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을 사서 모으는 것도 취미라는 거, 알아?
처음 내 취향을 아직 잘 모를 때는
이것저것 막 사게 돼.
혼합사, 콘사, 모헤어, 종이실…
실은 끝도 없고, 다 매력적이거든.
그러다 보면 또 알게 돼.
내가 좋아하는 촉감,색감,가격
내 취향을 알게 되면?
그땐 실을 덜 살까?
아니....
하루 종일 뜨개해도
실 한 타래를 다 쓰기 힘들어.
손은 두 개뿐이고
몸은 하나뿐이니까.
그런데 사람들은 실을 계속 사.
아직 사놓은 실도 다 못 썼으면서 말이야.
왜일까.
돈이 많아서? 완전 새로운 실이라서?
아니야.
사람 취향은 생각보다 한결같거든.
그래서 비슷한 실을 계속 사고,
쌓아두게 돼.
실이 싼 것도 아닌데...
모든 게 딱 맞는 작품을 만들다가
갑자기 실이 부족해지면 좀 당황하지.
게다가 단종된 실이면
더 구할 수도 없고.
그래서 같은 실을 여러 타래 사두고
쓰지 않은 채 쌓아만 두기도 해.
아까워서.
잃을까 봐.
그런데
어쩌다
다이소에서 가볍게 산
이천 원짜리 실 한 타래로 만든 카드지갑이
내 인생템이 되기도 해.
만 오천 원짜리 실은
방 어딘가에 굴러다니는데
이천 원짜리 실은
보풀이 덕지덕지해질 때까지
맨날 들고 다니게 되고.
또 똑같이 만들어서
주변에 나눠주기도 하고.
괜히 기분 좋아지면서.
생각해 보면
출신이나 가격이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아.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얼마나 공들이느냐에 따라
잊히기도 하고
사랑받기도 하니까.
가치를 못 타고난 게 아니라,
꺼내 쓰지 않아서
그렇게 보일 뿐이야.
뜨개는 참 재밌어.
이런 인생 공부도 시켜주고.
너는?
너 자신한테
얼마나 공들이고 있어?
설마
아직도 리빙박스에 넣어두고
덮어만 두고 있는 건 아니지?