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못러에서 탈출하기
사람은 갑자기 바뀌면 곧 죽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사람은 바뀌기 어렵다
그러나 바뀌려고 노력이라도 하는 것과 그런 노력조차 안하는 사람 간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최근에는 약점 보완보다는 강점 강화에 초점을 둔 이론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도널드 클리프턴 박사는 강점이론(Strength Theory)을 통해 사람이던 기업이던 자기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하였다.
즉, 약점 보완은 강점 강화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에 내 강점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둘 다 맞는 이야기이다. 평범한 수준을 넘어서 고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결국은 자기 강점으로 승부해야 한다.
누구나 각자의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그 재능이 무엇인지 빨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경우, 꼼꼼함을 필요로 하는 사무업무에는 서툴렀지만,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데는 재능이 있었다.
현업 부서에서 보고서 작성법에 대한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달라고 하면 금방 만들어서 전달했고, 임원이 강의를 해야 할 때 하루만에 5시간용 콘텐츠를 만들어서 드리기도 하였다.
업무 처리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늘 듣던 나였지만 강의 교환, 콘텐츠 만드는 능력만큼은 최고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평소 책 읽기를 좋아하고 이것저것 호기심이 많아 자료 모으기를 좋아하던 나에게 내 생각을 녹여 넣을 수 있는 콘텐츠 만들기는 최적의 업무였다. 교육 콘텐츠를 만들 때 정말 재미있었고 행복했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이처럼 자기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몰두하게 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하게 된다고 하면서 이를 '몰입(Flow)' 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직장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 관심 있는 일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에 있다.
내가 관심 있는 일과 지금 하는 일이 일치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건 정말 쉽지 않다. 때로는 왜 해야 하는지 이유도 알 수 없고, 귀찮고 지루한 일도 부지기수인 게 현실이다.
결국 내 강점과는 상관없는 때로는 내가 잘못하는 일들도 해야 하는데, 이때 내 약점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도베네크의 물통'이라는 개념이 있다. 나무 판자로 물통을 만들 때 물을 담을 수 있는 높이는 가장 작은 판자의 높이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즉 일을 하는 데 필수적인 역량 중 하나의 심각한 문제가 있으면 본인의 업무 역량은 그 수준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장 내 강점으로 내 사업을 펼치거나 내 강점에 특화된 업무를 맡을 수 있다면 최선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직장인들은 그럴 수 없다. 이 때 다음 접근법을 추천드린다.
당장 주어지는 업무를 잘 하기 위해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으면 곤란하다.
예를 들어 야구에서 1년에 20개 이상 홈런을 칠 수 있는 장거리 타자가 있다.
이 타자는 시속 150kg가 넘는 빠른 직구에 상당한 강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아래로 떨어지는 변화구에는 상당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
당장 우승팀을 결정하는 한국 시리즈가 코앞이라고 하자 강점인 직후 대처 능력을 더 강화할 것인가 약점이 떨어지는 변화구 대처 능력을 보완할 것인가?
상대 팀 투수들은 당연히 그 타자가 홈런 치기 좋은 공을 던지지 않는다.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 것이다.
약점을 보완하지 않으면 폭풍삼진을 당할 수밖에 없다.
업무도 마찬가지다. 약점이 많으면 당연히 업무 성과는 저조할 수밖에 없다.
약점 보완에는 실수 줄이기, 업무 디테일 높이기와 같이 개인이 보완할 수 있는 것도 있고,
내성적인 사람이 인간관계를 넓히는 것과 같이 타고난 성향상 보완이 어려운 약점도 분명히 있다.
냉정하게 말해서 절대 보완이 힘든 약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개인의 가치관까지 바꿔가며 물론 바뀌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 것은 내버려두자. 억지로 바꾸는 것은 자신에 대한 학대이다.
그러나 내가 바꿀 수 있는 약점은 보완하는 것이 맞다.
아까 예를 들었던 야구 선수의 경우 모든 약점을 다 강화할 수는 없다.
떨어지는 변화구 대처 능력 외에도 발이 느려서 도루가 힘들고 수비 커버 범위가 좁은 경우 느린 발을 빠르게 바꿀 수 있을까?
그건 절대 불가능하다. 개인마다 타고난 주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떨어지는 공을 최대한 참아내는 것은 특정 변화구는 치지 말고 오직 직구만 노리는 식으로 약점을 최대한 커버할 수 있다.
강점 강화 역시 필요하다. 다만 강점 강화는 긴 안목에서 접근하라고 권하고 싶다.
강점은 직장에서 발휘할 수 있으면 최선이지만, 그게 어렵다면 직장을 나왔왔을 때 무기로 써야 한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산전수전을 다 겪게 된다. 온갖 풍파를 맞으면서 맷집도 생기게 되고 경험이 축적된다. 강점을 이 과정을 통해 연마되고 강화된다.
본인만의 매뉴얼을 만들고 자료를 축적해 가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강점을 강화해 나가자.
나의 경우 내 강점을 활용하여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강의를 하고 싶었다.
책을 읽을 때 좋은 내용이 있으면 쪽수를 기록하고 어떤 내용인지 적어 가며 자료를 축적해 나갔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좋은 장면이 있으면 제목과 시간을 표시했다.
배경 음악 중에 좋은 게 있으면 구글 앱을 활용하여 제목을 파악하고 언제 사용할지 기록해 두었다.
강점은 직장에서 삶에서 끊임없이 갈고닦으며 연마해서 언젠가 직장 밖을 나왔을 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야 한다.
불경기 속에서 대다수의 사기업들은 희망퇴직이 한창이다.
그 칼날이 누구를 향하겠는가?
당신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일 못하는 당신은 머지 않아 그 칼날에 썰리게 될 것이다.
칼날에 썰리고 나서 뒤늦게 평생 안 해본 사업 벌리다가 퇴직금마저 다 잃지 말고 미리미리 준비하자.
다만 강점에 도취되지는 말자. 나는 어떤 분야의 전문가라고 교만하게 되는 순간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이 세상에는 나보다 뛰어난 고수가 넘쳐 난다는 진리를 늘 떠올리자.
강점은 시간을 두고 깊이 파내려가야 한다.
잘 아시는 분은 회사에서 정리정돈을 정말 잘하시는 분이셨는데, 은퇴 이후 청소업체를 차려 지금은 꽤 큰 규모로 성장시켰다. 사람들이 정리정돈을 할 때 어려워하는 부분을 깊이 팠고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업계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 소소하다고 생각했던 내 강점이 무기가 되는 것이다.
남들 다 따는 평범한 자격증 신경 쓰기보다는 평소에 관심이 많고 또 잘할 수 있는 그 일에 집중하자.
강점 강화, 약점 보완은 알파벳 Q와 U처럼 항상 같이 붙어서 가야 한다.
약점은 다 보완하려고 하지 말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 중에서 중요하고 시급한 것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
강점은 장기적으로 바라보자. 회사에서 잘했던 것이 곧 내 강점이다. 그걸 빨리 찾아내자. 찾았으면 그걸 깊이 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