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서 배우는 일 잘하는 방법
마라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베베 비킬라'라는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는 맨발로 마라톤 42.195km를 달려 올림픽 금메달을 딴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전설의 마라토너이다.
그러나 그가 유명해진 것은 단순히 마라톤을 잘해서, 맨발로 뛰어서가 아니다. 그의 파란만장한 일생, 그리고 고난을 이겨내고야 말았던 불굴의 의지 때문이다. 전 세계가 알아주던 마라토너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그는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 한국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사람이라 더 관심이 가는 사람이기도 하다.
1932년생이었던 그는 원래 군인이었다. 에티오피아 황제였던 하일레 셀라시에 1세의 친위대에서 복무하였다. 그러던 중 에티오피아 각뉴부대 소속으로 6.25 전쟁에 참전하게 된다. 대대장 경호병으로 전선에 배치되어 생사를 넘나들며 한국을 위해 목숨 걸고 1년 넘게 싸웠다.
이때 생각지도 않게 마라톤에 눈을 뜨게 된다. 본국 귀국 후 벌어진 군인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하게 된 것이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그는 전문 마라토너가 되었다. 무려 24세 때 일이었다. 그의 실력은 날이 갈수록 일취월장하였다. 마침 에티오피아 국가대표 마라토너였던 한 선수가 올림픽을 앞두고 다리를 다치게 되어 대타로 1960년 로마 올림픽에 출전까지 하게 되었다.
이때 그는 신발을 신지 않고 뛰게 된다. 마라톤은 장시간 달리기를 해야 하기에 특수 제작한 신발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대타로 출전한 그는 미처 발에 맞는 전용 신발을 준비할 수 없었다.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느니 그냥 벗고 뛰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그는 '맨발의 마라토너'라는 별명이 붙으며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 당당하게 2시간 15분 대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이후 그는 4년 뒤에 있었던 64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마라톤 금메달리스트가 된다.
이 금메달도 상식으로 설명되지 않는 놀라운 결실이었다. 대회를 불과 40일 앞두고 그는 급성 충수염 때문에 큰 수술을 받게 되었다. 훈련은 고사하고 당장 몸 추스르리도 쉽지 않았던 것이다.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는 대회에 나서게 된다. 그의 금메달을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리 지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도 그런 몸으로는 금메달은커녕 완주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2시간 12분 대의 기록으로 당당하게 금메달을 차지했다. 심지어 다른 선수들은 골인 후 다들 바닥에 나자빠지는 것과는 달리, 1등으로 골인한 이후에도 계속 트랙을 돌며 맨손체조까지 했다. 건재함을 과시한 것이다 (이 때는 지난 대회 때와는 달리 신발을 신고 뛰었다고 한다)
당시 그의 우승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는 바람에 시상식에 미처 에티오피아 국가를 준비하지 못하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한다. 그 정도로 그의 우승은 이변이었던 것이다.
그는 1960년, 1964년 2회에 걸쳐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 리스트가 되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는 24살까지는 마라톤과는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던 사람이었다. 고위 장교를 꿈꾸며 6.25 전쟁에 참전해 사선을 누비던 그가 마라톤 입문 불과 4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까지 따낸 것이다. 이런 신데렐라 스토리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10대 시절, 양치기를 하며 하루에도 높은 산을 몇 번이나 오르락내리락해야 했다. 양치기는 엄청난 운동 능력을 요구하는 극한 직업이다. 양들은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시력이 좋지 않고 말을 잘 듣지 않고 반항하는 기질이 있기에 하나씩 다 통제해야 한다. 그래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손이 많이 가는 동물이다. 다윗이 자신감 있게 골리앗에게 달려들 수 있었던 것은 양치기 일을 하며 체력뿐 아니라 싸움능력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양치기 일을 하며 아베베는 체력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에티오피아 황제 근위대인 강뉴부대는 6.25 전쟁에서 5,000명가량이 참전해 단 한 명의 포로가 나오지 않은 무적의 부대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부대는 혹독한 훈련을 거치며 몸과 마음을 단련한다고 한다. 아베베는 이 훈련을 통해 인내심을 키울 수 있었다. 여기에 6.25 전쟁 때 실전 경험까지 쌓으며 극한의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속된 말로 깡다구가 있었던 것이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라이베리아와 더불어 식민통치를 받지 않은 유이한 국가이다. 그러나 사실 라이베리아는 미국 흑인 노예가 세운 국가로, 미국의 영향 아래 있었기에 식민지가 아니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에티오피아는 유일한 국가였으나, 그 대가는 혹독했다. 에티오피아를 집어삼키기 위해 이탈리아가 집요하게 전쟁을 일으켰던 것이다. 에티오피아는 끝끝내 승리했으나 전쟁 후유증은 혹독하기만 했다. 이탈리아는 민간인들에게까지 독가스를 살포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던 것이다.
아베베는 누구보다 애국심이 투철한 사람이었다. 가난했던 국민들을 위해 마라톤 금메달로 희망을 주고 싶어 했다. 실제 1968년 멕시코 올림픽 때 대회 도중 다리 부상으로 그는 17km 지점에서 기권해야 했다. 그 상태에서도 동료 에티오피아 선수의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하며 계속 달렸고, 그 동료는 마라톤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었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 이듬해였던 1969년, 그는 큰 자동차 사고를 당하게 된다. 셀라시에 황제가 하사했던 폭스바겐 자동차가 큰 사고를 당하면서 그는 심한 부상을 당했다. 결국 하반신 마비가 되고 만 것이다. 마라톤 선수로서의 인생이 그렇게 끝나버린 것이다. 이는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무너지게 하는 큰 비극이었다.
그는 슬픔에만 잠겨 있지 않았다. 더 이상 뛸 수 없다는 현실을 빨리 받아들였던 것이다. 장애인 스포츠로 방향을 전환했다. 양궁, 펜싱, 탁구를 배워 그쪽 분야 대회에 참가했다. 심지어 눈썰매까지 배웠다고 한다.
그가 단순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다면 이렇게까지 그의 인생이 주목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포기를 몰랐다. 남들은 그냥 주저앉을 법한 그런 비극이 닥쳤음에도 그는 좌절하지 않고 제2의 인생을 개척해 나갔던 것이다. 마라톤이 아니라면 다른 스포츠 종목이 있던 것이다. 앉아서도 할 수 있는 종목을 찾아 나섰고, 그렇게 그는 성취욕을 느낄 수 있었다.
아쉽게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해 1973년, 그는 41세의 나이로 사망하게 된다. 그가 그토록 사랑하던 조국 에티오피아는 그의 사망 불과 1년 뒤, 공산 혁명이 일어나 그의 후원자였던 셀라시에 황제는 살해되고 나라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아베베는 사실상 에티오피아를 비추던 마지막 별이었던 것이다.
인생은 마치 미로 찾기와도 같다. 밖에서 보면 미로에서 목표를 찾는 것은 쉽다. 길이 어디가 막혀 있고, 어디가 열려 있는지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에 있는 사람은 그게 보이지 않는다. 열심히 찾던 길이 막혀 버리면 눈앞이 깜깜해지게 된다. 왜 나만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느냐고 원망도 하고 좌절한다. 그러나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클론의 강원래 씨가 쓴 책을 본 적이 있다. 갑자기 사고를 당해 장애를 갖게 되면 누구나 아래 단계를 거치게 된다고 한다.
현실 부정 → 좌절과 분노 → 현실 수용 → 제2의 인생 찾기
'내가 걷지 못한다니 이건 말도 안 돼. 분명히 치료법이 지구상 그 어딘가에는 있을 거야' 그 방법을 찾아 헤매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사람은 좌절과 분노에 휩싸인다고 한다. 이 때는 그 누가 위로를 해줘도, 도움을 줘도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조금씩 현실을 인정하고 이 상태에서 다른 대안을 찾아 나서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피해 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빨리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분명히 있다. 이때 산을 쉽게 오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꼭 필요하다. 물론 좌절과 분노 상태에 있을 때 그 어떤 충고나 조언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법이다. 이 때는 말을 하기보다 조용히 옆에 있어주자. 그 사람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들어주자.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손을 잡아 주는 것이다.
성경에는 욥이 있다. 욥은 하루아침에 자녀들을 다 잃고, 전 재산도 잃고 말았다. 심지어 악성 피부병에 걸려 벽돌로 온몸을 긁어대야만 했다. 욥의 세 친구들은 욥을 찾아와서 조언을 건넨답시고 쓸데없는 소리만 한다. "네가 분명히 나쁜 짓을 한 게 있으니 신께 벌을 받는 게 틀림없어". 가뜩이나 힘들어 죽겠는데 친구들이 그런 상처 주는 말만 하자 욥은 마음의 문을 닫게 된다.
아베베에게 배우는 삶의 방정식은 다음 두 가지이다.
아베베는 그냥 군대에 남아 있었으면 높은 자리로 올라갈 수 있었다. 6.25 전쟁 참전 경험이 있었고 당시 최정예군인 황실 근위대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마라톤에 소질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과감하게 마라톤으로 직업을 바꾸었다. 이는 그의 전설의 출발점이 되었다.
내가 잘하는 것이 분명히 있다. 슈퍼맨의 주인공 클라크는 직장에서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일 못하는 사람이었지만, 그가 슈퍼맨 옷을 입는 순간 그는 이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된다. 슈퍼맨이 직장에 남아 있었다면 그는 결코 재능을 발휘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내가 잘하는 일을 찾아야만 한다. 그리고 그 길로 가야 한다.
마이클 조던이 잠시 야구선수로 뛰었을 때, 그는 더블 A리그에서 정확히 2할 치는 평균 이하의 타자였다. 그러나 농구로 복귀한 순간 다시 레전드 선수가 되었다. 나 역시 그러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좌절만 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빨리 퇴로를 찾아 내가 다른 방법으로 나가야 한다.
즉, 강점을 통해 약점을 상쇄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미국인들에게 세계 경제공황을 극복하고,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위대한 대통령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실 그는 젊었을 때 소아마비 때문에 제대로 걸을 수 없었다. 늘 휠체어와 지팡이에 의존해야만 했다. 정치가를 꿈꾸던 그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휠체어를 탄 모습은 최대한 공개하지 않으면서 그의 무기인 추진력을 내세워서 그는 정계에 입문하였고,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인생이 막혔을 때는 그 상황에만 빠져서 허우적대면 안 된다. 분명히 다른 길이 있다. 그 길로 방향을 전환해서 나가야 하는 것이다. 루스벨트 대통령처럼 내 약점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고, 대신 강점을 밀어붙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아베베 비킬라는 직장생활에 있어서 많은 답을 주고 있다. 내가 가진 장점은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던 것일 수도 있지만,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생각지 않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갑자기 회사 직원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면서 내가 강의 쪽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보고서 같이 문서 작업하는 일, 디자인 쪽에 강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강점은 내가 평생을 갖고 가야 하는 무기인 것이다. 이 무기는 직장생활 동안 발휘할 수도 있고, 회사 밖에서 발휘할 수도 있다. 아베베는 후자를 택했다. 그 강점을 갈고닦아서 경쟁력 있는 무기로 만들자.
그리고 인생에서 예기치 못한 장벽을 만났을 때 좌절하고만 있지 말고 빨리 다른 방법을 찾자. 인생은 한 가지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위인들을 보게 되면 큰 장벽을 만났을 때 적절하게 대처하면서 성공한 사람들이 참 많다. 귀가 들리지 않던 베토벤, 중풍으로 인해 몸 왼쪽을 사용하지 못하던 파스퇴르 등등.. 그들은 그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갔다.
회사에서도 이상한 일에 휘말려 들어 회사를 떠나게 되고, 가족 문제로 간병, 이민 등 예기치 않은 일이 생길 때가 있다. 그런 일들은 인생을 뒤흔들만한 큰 일이지만 내 인생의 진로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인생만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힘을 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