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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하는 답이 아닙니다(미국 금주법, 일본문화 개방)

역사에서 배우는 일 잘하는 방법

by 보이저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 음악을 듣기만 해도 정치범 수용소나 10년 남짓의 노동 교화형에 처해진다고 한다. 이는 성인뿐 아니라 15세 무렵의 청소년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알려져 있다.

세계에서 가장 이상한 나라에서 미친 짓 하는 거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지만, 이 쯤되면 궁금해진다. 이렇게 단속을 심하게 하면 과연 한국 문화가 북한에서 사라질까? 정답은 '아니요'이다.


사람은 금지된 것에 대해서는 더 호기심을 갖게 된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리도 막는 것인지 궁금해지는 것이다. 호기심을 주체 못 한 사람들은 더 그것에 열광하고 탐닉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우리 삶의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 호기심을 막기보다는 제대로 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금지된 과일 효과 (Forbidden fruit Effect)


구약성경 창세기에는 아담과 하와 이야기가 있다. 인류 최초의 인간이었던 그들에게는 한 가지 계명이 주어졌다. 에덴동산 한가운데 있는 선악과나무의 열매는 절대 먹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거 하나만 지키면 에던 동산에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었다.


그러나 호기심이 문제였다.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한 그 열매에 이들 둘은 손을 대어 먹고 말았다. 그 뒤 그들은 벌을 받아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하고 만다. 심리학에서는 이들의 이야기를 기초로 '금지된 과일 효과 (Forbidden fruit Effect)'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먹으면 안 된다는 지시가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처럼, 금지하는 규율이 오히려 행동 가능성을 높인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금지된 과일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1. 심리적 반발


사람들은 자유를 제한받는다고 느낄 때, 자유를 되찾으려는 심리적 반발을 경험한다. 이 반발심은 금지된 것에 대한 욕구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 "절대 저녁 9시 이후에는 게임하면 안 돼"라고 말하면, 그전까지는 별 생각이 없던 게임이 갑자기 더 하고 싶어지는 것과 같다.



2. 가치 상승


희귀하거나 얻기 어려운 것은 그 가치가 더 높게 느껴진다. 금지된 것은 얻기 어려운 상태가 되므로, 사람들은 그것이 더 매력적이고 가치 있다고 인식하게 된다. 홈쇼핑 광고를 보게 되면 '한정판'이나 '매진 임박' 등의 문구가 뜨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 희귀하다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제품의 구매를 높이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 (미국의 금주법)


섣불리 술 마시는 것을 금지했다가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하게 된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그것은 바로 '미국의 금주법'이다.


미국은 세계 각국에서 이민자들이 모여 형성된 국가이다. 그러다 보니 세계 각국의 술들이 모여들게 되었다. 서부 개척 시대를 겪으면서 험한 노동에 시달리던 많은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술에 의존해서 살아가게 되었다. 자연히 알코올 중독이 큰 사회문제로 대두하게 되었다.


하나둘씩 미국의 주에서는 금주법이 통과되기 시작하였다. 아예 술을 못 마시게 함으로써 술을 뿌리 뽑겠다는 발상이었다. 마침내 1920년 미국은 연방법은 통해 모든 주에서 0.5% 도수 이상의 술을 마시는 것이 전면 금지되었다. 치열한 논쟁이 있었고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지만 보수적인 공화당의 입김에 밀려 이 법은 통과하게 되었다.


그 뒤 미국에서 술 마시는 문화는 사라졌을까? 전혀 아니다. 기존에는 술을 잘 마시지 않던 여성과 청소년들까지 술을 마셔대기 시작했다. 호기심이 발동하게 된 것이다. 더구나 마피아들이 활개 치기 시작했다. 폭력집단인 마피아는 술을 몰래 제조하고 비싼 값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주류 시장을 독점했던 마피아들은 엄청난 돈을 벌여들였고, 미국을 지배하는 규모의 폭력집단으로까지 성장하게 되었다.


섣부른 금주령 때문에 오히려 호기심이 발동했던 사람들이 술에 더 빠져들게 되고, 폭력집단만 키워준 꼴이 된 것이다.

미국의 금주법 (술을 버리고 있다)


바람직한 해결방법


무엇인가를 통제하거나 제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무조건 금지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면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1. 무조건 다 틀어막지 말자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문화 개방'이다. 예전 우리나라는 일본문화에 대해 빗장을 꽁꽁 걸어 잠갔다. 일본 만화, 영화, 노래 그 어떤 것도 국내에서는 상영될 수 없었다. 정부는 명목상으로는 일본 문화가 선정적이고, 극일을 강조하는 국민 정서상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그러나 사실은 세련되고 기술력이 앞선 일본 문화가 국내에 상륙하게 될 경우, 국내 문화계가 초토화될 것을 우려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막는다고 다 막아지는 것이 아니었다. 청계천 노점에서는 온갖 해적판 일본 테이프들이 넘쳐났고, 수요가 높다 보니 상인들은 정가의 몇 배 가격으로도 팔 수 있었다. 부산의 경우, 일본과 가깝기에 일본 공중파 TV 전파가 잡혔다. 부산의 경우 중, 고등학생들이 마쓰다 세이코나 안전지대, X-JAPAN 등의 가수들을 다 꿰고 있었다고 한다.


무조건 틀어막다 보니 사람들의 호기심을 더 자극했던 것이다. 고무호스 입구를 틀어막게 되면 호스가 부풀어 오르다가 결국 옆구리가 터져버리고 만다. 다 막아버리기보다는 조금씩은 볼 수 있게 틈을 열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일단 호기심이 충족되면 마니아층이 아닌 이상 관심은 낮아지게 된다. 대충 그 내용이 무엇인지 정도를 알 수 있게 열어주는 것이다.




2. 제한하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자


무언가를 금지하기 전에, 왜 그것이 문제가 되는지, 그리고 왜 사람들이 그것을 하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알아야 한다. 단순히 막기보다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합의점을 찾아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게임에 너무 몰입하는 경우 무조건 금지하기보다는, 왜 그 게임을 좋아하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게임 시간과 다른 활동을 균형 있게 조절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앞서 설명했던 일본문화 통제 이유도, 한국 대중문화 자생력을 키울 때까지는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솔직하게 밝히고 국민들의 양해를 구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3. 대안을 제시하자


무언가를 금지하는 대신, 긍정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 대안도 없이 무조건 틀어막는 것은 반발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야외 활동을 하지 않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아이에게 스마트폰 사용을 무조건 금지하는 대신, 함께 흥미로운 야외 활동을 제안하고 함께 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대안을 제시하고 사람들이 이걸 해보면서 흥미를 느끼고 자연스럽게 관심이 옮겨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병행되어야 한다.




4. 경계를 설정하고 명확하게 가이드라인을 주자


무조건 금지하기보다는, 명확한 경계를 설정하고 합리적인 규칙을 만들자. 회사에서 특정 사이트 접속을 완전히 차단하기보다는 '업무 시간 중에는 개인적인 용도의 외부 사이트 접속을 자제해 주세요'와 같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더 좋다. 이는 사람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면서도 질서를 유지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




마무리하며


학창 시절 두발 단속을 생각해 보자. 머리카락 길이를 제한하게 되니 온갖 기괴한 방식으로 학생들이 유행을 만드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과거 공산주의 국가들도 서방 세계와의 접촉을 강제로 차단해 보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서구문화를 하나라도 더 알고 싶어 했다. 금지가 오히려 서구문화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무조건 틀어막기보다는 명확하게 가이드라인을 주자. 그리고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서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자. 너무 꽉 다 틀어막기보다는 일정한 틈을 주어서 호기심으로 아해 오히려 더 관심을 갖게 만드는 상황을 피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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