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서 배우는 일 잘하는 방법
이솝우화 속 이야기이다. 한 사슴에게는 자랑거리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하늘을 향해 멋지게 뻗은 큰 뿔이었다. 다른 사슴들은 물론이고 다른 동물들도 그 사슴의 뿔을 부러워하고 칭송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냥꾼이 다가왔다. 모든 사슴들은 걸음아 나 살려라 정신없이 도망갔다. 이 사슴 역시도 전속력으로 도망갔다. 그러던 중 나무 사이에 뿔이 끼게 되었다. 어떻게든 뿔을 빼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오히려 더 꽉 조일뿐이었다. 사냥꾼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사슴은 한탄했다.
'내 최고의 자랑거리였던 이 뿔 때문에 내가 죽고 마는구나'
나폴레옹은 포병대 장교 출신이다. 그는 포병 전술에 능통했다. 예상치 못한 곳에 포를 배치하고는 적군에게 기습적으로 포를 발사하는 전술을 기가 막히게 잘 썼다. 나폴레옹의 이 장점이 잘 발휘되었던 전투가 바로 '툴롱 전투'였다.
그때 그는 가짜 포병대를 뒤에 두었다. 가짜 포를 배치하고 연기가 나게 한 것이다. 오스트리아군은 가짜 포병대를 진짜로 오인하고 그곳에 마구 포탄 세례를 퍼부었다. 오스트리아군이 포탄을 다 소진하게 되자, 나폴레옹은 총공격 명령을 내렸다. 이미 포탄을 다 소비해 버린 오스트리아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포병 전술은 나폴레옹의 전매특허였다. 그러나 그 장점이 시간이 지나자 빛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상대편이 점점 그의 전술을 파악하고 대처해 나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이전에 쓰던 포병 전술을 고집했다. 막히기 시작하면 플랜 B가 가동되어야 하는데, 그는 변화를 주지 않았다.
나폴레옹 최후의 전투였던 워털루 전투에서 그는 포병 전술을 잘못 쓰는 바람에 결국 패배하게 되었다. 전날 많은 비가 내리면서 땅은 진흙뻘로 변해버렸다. 전투 장소로 대포를 신속하게 이동시키지 못했고 기껏 쏜 대포는 터지지 않고 진흙탕에 포탄이 그냥 처박히기 일쑤였다. 게다가 영국군은 나폴레옹이 포병에 집착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 영국의 웰링턴 장군은 주력부대를 미리 언덕 뒤에 숨겨둬서 프랑스군 포격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였다. 결국 포병 전술 실패로 나폴레옹의 영광은 완전히 박살 나게 되었다.
그가 가진 장점이 결국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내가 가진 장점이라도 계속 개발하고 변화를 주지 않으면 그건 더 이상 장점이 될 수 없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구약 성경에는 다윗왕의 아들 압살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다윗왕은 이스라엘을 당시 강대국으로 키워낸 명군이었다. 그런 다윗왕에게도 자식농사는 쉽지 않았다. 엇나가는 자녀들이 참 많았던 것이다. 압살롬도 그런 자식 중 하나였다. 아버지의 왕위를 빼앗고 싶었던 그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선동하였다. 아버지는 이미 늙고 판단력이 흐려졌으니 내가 왕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사람들이 빚을 졌으면 자기가 대신 갚아주기도 하였다. 오늘날의 포퓰리즘 정책을 3,000년 전에 이미 활용했던 것이다.
압살롬에게는 큰 자랑거리가 있었다. 바로 탐스러운 머리카락이었다. 고대 시대에는 풍성한 머리숱이 미남의 조건이었다. 매해마다 한 번씩 압살롬은 머리를 깎았다. 그 뒤 무게를 재어보면 엄청난 무게가 나왔다고 한다. 이걸로 압살롬은 이스라엘 사람들의 칭송을 받았다고 한다.
아버지 왕위를 뺐겠다는 압살롬에게 정당한 명분 따위가 있을 리 없었다. 병력 수는 압살롬이 더 많았지만, 다윗왕에게는 수 십 년간 그를 위해 충성했던 전투 경험 많은 역전의 용사들이 많았다. 압살롬은 전투에서 크게 패한 뒤 걸음아 나 살려라 말을 타고 혼자서 도망가기 바빴다.
그때 그의 풍성한 머리카락이 그만 나뭇가지에 걸려버리고 말았다. 그가 탄 말은 밑으로 지나가버렸고 그는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리고 말았다. 그것을 본 다윗의 군대장관 요압은 달려가서 창으로 그의 심장을 찔러버렸다. 그의 평생의 자랑거리였던 풍성한 머리카락 때문에 비참하게 죽고 만 것이다. 이처럼 내가 가진 자랑거리가 나를 망하게 하기도 한다.
스포츠에는 매년 유망주들이 등장한다. 제2의 선동열, 제2의 차범근 소리를 들으며 혜성처럼 프로 무대에 데뷔하는 것이다. 이들 중 빛을 보는 선수들은 얼마나 될까? 생각만큼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대다수는 프로의 높은 벽에 적응하지 못하고 하나둘씩 소리 소문 없이 유니폼을 벗게 된다.
이미 잘 정착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예전 임원 중 상황판단 능력이 탁월하기로 유명했던 사람이 있었다. 어떤 문제가 터지면 셜록 홈스 마냥 골똘히 생각하다가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고 그 능력을 과신했던 그는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앞으로 식당에서 서빙로봇이 대세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그 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결심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그 분야는 중국 업체들이 장악한 상태였다. 저가로 승부하는 중국업체들을 이겨내기도 쉽지 않았다.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식당 사이 간격이 촘촘한 대다수의 식당에서는 서빙 로봇의 활용도가 떨어졌다. 그렇게 판매는 부진했고 결국 회사는 사업을 접게 되었다. 그는 탁월한 상황판단 능력을 과신했던 나머지 반대되는 수많은 정보들에 눈을 감아버렸던 것이다. 그게 실패의 원인이었다.
장점이 내 발목을 잡는 경우는 참 많이 벌어진다. 차라리 내가 잘 못하는 일이면 사람은 신중해지게 된다. 주변 동료들이나 전문가 도움을 받으며 처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잘하는 일은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하게 된다. 주변에서 조언을 해도 이건 내가 전문가라고 하면서 귀를 막게 된다. 그렇게 독불장군처럼 행동하다가 실패하는 것이다.
지식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에 내가 알던 지식, 경험이 더 이상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 과거의 성공에 도취되면 이런 변화를 무시하게 되고 그렇게 실패하고 마는 것이다.
이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계속 공부하고 학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과거 타이피스트들은 기가 막히게 타자기를 잘 쳤다. 활자로 인쇄를 하는 인쇄공들은 순식간에 활자판을 만들어 책을 뚝딱 찍어내고는 했다.
그러나 지금 이 기술들은 더 이상 쓰이지 않는다. 이 기술에만 안주한다면 생존이 불가능하다.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을 갖고 변하는 추세에 맞게 내 지식과 기술을 개발하자. 만일 내가 가진 장점이 미래에는 더 이상 쓰일 수 없다면 과감하게 갈아타야 한다.
팔랑귀처럼 주변에서 하는 말에 일일이 반응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주변에 아예 귀를 닫고 특공대로 사는 것도 문제이다. 주변에서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자. 특히 그 분야에 많은 경험을 쌓았고 전문성을 보유한 사람의 말은 듣고 활용하면 좋다. 그 사람이 수많은 실패 끝에 얻어낸 노하우이기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이다.
내가 전문 가니까 너보다 더 잘 알아! 이 생각은 잠시 내려놓고 겸손한 마음으로 귀를 기울이자.
내 강점을 더 키우는 것은 참 중요하다. 그러나 사람은 강점만 가지고 살아갈 수는 없다. 자동차 바퀴 세 개에는 최고급 타이어에 휠을 장착했지만 나머지 바퀴 하나가 축에서 빠지려고 한다면 그 차가 제대로 달릴 수 없는 것과 같다.
강점을 키우면서 동시에 내 약점에도 관심을 갖자. 그것이 치명적인 약점이라면 더더욱 관리를 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놓치는 것, 화를 참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과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면 이건 꼭 고쳐야 하는 단점이다. 강점 강화와 단점 극복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같이 가야 한다.
야구에서 강타자를 삼진 잡기 위해서는 타자가 제일 좋아하는 코스 바로 옆을 공략해야 한다. 타자는 그 코스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코스라고 착각하고 방망이가 나가는 것이다. 즉 강점 바로 옆에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세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잘한다고 생각했던 강점이 사실 함정인 경우가 많다. 자만했다가 발목이 잡히는 것이다.
내가 잘하는 일이 있다는 것은 분명히 큰 강점이다. 그러나 그 강점도 시간이 지나면 퇴색하는 경우가 많다. 그 점을 명심하고 늘 조심하고 내가 가진 능력을 더 뾰족하게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