이 불만을 갖게 되면 알게 모르게 팀에 불만이 퍼져나가게 된다. 그리고 매사에 불만이 많은 사람으로 낙인이 찍힐 우려도 있다.
그리고 일단 주변 사람들에게 혼잣말 하는건 방해가 된다. 큰 소리로 전화 통화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거슬리는 것처럼, 옆에서 중얼중얼 거리면 누가 좋겠는가?
직장생활에서 자기 기분이나 감정은 최대한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다. 경험 상 솔직해서 별로 득될게 없는게 직장이다 (거짓말 하라는 뜻이 아니다). 그리고 혼잣말 내용에 다른 사람에 대한 욕이나 불만이 들어가 있는 경우 이건 문제가 커진다. 자칫 갈등으로 연결될 수 있기에 조심하는 것이 좋다.
억지로 혼잣말 안하려고 노력하면 혼잣말을 줄일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많은 경우 혼잣말은 무의식적으로 나온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이다.
일을 못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업무는 공수는 많이 들어가는데, 성과로는 어필하기 힘든 티 안나는 업무인 경우가 많다. 속칭 현타오는 업무들이다. 나는 이렇게 힘든 업무를 하는데 아무도 안 알아주고, 결국 속상한 마음에 혼잣말로 자기가 자기를 푸념하며 위로하는 것이다.
이 경우 업무를 조정해보자. 내가 가진 문제점들을 서서히 고쳐가는 중이라면 팀장에게 좀 더 성과를 어필할 수 있는 업무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다.
억지로 혼잣말 하는걸 막아보는게 아니라. 혼잣말이 나오게 만드는 상황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을 꼭 누가 알아줘야하고 내 관심사를 꼭 타인과 공유해야 하는가? 아니다. 그냥 내가 좋으면 내가 만족하면 된다. 제발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자.
나는 주관이 뚜렷하고 개성이 강하다고 하면서, 정작 남이 해외여행가면 나도 가야되고 남이 명품사면 나도 사야되고 이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제는 그런 시선에서 벗어나보자. 우리는 영화 속 주인공이 아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뭘 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별로 관심없다.
이건 내 개인적인 견해인데, 뭔가 다른데서 만족을 얻을 수 있다면 일에서 오는 불만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회사에서 생기는 불만이 상당히 낮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오는것도 아닌데 그럼에도 글 쓰는것 자체가 너무 좋다. 실제로 혼자 중얼거리는 일도 거의 없어지게 되었다. 불만이 적어지니 혼잣말 할 일도 자연히 적어지는 것이다.
혼잣말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남들에게 드러내는걸 잘 하지 못한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이 말을 했을 때 상대방이 날 싫어하지는 않을지, 상처받지는 않을지 항상 눈치보고 고민한다.
그러나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것은 나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때로는 화도 내고 거절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상대방도 나를 대할 때 조심하게 된다.
불만이 많을 때 내 이야기를 글로 써보는 것은 상당히 효과가 있다.
심리학자 제임스 페이베이커(Pennebaker. J)는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음 실험을 하였다.
절반에게는 자기가 겪은 나쁜 일에 대해 글을 쓰게 하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피상적인 주제에 대해 글을 쓰게 했다.
자기가 겪은 나쁜 일에 대해 글을 쓴 대학생들은 눈에 띌 정도로 심리적인 안정을 찾은 반면, 피상적인 글을 쓴 대학생들은 별다른 치유를 경험하지 못했다.
실제 전쟁이나 재난으로 피해를 겪은 사람들에게 자기가 힘든 일을 다 털어 놓으라고 한다. 남들에게 드러내기 힘든 부분을 글로 남기면서 놀라울 정도로 회복이 된다고 한다.
혼잣말이 많은 경우는 내 감정을 남들에게 제대로 표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터놓지 못하고 자기 혼자 꽁꽁 싸매고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직장생활이 너무 힘들고 고달파서 이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도 일하는 환경은 달라진게 없지만, 글쓰기를 시작하고 보름이 지나자 놀랄 만큼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초등학교 이후로 단 한 번도 일기를 써 본 적이 없는 나였다. 그런데 이렇게 글을 쓰면서 좋아지게 되었다.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아 혼잣말을 많이 하시는 분들! 본인이 겪는 어려움을 꼭 글로 써보시기를 권합니다. 정말 효과가 있습니다.
혼잣말 자체는 절대 나쁜게 아니다. 펜싱 금메달리스트 박상영 선수처럼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의 혼잣말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되고 주변에 방해가 된다.
혼잣말은 안하려고 노력한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절대 아니다. 지금 하고 있는 업무를 바꾸고 주변 시선에서 자유로워지자. 그리고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취미를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